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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 전문지

우크라이나 전쟁과 기후 위기

유철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획위원
복지국가소사이어티 ESG위원장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사회의 변화

지난 24일(현지시간)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주년이 되는 날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맞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 회원국들은 긴급 특별총회에서 러시아의 즉각적인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찬성 141표·반대 7표·기권 32표로 가결됐다. 이 결의안은 우크라이나의 평화 회복을 위해 러시아에 무조건적이고 즉각적인 철군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중심이 돼 추진한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원칙 관련 결의안’에는 한국 정부도 공동제안국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총회에서도 찬성표를 던졌다. 총회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법적인 책임까지 제기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가 이 결의안에 반대 입장을 밝힌 가운데 북한과 시리아, 니카라과, 벨라루스, 에리트레아, 말리도 반대표를 던졌다. 중국과 이란, 인도 등은 기권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침공 1주년을 맞아 “2023년은 우크라이나가 승리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계속되는 대규모 미사일 공격과 정전에도 불구하고 어둠 속에서도 승리가 보인다”며 “기다리는 모든 이들, 점령지에 있는 우리 시민들에게 말하고 싶다. 우크라이나는 당신들을 포기하지 않았고, 잊지 않았다. 어떻게든 우리는 모든 영토를 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24일 아침 러시아의 본격적인 소피아 광장 침공 기념일에 우크라이나 수훈자들에게 국가상, 특히 우크라이나 영웅이라는 칭호를 수여했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이자 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승리를 자신하며 폴란드 국경까지 진격하겠다며 호전적인 메시지를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의 승리와 서방과의 느슨한 일종의 합의로 끝날 것인데, 그 합의가 실질적인 영토를 반영하지 못할 것이기에 현재 더 적극적으로 영토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메드베데프는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에 지속적인 평화를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은 적대적인 국가들의 국경을 가능한 멀리 밀어내는 것이라고 썼다. 적대적 국가들의 국경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폴란드의 국경을 의미한다고 해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폴란드는 동쪽에 우크라이나, 러시아의 동맹국인 벨라루스와 긴 국경을 공유하고 있으며, 북동쪽으로는 러시아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 약 200km 닿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연설에서 “공격받는 나토 영토 1인치라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리아 노보스티(RIA Novosti)를 통해, “오늘날 50개 국가가 러시아를 지구 표면에서 쓸어버리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거의 모든 적 제국이 러시아를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그들보다 강하다는 것은 이제 명백하다”고 말했다. 푸틴은 러시아 국영티비 Rossiya1에 미리 녹음해 26일(현지시간)에 발표된 인터뷰에서 ‘이번 전쟁은 서방의 위협으로부터 러시아와 러시아 국민의 생존을 지키는 실존적인 전쟁이며, 우리는 NATO의 핵 능력을 고려해야만 한다. 서방은 러시아를 분열시키고 결과적으로 러시아 민족을 파괴하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명령한 지 1년 후, 푸틴은 점점 더 전쟁을 러시아 역사의 성패를 가르는 순간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러시아와 국민의 미래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소련의 핵무기를 물려받은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과학자 연맹에 따르면 미국, 프랑스, 영국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탄두를 러시아가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이 되는 24일(현지시간)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 정상이 대(對)러 추가 제재를 공개했다. 23일 백악관에 따르면, 다음 날인 24일 우크라이나 지원을 논의하기 위한 G7 정상회의가 화상으로 열렸고,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참석했다. 정상들은 우크라이나 지원은 물론, 이번 전쟁을 지원하는 이들에 대한 제재를 통해 대러 압박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러시아에 전쟁 책임을 묻기 위한 노력을 조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년 전 G7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게 전례 없는 대가를 부과하고자 러시아 탱크가 우크라이나에 진입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모였다”면서 “G7은 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강력하고 단합된 대응 장치가 돼 왔다”고 언급했다.

같은 날 미국은 예고해온 대러 추가 제재를 공개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미국은 푸틴을 위한 수익을 창출하는 주요 부문에 대한 전면적인 제재를 가할 것”이라며 “더 많은 러시아 은행과 방위 및 기술 산업, 그리고 우리의 제재를 회피하려는 제3국의 행위자들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제재에는 러시아 주지사 다수와 정부 관료 가족, 국방 관련 자재와 기술 회사, 기존 제재를 회피하는 조직 등 200여 개인과 독립기관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이번주 중 미국과 동맹들의 대러 추가 제재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져오는 기후변화 

코로나19 대유행(pandemic)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침체를 겪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도시 봉쇄 조치로 전 세계가 최악의 경제위기까지 경험하는 상황에서 벌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은 글로벌 공급망에도 엄청난 충격이 가해져 수요 불균형으로 경제활동에 큰 혼란을 주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폭격 등 파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국제사회의 대(對) 러시아 제재로 인한 주요국의 에너지 정책 변화, 전쟁으로 인한 식량 공급망 문제, 러시아의 국제 기후 협력 중단 등으로 인해 기후변화가 위기를 맞고 있다.

