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올리브영 한국인 개인 계정이 중국 온라인 플랫폼에서 대규모로 불법 거래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CJ 주식회사는 이 사태에 대한 공식 질의를 시도한 취재진의 연락조차 무응답으로 일관하며 소통 창구를 원천 차단했다.
■ 8만 원대 계정 공공연히 거래… 범죄 재료화 우려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淘寶) 등 여러 웹사이트에서는 한국 온라인 플랫폼 계정이 공공연하게 거래되고 있다.
8일 업계 및 경찰청에 따르면 타오바오에서는 올리브영 한국인 계정을 198위안(약 4만원)에서 388위안(약 8만 7,000원) 사이의 가격에 판매한다는 글이 다수 올라온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쿠팡 계정 판매 글도 많았지만, 한국에서 정보 유출 파장 이후 자취를 감춘 바 있다.
최근 한 주요 일간지 기자가 타오바오 판매자에게 직접 채팅하자, 한국 올리브영 계정 판매자는 “몇 개 필요하냐. 100개도 가능하다”고 답하며 “한국인들이 자발적으로 판매한 계정을 한국 친구를 통해 가져온다”고 주장한 사실이 전해졌다.
CJ CGV, CJ ONE 등 다른 CJ 계열사의 계정 판매 글도 함께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 원터치 결제 등 2차 피해 재료로 악용 우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다이궁(代工·보따리상)은 올리브영, 무신사 등 인기 업체의 한국 계정을 여러 개 사들여 한국에서만 적용되는 할인 행사에 맞춰 물건을 대량 구매하고, 구매한 계정으로 리뷰를 조작해 인기 순위에 영향을 주는 일도 암암리에 이뤄진다”고 말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범죄를 위한 ‘재료’로 계정이 거래될 가능성이다.
국내 쇼핑몰들이 ‘원터치 결제’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면서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유출되면 곧바로 재산상 피해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G마켓에서는 비밀번호만 입력하는 ‘스마일페이’를 통해 고객 60여 명이 무단 결제 피해를 입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은 지난 5일 타오바오 등 중국 온라인몰에 있는 ‘한국인 계정 판매 게시글’ 삭제를 인터폴을 통해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중국 판매자들이 실명, 휴대전화 번호, 생년월일 등 민감한 정보까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이어갈 방침이다.
■ CJ 그룹, “시스템 무관” 주장 뒤 무응답 일관
사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CJ올리브영 관계자는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서 확인된 계정 판매 거래는 당사의 시스템 해킹이나 개인정보 유출과는 무관하다”는 입장만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올리브영이 시스템 해킹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본지는 문제 해결의 최고 책임이 있는 최대주주 CJ 주식회사에 공식 질의 절차를 밟으려 했다.
그룹 지주회사인 CJ 주식회사의 2025년 6월 30일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재현 회장 일가 및 특수관계인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이재현 회장은 CJ 주식회사 보통주 42.07%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그의 장남인 이선호 CJ 미래기획실장과 그의 장녀 CJ ENM 브랜드전략실장은 각각 보통주 3.20%와 1.4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들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 합계는 보통주만 47.77%에 달해, 이재현 회장 일가는 확고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지배구조 아래 CJ올리브영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최대주주인 CJ 주식회사가 51.15%의 지분을 보유하며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2대 주주인 올리브영은 자사주 22.58%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오너 3세인 이선호 실장이 11.04%, 이경후 실장이 4.21%, 이재현 회장 동생 이재환 전 부회장이 4.64%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CJ올리브영의 CJ와 오너 일가 지분 및 자사주 비율은 전체 발행 주식의 99.39%에 달한다.
하지만 8일, 최대주주인 CJ 주식회사에 공식 질의를 시도했음에도 회사 측은 취재 요청 연락에 일체 돌아오지 않았다.
■ CJ, 취재 요청 묵묵부답…올리브영 계정 유출 의혹 ‘미궁’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CJ올리브영 계정의 ▲유통 경로 및 규모 ▲사전 탐지 체계 ▲선제적 조치 ▲법적 대응 현황 ▲투명성 및 감사 등의 의혹들은 답을 얻지 못한 채 남아있다.
현재 해당 계정이 어떤 경로를 통해 거래되는지, 또 거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계정 판매가 한국인 개인의 자발적 거래인지, 아니면 명의 도용 등 불법적 경로를 통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해외 IP를 통한 비정상적 대량 회원 가입 시도나 계정 거래를 사전에 탐지하는 모니터링 체계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현재 CJ올리브영이 계정 이상 거래를 탐지하고 예방할 수 있는 기술적 장치를 갖추었는지 여부 역시 확인할 수 없다.
불법 거래 계정이 확인되거나 의심될 경우, 실제 소유자가 아니면 접근을 차단하는 2차 인증이나 접속 제한 시스템이 구축됐는지, 비밀번호 강제 변경 등 선제적 보호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 있는지도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타오바오 등 해외 플랫폼에 올라온 불법 계정 판매 게시물에 대해 회사가 삭제 요청을 했는지, 법적·기술적 조치를 얼마나 취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나아가 피해 계정 명의자에게 개별 통지나 2차 피해 예방 가이드를 제공했는지, 외부 전문가를 통한 독립적 보안 감사 계획이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이 국제 공조를 통해 대응에 나선 상황에서도, CJ 그룹의 핵심 계열사가 소비자 불안을 외면하고 취재진의 감시마저 막아선 만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정부 당국은 회사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명확히 인지하고, 계정 불법 양도 방지 의무 강화와 함께 강제적인 실태 조사 및 행정 지도에 즉각 착수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