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위기 신라젠… 소액주주들 “조속히 거래재개 호소…삶 포기 사태 발생할 수”
코스닥 바이오 기업 신라젠이 주식 거래정지 한 달여 만에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내달 7일까지 심사를 통해 상장폐지 또는 개선기간 부여가 결정된다.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신라젠의 주주들은 “상장 전 행한 일로 거래 중지는 부당하다”며 거래재개를 호소하고 있다.
앞서 신라젠은 문은상 전 대표 등의 횡령과 배임 혐의로 지난달 19일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된 바 있다. 주식 거래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한 지난 5월 초부터 정지된 상태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된 신라젠이 개선 계획서를 제출했다고 10일 공시했다.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결과가 상장폐지에 해당하는 경우 거래소는 코스닥시장위원회의 추가 심의·의결을 거쳐 상장폐지 여부를 확정한다.
개선기간이 부여되면 일단 상장폐지는 모면할 수 있으나 해당 기간 중 신라젠의 주식 거래는 계속 정지되며, 개선기간 종료 이후 기심위에서 다시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한다.
심의 결과 상장 적격성이 인정될 경우에는 주식 거래가 재개된다.
2006년 설립된 신라젠이 관심을 끌기 시작한 건 2015년부터다.
그해 4월 개발 중이던 간암 치료제 ‘펙사벡’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글로벌 임상3상 시험허가를 받았다.
2016년 기술 특례 상장으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신라젠은 2017년 5월 이후 주가가 폭등하며 연중 저점 대비 6개월 만에 14배 올랐다.
시가총액이 10조원을 넘어서며 코스닥 2위에 올랐다. 입소문을 타고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몰렸다.
몰락의 시작은 지난해 8월 미국에서 FDA의 임상시험 중단 권고를 받은 것을 계기로 기업가치가 급락했다.
지난 5월 4일 이후 거래정지된 신라젠의 현재 주가는 1만2100원에 불과하고 시총은 1조원에 채 못 미친다.
문은상 전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들이 이 같은 사실을 숨기고 주식을 팔아치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4일 신라젠의 주식 거래를 정지한 데 이어, 지난 19일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렸다.
증권정보포털 SEIBro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말 현재 개인 소액주주 비중(주주수 기준)은 95%에 이르며, 투자자 수는 16만명이 넘는다.
상장 폐지 결정이 이뤄지면 막차 탄 투자자들은 손실이 확정된다.
신라젠 행동주의 주주 모임은 10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신라젠의 주식 거래를 즉각 재개하라”고 촉구했다.
주주 모임은 입장문을 통해 “거래소가 상장 이전에 발생한 전·현직 경영진의 배임 혐의를 이유로 신라젠의 거래를 정지하고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결정한 것은 17만 소액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회사는 코로나 19 백신 관련 동물실험이 진행되고 있음을 밝혔고 수일 내에 희망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비록 지난해 간암 임상 3상이 실패했으나 신장암, 대장암 등 기타 여러 암종에 대한 파이프라인이 존재하는 바, 경험을 토대로 임상을 계속해서 진행한다면 얼마든지 성공의 기회가 있다고 확신한다”고 전했다.
주주들은 “거래소의 기술 특례 상장 기준을 믿고 신라젠에 투자했다. 신라젠의 실질심사는 과거 이 회사의 상장 심사를 진행한 거래소가 책임을 회피하고 죄 없는 소액주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회사의 17만 소액주주들은 두 번 다시 일어서지 못할 상황까지 차닫게 될 것이고, 급기야 삶 자체를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 보장할 수 없다”며 조속한 거래재개를 요청했다.
아울러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적정` 감사의견을 받아 분식회계 리스크도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 신라젠이 상장폐지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집회에는 약 300명(주최 측 추산)의 신라젠 주주가 참여했다.
이성호 주주 모임 대표는 “신라젠 주주들은 거래 정지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해 심각한 재산 손실과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거래소는 즉각 신라젠의 주식 거래를 재개하고 주주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찬조연설을 맡은 신장식 변호사는 “과거 검찰 조사 당시 유력 인사들이 언급되면서 정치권에서는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면서 “결국 경영진들에 대한 혐의 말고 나온 게 없는 상황에서 자기 말에 책임을 지는 정치인이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정의 연대 전지현 사무국장은 “자본시장에서 늘 피해를 당하는 건 힘없는 개인”이라며 “과거 상장 당시, 신라젠을 심사했던 한국거래소가 또다시 신라젠을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삼는 것은 한국거래소가 자신들의 책임을 쏙 빼놓은 채 책임을 전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앞서 신라젠은 문은상 전 대표 등의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달 19일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됐다. 주식 거래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한 5월 초부터 정지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