또한 국제 유가 급등과 원자재 수급 불균형은 가뜩이나 물가 인상 요인으로 인플레이션 압박받는 시장에 상승 압력을 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전으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전쟁은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육전, 해전, 항공전을 망라한 총력전 양상으로 1, 2차 세계 대전을 비롯한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이라크 전쟁 등에서 수많은 폭격, 파괴 및 복구, 화석 연료 사용 등으로 기후재앙(Climate Disaster)의 위기까지 일으킨 주체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군(軍)의 모든 군용장비 운용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 배출을 계산하는 일은 쉽지 않다. 군사 분야의 경우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배출량을 보고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1주년을 앞두고 러시아가 지난해 여름 이후 모아둔 전력으로 대공세를 준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우크라이나가 전선을 방어하기 위해 수백 대의 탱크를 요청했다. 

CNN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지난 7일(현지시간) 레오파드1 탱크 178대의 우크라이나 수출을 승인했다. 신형 레오파드2 탱크 지원 결정 후 2주 만에 승인됐다. 독일 방산업체인 라인메탈은 올해 레오파드1 20~25대 정도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먼저 지원이 결정된 레오파드2 14대가 3월~4월 사이 전달되고, 레오파드1 물량은 올여름부터 내년까지 인도될 예정이라고 한다.

우크라이나는 산악 지형이나 엄폐물이 거의 없는 평원지대로서 러시아가 대대적인 전차전을 벌일 것을 우려하고 있다. 탱크에서 배출된 온실가스와 미사일과 탄약을 생산하기 위해 들어간 부품 및 에너지 등 군용장비 목록을 작성하는 것부터 난관이고, 전쟁으로 인한 배출량 계산이 쉽지 않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노력, 전쟁으로 후퇴하는 일은 없어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우르술라 폰 데어 레옌(Ursula von der Leyen) 등 많은 지도자들은 청정에너지 기술의 출시를 가속화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부 정치인들은 러시아 수입의 필요성을 줄이기 위해 국내 화석 연료 공급을 늘리라는 요구와 이것을 결합했다. 한편, 기후 회의론자들은 국내 석유와 가스를 유일한 초점으로 삼았으며, 어떤 경우에는 청정에너지가 문제의 일부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국제사회는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구가 회복 불가능한 온도에 도달하기 전에 전 지구적 차원에서 공동 대응하기 위해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에서 기후변화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UNFCCC)을 채택했다. 이후 채택된 교토의정서는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규정하고, 기후변화협약의 실질적 이행을 위해 만든 국제협약이다. 

2010년 제1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전 지구적 기온 상승을 2℃ 이내로 제한하되, 1.5℃ 목표는 추후 검토대상으로 결정한 칸쿤합의(Cancun Agreement)를 도출했다. 2015년 12월 각 국가의 자발적인 감축목표 설정과 감축행동에 의한 상향식 방식(bottom-up)으로 5년마다 감축목표(NDC)를 제출하고 글로벌 이행점검(global stock take)을 실시하는 파리기후협정(Paris Agreement)을 채택하면서 산업혁명 이전(1850~1900년 평균) 대비 2℃보다 훨씬 아래로 유지하고, 나아가 1.5℃ 아래로 낮추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했다

2021년 10월 31일부터 11월13일까지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 Conference of the Parties)가 본격적인 파리기후협정의 이행을 알렸다. 국제사회는 기후협상에서 글래스고 기후합의(Glasgow Climate Pact)를 도출했고, 국제 탄소시장메커니즘(파리협정 6조)의 세부 이행지침도 마련해 2015년 합의한 파리기후협정의 세부이행 규칙을 모두 완성했다. COP26 글래스고 기후 합의에서 처음으로 석탄발전의 축소를 직접적으로 명시하는 문구가 포함되었으며, 전통적인 기후협상 의제 이외에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메탄서약, 산림훼손 방지 등 다수의 국제적인 합의가 도출된 것이다.

이와 별도도 COP26에서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SAB)를 통해 국제회계기준(IFRS: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을 제정하는 IFRS 재단이 국제적으로 통일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제정할 조직을 산하에 설립하여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ISSB) 출범했다. 그동안 ESG 경영의 걸림돌로 언급되어왔던 평가와 측정의 표준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2022년 3월 31일, ISSB는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 공개와 관련하여 ’IFRS S1 일반 요구사항‘과 ’IFRS S2 기후관련 공시기준‘ 초안을 발표했고, 7월 26일 한국회계기준원은 ISSB의 공시기준에 대한 한국측 의견서를 제출했다. 올 상반기에는 그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2022년 11월 8일, CDP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IFRS S2 기후관련 공시기준‘을 CDP 환경정보공개 플랫폼에 통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CDP는 투자자를 위한 기후관련 정보의 일관성을 개선하고, 요구사항 조정을 통해 기업의 기후관련 정보 공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의장국:이집트)가 당초 폐막일(11월 18일)을 이틀 넘겨 11월 20일 오전 10시경(현지시간)에 최종 합의문인 ‘샤름엘셰이크 이행계획(Sharm El-Sheikh Implementation Plan)’을 채택하고 폐막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지원을 위한 독립 기금(Fund) 설립에 합의한 것이다.

또한, ‘감축 작업프로그램’ 운영, 전지구적 적응 목표 달성을 위한 프레임워크 설치 등도 합의가 되어, 당초 ‘글래스고 기후합의’(COP26) 에서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정 부분 진전된 결과를 도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내년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2023년 제28차 총회는 아랍에미리트 (UAE)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EU,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등 주요국은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탄소중립과 같은 중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청정에너지원 확대, 탄소가격제의 도입, 친환경 수송 및 건물 확대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저탄소 전환을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하루빨리 평화롭게 종식되어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긴 여정이 멈추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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