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핀테크 업계 1위 토스(비바리퍼블리카)가 극심한 ‘채용 한파’를 이유로 일반 지원자들에게는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도, 카카오에서 성비위 문제를 일으킨 가해자는 경력직으로 채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가해자가 징계 대신 이직을 통해 ‘승승장구’하는 현실을 목도한 피해자는 가해자의 ‘토스’ 이직 12일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카카오와 토스 두 기업 모두 성비위 발생시 회사 조치 이행 여부(남녀고용평등법)와 레퍼런스 체크 당시 성비위 인지 여부 확인을 거부했다.
카카오의 직장내 성희롱 발생 조치와 토스의 석연찮은 ‘특혜 채용’ 의혹이 맞물려, 두 기업의 비정상적인 시스템이 가해자에게는 출구를, 피해자에게는 막다른 골목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징계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을 경우, 향후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피해자 측 입증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7일 뉴스필드 취재를 종합하면, 카카오 소속이었던 피해자 B씨는 사내 상사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호소한 이후 장기간 심리적 고통과 우울 증상을 겪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가해자 A씨는 지난해 11월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음에도, 불과 한 달 만에 상황이 급변했다.
A씨는 12월 5일 퇴사, 그리고 12월 16일 토스 입사라는 초고속 이직에 성공했다.
피해자는 이 사실을 접한 뒤인 12월 28일,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 “일반인은 얼어죽을 판에”… 성비위자만 통과한 ‘좁은 문’
가해자 A씨가 토스에 입사한 지난달 16일은 토스가 경영 효율화를 이유로 일반 지원자들에게 채용 문을 굳게 걸어 잠갔던 시기다. 실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당시의 절박했던 상황을 보여주는 증언들이 남아있다.
A씨 입사 직후인 지난달 20일, 한 지원자는 “토스 코어 1, 2차 면접을 모두 마치고 레퍼런스 체크만 남겨뒀는데, ‘내부 프로세스 변경’을 이유로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다”며 초조함을 호소했다. 그는 “공고는 살아있는데 ‘연말 채용 티오(TO) 정리’를 이유로 채용이 중단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청년 인재들이 ‘프로세스 변경’과 ‘TO 정리’라는 명분 아래 영문도 모른 채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지만, 유독 성비위 징계자인 A씨에게만은 그 좁은 문이 열려 있었던 셈이다.
토스 측은 본지의 질의에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A씨의 징계 사실 인지 여부조차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다만 토스 관계자는 “입사 당시 경력증명서를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역설적으로 A씨가 제출한 서류에 징계 기록이 없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카카오가 징계 절차 중 사표를 수리해 준 탓에, 징계 기록이 누락된 ‘깨끗한’ 경력증명서가 발급됐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채용 타임라인을 뜯어보면 의혹은 더욱 증폭된다. 통상 토스의 레퍼런스 체크부터 최종 오퍼(Offer)까지는 약 1.5주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씨가 12월 5일 퇴사하고 불과 11일 만인 16일에 입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는 카카오에서 성비위로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은 상태에서 이미 토스 이직을 준비하고 면접을 봤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구멍 뚫린 검증 시스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토스의 레퍼런스 체크는 부하, 동급 동료, 상사 등 지원자가 지정한 3명과 비지정 1명을 포함해 진행되며, 이 중 비지정 레퍼런스 체크는 다시 3명에게 평판을 묻는 식으로 꼼꼼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내부 관계자는 “범죄 기록만 없으면 다 통과되는 분위기”라고 전했으나, 당시 카카오 내부에서는 이미 해당 성추행 사건이 공공연한 논란이 되고 있었던 시기였다는 점에서, 유독 성비위자만 걸러지지 않은 배경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 “징계 기록조차 없다?”… 카카오, 징계 절차 없이 사표 수리해 ‘기록 세탁’ 의혹
사건의 발단은 카카오의 무책임한 ‘꼬리 자르기’와 ‘법적 의무 방기’ 의혹이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사업주가 가해자에 대한 징계나 근무 장소 변경 등 조치를 취하기 전, 반드시 피해 근로자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성추행 사건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면서, 카카오가 과연 징계 및 근무지 변경 조치 전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는지에 대한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징계 절차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덜컥 사표를 수리해 준 대목은 이러한 의구심에 기름을 붓고 있다.
통상적으로 감사나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일 때는 자진 퇴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징계 해고’ 기록을 남기지 않고 ‘자진 퇴사’로 처리해 주는 것은 성범죄자에게 ‘경력 세탁’의 길을 열어주는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이자 징계 회피용 꼼수다.
게다가 관련 기사에는 “징계 얘기가 나오자마자 (A씨가) 퇴사해서 채용 시점 서류에는 징계가 없었고 오늘(5일) 바로 해고됐다”는 구체적인 제보성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카카오는 징계 절차를 밟기는커녕, 사표를 그대로 수리해 줌으로써 가해자가 아무런 성비위 처벌을 받지 않고 회사를 떠나도록 방조했다는 뜻이 된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징계 해고 대신 실업급여 수령까지 가능한 ‘권고사직’으로 A씨의 사표를 수리했을 가능성마저 제기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징계 기록은 어디에도 남지 않게 된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굳게 입을 닫았다. 카카오가 쥐여준 이 면죄부가 A씨의 토스행(行) 티켓이 된 셈이다.
■ 토스, 피해자 사망에도 침묵… 언론 터지자 부랴부랴 ‘뒷북 인사’
더 큰 문제는 토스의 사후 대응이다. 토스는 피해자 B씨가 사망한 12월 28일 이후에도 침묵했다. B씨의 빈소는 경기도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12월 31일 발인이 엄수됐다. 유족들이 눈물로 고인을 떠나보내는 동안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던 토스는, 해가 바뀐 지난 2일 관련 언론 보도가 터지고 여론이 악화되자 지난 5일에야 A씨를 내보냈다.
이에 대해 토스 측은 본지에 “해당 이슈와의 관련성을 확인했고, 회사는 확인 즉시 필요한 인사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조치 내용에 대해서는 “제공하기 어렵다”고 했다.
심지어 토스는 A씨의 퇴사 사유가 ‘징계 해고’인지 ‘권고사직’인지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입을 닫고 있다. 만약 이번에도 권고사직으로 처리됐다면, 토스 역시 카카오와 마찬가지로 가해자의 이력 관리를 끝까지 도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사망함에 따라 형사 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는 이미 폐지되었기 때문에, 피해 당사자의 고소가 없더라도 수사기관의 인지나 유족의 고발만으로도 수사와 기소가 가능하다. 가해자는 물론, 방조 혐의가 있는 기업들까지 민·형사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고용노동부의 개입 필요성도 제기된다. 카카오와 토스가 남녀고용평등법상 강제 조항인 ‘성희롱 발생 시 사업주의 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의심스러운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법적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징계 기록을 남기지 않는 방식으로 사표를 수리해 주는 관행은 피해자를 더욱 고립시킬 위험이 있다”며 “이번 사안 역시 그러한 구조적 문제와 무관하지 않은지에 대해 수사 당국과 고용노동부의 면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