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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현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그래픽=뉴스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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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탈취 의혹’ 한화솔루션 자회사, 1,150억 쏟고도 적자…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 책임론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현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그래픽=뉴스필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현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그래픽=뉴스필드

한화솔루션과 그 자회사가 중소 벤처기업의 핵심 기술을 탈취했다는 의혹으로 경찰의 강제수사를 받는 가운데,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 야심 차게 주도한 해당 자회사가 설립 초기 총 1,150억 원의 자금 수혈에도 막대한 적자만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리한 ‘치적 쌓기’용 외형 확장이 모기업의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한 데 이어, 기술 탈취 의혹이 겹치면서 그룹 핵심 리더십이 최대 시험대에 올랐다.

■ M&A 실사 빙자한 기술 탈취 의혹…경찰, 한화솔루션 자회사 디지털 포렌식 분석

25일 산업계와 경찰에 따르면 충남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경기도 성남 소재의 한화솔루션의 100% 자회사인 한화엔엑스엠디(한화NxMD) 본사, 관련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현재 확보한 압수물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진행 중이다.

이번 수사는 천안의 방열 소재 전문 벤처기업인 CGI(씨지에이)가 한화 측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현행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벌칙)에 따르면,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기업에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영업비밀을 취득·사용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특히 벌금형의 경우 위반행위로 인한 재산상 이득액의 10배가 5억 원을 초과하면 이득액의 최대 10배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는 징벌적 규정이 적용된다.

CGI 측은 2021년 한화솔루션이 M&A를 제안하며 약 4개월간 상세 실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20여 차례 자료를 요구해 핵심 공정 기술과 설계도면 등 영업비밀을 탈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SBS 캡처.
사진=SBS 캡처.

특히 실사 이후 인수를 무산시키고, 불과 6개월 만에 자회사 한화엔엑스엠디를 설립해 동일한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CGI 측의 입장이다. 통상 100억 원 이상 소요되는 개발 기간이 비정상적으로 단축된 사실을 기술 무단 사용의 방증으로 보고 있다.

실제 CGI 실사 이 후 한화솔루션은 2022년 2월 10일 한화엔엑스엠디 주식회사를 92억원을 투입해 100% 자회사로 신규 설립했다. 당해 1,058억 원을 추가로 출자하며 자본을 대폭 확충했다.

그리고 같은해 8월 29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20년 1월 통합법인 한화솔루션 부사장을 맡은 지 1년도 안 돼 같은 해 9월 사장으로 승진한 김동관 사장은 2년 만에 부회장에 오른 것이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기술 탈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면서도, CGI 측에 먼저 M&A를 제안하고 상세 실사를 진행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CGI 측과 인수합병(M&A)을 위한 실사를 진행한 것은 맞다”면서도 “인수 대금과 관련해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협의가 결렬된 것이지 기술 탈취 건은 결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비록 고의적인 탈취는 아니었다고 항변했지만, 결과적으로 양측이 M&A를 전제로 핵심 기술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점은 명백한 팩트로 확인된 셈이다.

또한 핵심 공정 기술 및 설계도면 탈취 의혹에 대해서도 기존 해명과 같이 “실사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는 규정에 따라 모두 폐기했다”며 “해당 기술은 이미 학계 논문 등을 통해 공개된 수준으로 CGI만의 독자성이 없으며, 전문 인력을 투입해 자체 연구개발(R&D)을 거쳐 이뤄낸 성과”라고 거듭 반박했다.

■ 1150억 수혈에도 478억 증발…이사성회 ‘전원 찬성’ 속 감사위원은 ‘불참’

한화엔엑스엠디는 김동관 부회장이 직접 주도한 신사업으로, 2022년 2월 설립 직후 삼성전기에서 통신모듈 사업을, 모기업인 한화솔루션으로부터 방열(써멀솔루션) 사업을 잇달아 양수하며 단기간에 덩치를 키웠다.

이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임원 출신인 장세영 전 부사장을 초대 대표이사로 영입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모기업 한화솔루션은 설립 당시 92억 원을 출자한 데 이어, 불과 두 달 뒤인 2022년 4월 21일 이사회를 열고 1,058억 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는 단순한 시험적 투자가 아니라, 모기업이 전면 책임지는 ‘전략 핵심 자회사’로 육성하겠다는 경영진의 강한 베팅 의지가 반영된 결정으로 해석된다.

한화솔루션 2022년 사업보고서. 자료=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
한화솔루션 2022년 사업보고서. 자료=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내부 견제 장치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 당시 이사회에는 사외이사들이 참석했지만, 경영진을 견제하고 회계·업무를 감독해야 할 감사위원들은 전원 불참한 상태에서 안건이 의결됐다.

당시 김동관 대표가 직접 참석해 1,000억 원이 넘는 자금 투입을 반대 의견 없이 밀어붙이는 동안, 내부 감시 체계는 형식적으로만 존재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실적은 참담하다.

2022년 설립 이후 한화엔엑스엠디는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영업손실은 2022년 147억 원, 2023년 195억 원, 2024년 153억 원으로 누적 495억 원에 달했고, 당기순손실도 3년간 478억 원을 기록해 한화솔루션이 투입한 자본의 약 41%가 3년 만에 소진됐다.

