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전 현장의 실질적 지배력을 바탕으로 노동환경을 좌지우지하는 한국전력공사가 직접 교섭에 나와 고용 안전과 안전 보건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전기분과위원회(이하 노조)는 배전 노동자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배전 정책 수립과 사고 없는 현장을 위해 한전의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전기분과위원회는 10일 전남 나주 한국전력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전에 ‘노사 정례협의회 구성’ 및 단체교섭 응낙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0시를 기해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분리신청을 진행했으며, 오는 5월경부터 본격적인 교섭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 “지배·결정권은 한전에”… 노조법상 ‘실질적 사용자’ 책임 강조
기자회견에 나선 노동자들은 한전이 하청 협력업체 소속으로 일하는 배전 전기노동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에 대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엄인수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장은 “한전이 하청업체 수와 업체별 보유 인원, 공법 및 안전 수칙을 어떻게 변경하느냐에 따라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결정된다”며 “작업 자격 기준부터 제재, 공사 참여와 중지, 자격 박탈까지 모든 부분을 한전이 결정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특히 현장 노동자들이 매일 공사 시작과 중간, 종료 보고를 한전에 직접 하고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점을 들어, 이는 개정된 노조법상 확대된 사용자 범위와 지배 결정 기준에 명확히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한전이 그동안 사고 발생이나 정책 변화에 따른 고용 불안 사태가 터질 때마다 책임을 하청업체에 전가하며 회피해왔다고 비판했다.
■ 설계부터 안전관리까지 한전 통제… “5월 본격 교섭 나설 것”
지역 현장의 구체적인 실태 증언도 이어졌다.
이경석 건설노조 광주전남전기지부장은 “배전 공사의 설계, 작업 방식, 공사 기준, 안전관리와 패트롤 벌점 등 누구도 한전의 허가 없이는 공사하지 못한다”며 “물량과 단가 역시 한전의 정책에 따라 좌우되어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에 직결되는데도 한전이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김용대 경남전기지부장 또한 “단체협약은 노동자의 생존을 지키는 최소한의 약속”이라며 한전이 교섭 회피를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이번 교섭 요구의 핵심이 ‘한전과 노조의 협의체 구성’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를 통해 현장 눈높이에 맞는 배전 정책을 수립하고 국민의 전력 안전을 지키는 최소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취지다.
노조는 한전 자회사 노조와의 교섭 분리가 마무리되는 5월부터 한전을 상대로 한 실질적인 단체교섭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배전 공사는 전문성을 갖춘 협력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이루어지며, 해당 노동자들의 직접적인 사용자는 계약을 맺은 각 협력업체”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