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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 전문지

58개 청년단체 “신분제를 그리는 펜은 부러져야 한다” 한 목소리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에 따라 공공기관 최초로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한 바 있다.

공사는 지난 6월 보안검색요원 19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는데, SNS로 ‘알바로 190만 원 벌다 정규직으로 간다, 연봉 5천, 서울대급 됐다’ 등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하지만 사실과 달랐다. 그야말로 고용안정 정책이었다.

기본적으로 2개월 교육과 정부의 인증평가를 통과해야 해 아르바이트로 보안검색요원이 될 수 없고, 정규직으로 전환돼도 비정규직 당시 받던 3800만 원대 임금을 받는다는 게 인천공항의 설명이다.

일반적인 취업준비생들이 준비하는 건 초봉 4500만원 수준의 일반직이기 때문에 취준생의 일자리가 줄어들 염려도 크지 않는다는 것.

그런데 문제는 또 다른 곳에서 불거졌다. 정규직 직원들이 전환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질적인 고용 불안과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정규직 전환 정책이 추진됐는데, 정규직 노조가 공개경쟁 채용 문을 뚫고 얻어낸 주도권 상실 우려를 나타내면서 우리 사회의 계급화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에 대해 청년 단체들은 “자신들이 겪은 고통을 겪어야만 동등한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은 현재의 체제 유지에 적극적으로 복무하는 것이다”고 비난했다. [편집자 주]

청년유니온과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등 58개 단체가 31일 광화문 광장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에 대한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기자회견은 공사의 정규직 노조가 공개 경쟁채용이 아닌 정규직 전환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8월1일 집회를 예고하자, 58개 청년단체와 270명이 넘는 청년들이 제안 하루만에 온라인으로 함께 뜻을 모아 이뤄졌다.

청년단체들은 “이들의 주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공고히 하자는 말이며, 시험을 통한 신분제를 하자는 말과 다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년단체와 청년들은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무를 다할 것을 요구하며,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신분사회를 방치해 온 기성세대의 각성을 촉구했다.

아울러 취업준비생과 청년 비정규직의 갈등으로 비춰지는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 함께 살기 위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연대할 것을 호소했다.

청년참여연대 조희원 사무국장은 공정한 채용절차를 들으면 숨이 막혀온다며, “부모의 소득, 자산, 교육 정도, 심지어는 인맥에 따라서 내가 가진 기회의 층위도 달라진다”며 “청년이 원하는 것은 또 다른 경쟁이 아니며, 더 이상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둘러싼 논란에 ‘청년이 원하는 공정한 사회’ 따위의 이름을 쓰지 말 것”을 요구했다.

민달팽이유니온 최지희 위원장은 노동시장과 부동산이라는 한국사회 신분제의 양대축을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하루하루 존버해도, 혼자 힘으로 뭐라도 해보려고 아등바등 애써봐도, 그래도 겨우겨우 하루, 한달, 일년을 살아내기 빠듯한 사회”이고, “자고나면 몇천 몇억씩 올라가는 집값 앞에 내가 일해서 버는 돈은 너무 작고 귀여운 존재이기 때문”이라며, 분노와 절망의 화살이 향해야하는 곳은, 불평등의 구조 자체”라고 강조했다.

청년유니온 이채은 위원장은 이번 사태는 “예견된 일”이라며, 기성세대가 만들어내고 방치하고 있는 무한경쟁의 전쟁터에 언제까지 청년들이 내몰려야 하는지를 물으며, “사회 불평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무한경쟁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들 청년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서 “자신들이 겪은 고통을 겪어야만 동등한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은 현재의 체제 유지에 적극적으로 복무하는 것”이라며, 더 이상 사다리를 오르는 경쟁의 룰이라는 껍데기로 논쟁이 아니라, 진정한 격차해소를 위해서 각 사회 주체들의 뼈를 깎는 노력을 촉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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