그래픽=뉴스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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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매출 구조의 기형성이 심각하다.

2024년 매출액이 약 1,076억 원으로 전년(276억 원) 대비 외형상 4배 가까이 급성장했지만, 실상은 내부거래를 통한 매출원가의 폭증이 매출액을 동반 상승시킨 ‘회계적 착시’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매출액(1,076억 원)과 매출원가(982억 원)의 차이는 불과 8.7%로 마진이 박한 구조에서는 원가가 늘어나면 매출 덩치가 자동으로 커져 보이게 된다.

2024년 매출 확대를 받쳐준 매출원가의 90% 이상(약 987억 원 매입)은 자회사인 태국 법인(Hanwha NxMD Thailand)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결국 외부 시장에서의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보다는 자회사로부터 떼오는 물량 규모를 키워 전체 매출 수치만 억지로 늘려놓은 ‘껍데기 성장’인 셈이다. 외형은 4배 커졌지만, 정작 수익성 개선은커녕 판관비조차 감당하지 못해 -153억 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외형과 실질 수익 간의 극심한 괴리를 드러냈다.

■ ‘투자 원금 61%’ 증발한 손상차손 폭탄…지배기업 한화솔루션도 적자 늪

나아가 장부가액 급락에 따른 한화솔루션의 대규모 ‘손상차손’ 폭탄도 터졌다. ‘손상차손’이란 쉽게 말해 1억 원에 산 아파트가 동네가 슬럼화되어 시장 가치가 4천만 원으로 떨어졌을 때, 잃어버린 6천만 원을 장부상에서 지워버리는 손실 처리 과정을 뜻한다.

한화솔루션 재무제표 주석에 따르면, ▲2023년 163억 원 ▲2024년 254억 원 ▲2025년 283억 원 등 3년 누적 총 700억 4,900만 원의 손상차손을 직접 인식했다.

결과적으로 원래 투자금 1,150억 원의 61%가 이미 장부상에서 사라졌으며, 이는 모기업 한화솔루션의 당기순이익을 직접적으로 증발시키고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배당 재원을 원천 소각하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태국 법인과의 연쇄 부실 고리도 시한폭탄이다.

한화엔엑스엠디는 2022년 4월 30일 삼성전기(주)로부터 사업양수도를 통해 태국 법인을 582억 원에 인수했지만, 인수 후 성적표는 처참하다.

태국 법인의 부채는 2023년 말 84억 원에서 2024년 말 339억 원으로 1년 만에 4배 폭증했으며, 이에 따른 부채비율은 2023년 약 16%에서 2024년 약 81%로 급등했다. 매출은 증가했으나, 2024년 당기순손실 163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화엔엑스엠디 본사가 제공한 채무보증 잔액은 2024년 말 기준 USD 1,800만 달러(약 258억 원)에 달한다. 모기업 한화솔루션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이미 심각한 마이너스인 상태에서, 태국 법인이 디폴트에 빠질 경우 이 채무는 모기업 한화솔루션으로 그대로 전이된다.

이와 관련해 한화솔루션의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그래픽=뉴스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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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솔루션은 2022년 영업이익 9,237억 원과 당기순이익 3,660억 원을 기록했지만, 2023년 영업이익 5,792억 원에 이어 당기순손실 882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이어 2024년에는 영업손실 3,002억 원, 당기순손실 1조 3,689억 원이라는 기록적인 적자를 기록하며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2025년 역시 13조 3,331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영업손실 3,648억 원, 당기순손실 6,153억 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영업적자’ 및 ‘3년 연속 순손실’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사진=이재명 대통령 유튜브 캡처.
사진=이재명 대통령 유튜브 캡처.

■ 대통령 “기술 탈취는 혁신 꺾는 범죄”…과징금 50억 상향 ‘강력 대응’

정부는 지난 1월 21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기술 탈취 제재 수위를 기존보다 최대 100배 강화하는 ‘대중소기업 상생 성장전략’을 발표했다. 핵심은 하반기 중소기업기술보호법 개정을 통해 중대 위법행위에 대한 과징금 한도를 현행 5,000만 원(과태료)에서 최대 50억 원으로 대폭 상향하는 것이다.

이는 “1,000억 원을 벌고 20억 원만 낸다면 나 같아도 기술을 훔칠 것”이라며 과징금이 너무 낮다고 질타한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후속 조치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20일에도 “기술·성과 탈취와 같은 갑질이 기업의 혁신 의지를 갉아먹는다”며 불공정한 경쟁으로 부당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엄단할 것을 강조했다.

정부는 제재 강화와 함께 중소기업의 협상력도 높이기로 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에 협의요청권을 부여해 대기업과 대등하게 거래 조건을 논의할 수 있도록 하고, 노사 관계 역시 탄압의 대상이 아닌 협력적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중소기업이 활성화되어야 대도약이 가능하다”며 공정한 기업 문화의 중요성을 재차 역설했다.

만년 적자와 기술 탈취 의혹에 휩싸인 한화의 신사업이 강화된 정부의 상생 기조와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어떤 심판을 받게 될지 산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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