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전 양판점의 강자’로 불리던 롯데하이마트가 외형 축소를 동반한 ‘불황형 흑자’의 늪에 빠졌다.
5년 연속 매출이 하락하며 덩치가 반토막 난 가운데, 현장 직원들이 구조조정의 한파를 견디는 사이 임원진은 수억 원대 연봉을 챙기고 적자 상황에서도 수십억 원의 배당을 강행하는 등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의 순매출은 △2020년 4조517억 원 △2021년 3조8천697억 원 △2022년 3조3천368억 원 △2023년 2조6천101억 원 △2024년 2조3천567억 원 △2025년 2조3천001억 원으로, 2020년을 정점으로 2021년 이후 5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다만 2024년까지 전년 대비 10% 안팎의 감소세를 보이던 매출 하락 폭이 2025년에는 약 2.4%로 둔화한 점은 주목된다. 외형 축소 흐름이 완만해지는 모습이지만, 이를 본격적인 실적 반등의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아직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구원투수’ 남창희의 흑자 전환, 이면엔 ‘뼈아픈 점포 폐쇄’
남 대표는 롯데하이마트가 연간 영업손실 520억원을 내며 창사 이래 첫 적자로 돌아섰던 2022년 12월, 위기 극복을 위한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1992년 롯데쇼핑 입사 후 마트 상품본부장, 슈퍼사업부장 등을 거친 전형적인 ‘롯데맨’이다.
수치상으로는 성과가 나타났다. 취임 1년 만인 2023년 영업이익 82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이어 2024년 17억원, 2025년 9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적자 고리를 끊어냈다. 롯데그룹은 이러한 ‘수익성 개선’을 높이 평가해 올해 남 대표의 연임을 확정했다.
하지만 이 흑자의 이면에는 ‘성장’이 아닌 ‘생존형 축소’라는 뼈아픈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남 대표 취임 직전인 2022년 9월 407개에 달했던 점포 수는 효율화라는 명목하에 2025년 9월 현재 305개로 급감했다. 불과 3년 만에 전국 매장의 4분의 1이 넘는 100여 곳을 문 닫은 것이다. 결국 매출 성장이 막힌 상황에서 매장을 없애 비용을 줄인 ‘다이어트형 흑자’인 셈이다.

■ 자산 매각으로 버틴 실적… 금융비용 부담에 ‘당기순손실’ 지속
실제 2025년 말 기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의 내실은 여전히 취약한 상태다.
영업이익은 97억 원으로 전년(17억 원) 대비 수치상 반등했지만, 순금융원가 305억 원과 금융비용 388억 원 등 과도한 금융비용 부담으로 연결 기준 당기순손실은 24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지속했다.
차입금 상환을 위해 3,880억 원의 단기차입금을 새로 조달하고 동일한 규모를 상환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전년 말 946억 원에서 647억 원으로 1년 새 약 300억 원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회사의 영업외수익 가운데 ‘기타수익’은 221억 원으로 전년(84억 원) 대비 160% 이상 급증했다. 여기에 현금흐름표상 ‘매각예정비유동자산의 처분’을 통해 308억 원의 현금이 유입된 점을 감안하면, 본업인 가전 판매가 아닌 자산 매각을 통해 실적을 방어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 남 대표 취임 이후 유형자산은 3,821억 원에서 3,532억 원으로 줄었고, 자산총계 역시 전년 대비 977억 원 감소한 1조7,908억 원에 그쳤다. 비용 절감과 자산 매각에 의존한 단기적 수익성 방어가 반복되는 사이, 중장기 성장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 대표가 의장까지 겸직… ‘거수기’로 전락한 이사회
이사회 운영의 독립성과 견제 기능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제기된다.
현재 롯데하이마트 이사회는 남창희 대표이사가 의장까지 겸직하고 있다. 사측은 ‘신속한 의사결정’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사실상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의 감시 기능이 무력화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13차례 열린 이사회에서 사내·외 이사들은 모든 의결 안건에 대해 단 한 표의 반대도 없이 ‘전원 찬성’을 던지며 사실상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
이사회의 인적 구성 역시 ‘롯데맨’ 일색이다. 사내이사 4명 전원이 롯데쇼핑과 롯데지주 등 그룹 핵심 계열사 출신으로 채워져, 하이마트 고유의 사업 전략이나 독립적 혁신보다는 그룹 차원의 재무 가이드라인을 이행하는 데 무게가 실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A 모 사내이사는 롯데지주 경영혁신팀장을 맡는 동시에 코리아세븐과 에프알엘코리아 등 복수 계열사의 임원을 겸직하고 있어, 하이마트 경영에 전업으로 집중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 적자 속 ‘배당 파티’와 ‘고액 연봉’ 유지 논란
재무 성적표는 더욱 처참하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24억4천3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적자 늪을 벗어나지 못했음에도 회사는 보통주 1주당 300원, 총 69억4천100만원의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벌어들인 돈도 없는데 곳간을 헐어 배당을 주는 ‘적자 배당’의 수혜는 지분 65.25%를 보유한 롯데쇼핑에 돌아간다.
경영진의 보수 역시 위기 상황과는 동떨어져 있다. 남창희 대표이사의 보수는 취임 첫해인 2023년 5억1천600만원에서 2024년 5억7천600만원으로 약 11.6% 인상됐다. 이어 매출 하락과 당기순손실이 지속된 2025년에도 5억7천600만원의 고액 연봉을 그대로 유지했다.
게다가 남 대표는 임원 신분으로 하이마트 보통주 2,300주(0.01%)를 보유하고 있어, 실적 악화 국면에서도 고액 보수를 유지하면서 배당을 통해 최대주주와 이해를 공유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책임 경영보다는 ‘이중 수혜’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아울러 시장 지배력 상실은 돌이키기 어려운 수준이다. 닐슨아이큐(NIQ) 조사에 따르면 국내 가전 시장이 급감하는 동안 롯데하이마트는 더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며 쿠팡 등 이커머스에 안방을 내줬다. 100개가 넘는 점포 폐쇄는 단기적 비용 절감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고객 접점 상실과 브랜드 약화라는 치명적인 약점이 되고 있다.
회사 측은 “가전 시장 회복 지연과 점포 효율화 영향으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4% 감소에 그쳤다”며 “다만 비용 구조 개선과 수익성 중심 경영에 힘입어 당기순손실은 전년 대비 24억 원 수준으로 축소됐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남창희 대표가 이사회 의장까지 맡아 독주하는 체제에서 당기순손실에도 불구하고 배당을 실시하고 고액 연봉 등을 챙기는 것은 전형적인 위기 불감증”이라며 “자산 매각과 인건비 절감으로 만든 ‘착시 흑자’ 뒤에 숨지 말고, 근본적인 성장 동력을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