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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 전문지

“한국 기업 파푸아 토착민 터전 앗아가”… 공익법센터 어필 등 보고서 발간

공익법센터 어필은 2020년 2월, 인도네시아 파푸아 섬의 셀릴 마을을 방문했다.

셀릴 마을에서 거주하는 파푸아 토착민 ‘마마 에디타’는 “예전에는 숲에서 몇 주씩 머무르며 주식인 사고(sago)도 수확하고, 사냥도 하고, 낚시도 하면서 지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팜유를 생산하기 위한 플랜테이션과 공장이 들어오게 되면서 숲은 사라졌고, 강도 더러워져 더 이상 먹거리를 숲과 강에서 구할 수 없게 됐다.

오랫동안 숲과 땅에 의존해 살아온 토착민들이 살고 있는 파푸아 섬에도 2010년 이후 식량 및 바이오 연료 생산을 위한 투자가 시작됐고, 한국 기업들도 진출했다.

그 결과 마마 에디타와 같은 토착민들의 숲과 땅은 팜유나 사탕수수, 산업용 목재 등을 만들기 위한 대규모 플랜테이션으로 바꼈고, 그 과정에서 토착민들은 숲과 땅 그리고 역사와 미래를 빼앗겼다. [편집자 주]

공익법센터 어필과 환경운동연합은 25일 ‘한국 기업의 투자가 인도네시아 파푸아 토착민에게 미친 영향에 대한 보고서’ 내용 中

포스코 인터내셔널 등 한국 기업의 투자가 파푸아 토착민의 강과 터전을 오염시켜 식수와 식량 수급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공익법센터 어필과 환경운동연합은 25일 ‘한국 기업의 투자가 인도네시아 파푸아 토착민에게 미친 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와 함께 2020년 2월 초에 파푸아 섬을 찾아가 만난 토착민 주민들과의 인터뷰 내용이 담긴 다큐멘터리를 공개했다.

파푸아 섬의 서쪽 지역은 오랫동안 멜라네시아계 토착민(indigenous peoples)이 거주해왔으나 1969년 인도네시아령으로 합병됐다.

토착민이란 해당 지역에 가장 오래 거주했으나 이주민들에게 정복 및 점령 당해 사회의 주류에서 밀려나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유엔 토착민 권리선언 및 국제노동기구의 토착민과 부족민에 대한 협약에 따르면 토착민들은 고유의 정체성과 삶의 방식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파푸아섬의 동남 지역을 식량 및 바이오 연료 생산을 위한 농업지구로 지정하고 이곳에 다국적기업들 진출하면서 파푸아 섬의 토착민들은 오랫동안 의존해 살아왔던 숲과 땅을 잃게 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파푸아 섬에 진출한 대표적인 한국 기업인 포스코 인터내셔널은 토착민의 숲을 팜유 플랜테이션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토착민들의 ‘자유의사에 따른 사전인지 동의(FPIC·Free, Prior and Informed Consent)’ 권리를 위반해 토지 분쟁을 야기했으며, 토착민들이 중요하게 지켜온 고보존구역(High Conservation Area, HCV)을 훼손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토착민들은 식수 및 생활 용수의 수원인 인접 강의 오염으로 인한 물에 대한 권리 침해, 주식인 사고(sago)와 사냥 및 낚시 수확량의 감소로 인한 식량에 대한 권리 침해를 호소하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파푸아 섬에는 대표적인 한상(韓商·한국을 떠나 세계를 무대로 뛰는 상인) 기업인 코린도 그룹과 제지기업인 무림페이퍼의 사례 또한 보도 내용을 인용해 정리했다.

코린도 그룹의 경우, 파푸아 섬에만 총 14만9000ha에 이르는 광대한 플랜테이션을 보유하며 토착민들의 FPIC를 침해하고, 식량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고 있을 뿐 아니라, 환경과 인권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옹호자들을 탄압하는 것으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는 해외에서 대규모 토지와 자원을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 토착민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공적금융기관이 해외에 진출하는 한국기업을 지원을 할 때에는 해당 사업이 토착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려를 하는 절차가 필요하며, 토착민들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는 경우에만 금융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포스코 인터내셔널의 사업으로 인해 영향을 받은 토착민들의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 ‘한국 기업의 투자가 파푸아 토착민에게 미친 영향’은 공익법센터 어필 유튜브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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