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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부천 사립유치원 고(故) 교사 49재 추모제'가 열렸다.
사회

“39.8도 불덩이 몸으로 아이들 돌봤다”… 눈물의 보신각, 24세 유치원 교사 49재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부천 사립유치원 고(故) 교사 49재 추모제'가 열렸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부천 사립유치원 고(故) 교사 49재 추모제’가 열렸다.

‘독감 투혼’ 강요한 사립유치원 잔혹사… 전교조 “직무상 재해 인정하라” 촉구
중환자실 사경 헤매는데 ‘허위 면직’ 처리까지

서울 종로 보신각 앞 광장이 검은 옷을 입은 교사들과 시민들의 흐느낌으로 가득 찼다. 3일 오후 7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주관으로 열린 ‘부천 사립유치원 고(故) 교사 49재 추모제’ 현장이다.

참가자들은 서른을 채 맞이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스물네 살 청년 교사의 영정 앞에 국화꽃을 바치며, ‘아파도 쉴 수 없는’ 유아교육 현장의 비인간적인 구조 개선을 강력히 촉구했다.

전교조가 이날 공개한 경과보고에 따르면, 고인은 사망 전 약 2주간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시달렸다. 1월 말 예정된 발표회를 위해 5가지 공연 리허설을 준비하며 무거운 악기를 옮기는 고강도 육체노동을 수행했고, 심야 재택근무와 주말 출근이 이어졌다.

비극은 1월 24일 B형 독감 증상이 발현되면서 시작됐다. 38도가 넘는 고열 속에서도 고인은 조퇴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 특히 1월 27일 독감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원장에게 보고하며 고인이 남긴 메시지는 현장 교사들의 가슴을 후벼팠다. “몸 관리 좀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죄송해요. 내일 마스크 쓰고 출근하겠습니다.”

고인은 결국 39.8도의 초고열 속에서 인수인계까지 마친 뒤에야 마지막 조퇴를 할 수 있었고, 그날 밤 “숨쉬기 너무 불편하다”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의식을 잃었다. 사인은 B형 독감으로 인한 패혈성 쇼크였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부천 사립유치원 고(故) 교사 49재 추모제'가 열렸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부천 사립유치원 고(故) 교사 49재 추모제’가 열렸다.

■ 중환자실 있는데 ‘허위 면직’… 교육청은 “민원 유발자” 취급

추모제에서는 유치원 측과 교육청의 비인간적인 대응에 대한 폭로도 이어졌다. 고인이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던 2월 10일, 유치원 측은 고인의 사직서를 허위로 작성해 면직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유가족이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서자 관할 교육청은 유가족을 ‘민원 유발자’로 규정하고 소통을 거부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재민 전교조 경기지부장은 “대체 교사의 부재, 아파도 눈치 보게 만드는 위계 구조가 선생님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이는 명백한 업무상 재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언자로 나선 진명선 전교조 유아교육위원장은 이번 비극의 근본 원인으로 ‘민간 주도 70%’에 달하는 기형적인 유아교육 구조를 지목했다.

진 위원장은 “국내 사립유치원의 90%가 법인이 아닌 개인 사업장 형태”라며 “이 구조에서 교사는 교육자가 아닌 고용된 노동자일 뿐이며, 아프다고 말하는 것조차 권리가 아닌 ‘위험’이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단순한 재정 지원이 아니라 사립유치원의 법인화와 국가 책임 중심의 구조 재편이 이루어져야 교사의 휴식권과 교육권이 보장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 “딸아, 아빠가 갈 때까지 기다리렴”… 눈물의 작별 인사

추모제 말미, 고인의 아버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아빠가 네 손 꼭 잡고 집에 데려가겠다고 말했는데, 지켜주지 못해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며 “아빠가 여기 잠시 머물다 하늘에 가는 날이 오면 너를 찾아 달려가겠다”는 유가족의 절절한 목소리는 광장에 모인 동료 교사와 시민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전교조는 이날 ▲고인의 죽음에 대한 직무상 재해 인정 ▲교사 병가 사용 승인 의무화 및 대체 인력 체계 구축 ▲사립유치원의 공적 책무성 강화 및 법인화 실현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했다.

밤 8시, 참가자들이 보신각에 차려진 분향소에 헌화하며 추모제는 마무리됐지만, “아파서 죄송하다”는 말 대신 “아프면 쉬어야 한다”는 당연한 상식이 통하는 교실을 만들겠다는 교사들의 외침은 밤하늘에 길게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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