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필드) 진용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중앙대 법대 동문이자 산업은행 사상 첫 내부 출신 수장인 박상진 회장이 임명된 지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거취 논란에 휩싸였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신고자에게 직접 연락해 가해자를 두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도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특히 내부 통제를 책임지던 준법감시인 출신이 회장이 된 직후 이 같은 부적절한 행태를 보였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과거 준법감시인 재직 시절에도 피해자를 보호하기보다 오히려 압박했던 것이 아니냐는 과거 행적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 “일 잘하니 믿어줘야”… 조사 전날 ‘밤샘 통화’ 압박
24일 금융권 취재 등을 종합하면 박 회장은 산은 고충처리위원회의 피해자 조사를 하루 앞둔 지난 10일 밤, 신고자 A씨에게 세 차례 전화를 걸어 약 25분간 통화했다. 이튿날에는 오전 휴가를 낸 A씨를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 면담까지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지역본부장 B씨가 부당한 예산 집행을 통해 개인용 ‘의류관리기(스타일러)’ 구매를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이를 거부한 A씨는 B씨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노사 고충처리위원회에 신고했다.
문제는 준법감시인 출신인 박 회장의 태도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박 회장은 통화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B씨에 대해 “일을 잘해서 그 자리에 보냈기 때문에 내가 믿어줘야 한다”, “사람을 보듬을 줄 몰라서 그렇지 불법은 아니다”라며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특히 과거 피해자가 겪은 사건을 언급하며 “여자의 적은 여자(여적여) 성격 아니냐”는 성차별적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커지고 있다.
■ 이재명표 ‘파격 인사’의 부메랑… 실상은 “윤석열식 판박이”
박 회장은 지난해 9월, 이재명 대통령의 중앙대 법대 동문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으며 내정됐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김병환 금융위원장의 제청을 거쳐 이재명 대통령이 박 회장을 임명했으며, 이는 산업은행 71년 역사상 첫 내부 출신 회장이라는 점에서 파격적인 인사이자 ‘현장 전문가’ 기용으로 평가받았다.
1962년생인 박 회장은 전주고와 중앙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90년 산업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기아그룹 및 대우중공업 전담 TF 등 굵직한 구조조정 현장에서 ‘해결사’로 활약했으며, 법무실 준법감시팀장, 법무실장, 준법감시인 등을 거친 대표적인 ‘준법 통’이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가 ‘유능함’과 ‘실용’을 내걸고 기용한 박 회장의 행보는 오히려 독이 됐다. 정치권에서는 박 회장의 행태가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보여준 ‘독단적 측근 감싸기’와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스템을 무시하고 사적 인연을 앞세워 측근을 방어했던 구태를 이재명 정부의 핵심 인사가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가, 재임 시절 강한 비판을 받았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막무가내식 측근 감싸기’와 유사한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 아니냐는 탄식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 무너진 조사 시스템… 중립성 논란 지속
금융권에서는 내부 고충 처리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에서 경영진이 직접 접촉한 것 자체가 조직 내 조사 체계의 중립성을 완전히 무너뜨린 행위라고 보고 있다. 공공금융기관의 경우 절차적 독립성과 신고자 보호 원칙이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박 회장의 이번 개입은 사실상의 ‘시스템 붕괴’이자 2차 가해라는 분석이다.
산업은행 노조 역시 공식 대응에 나섰다. 노조 관계자는 “조합 차원에서 사과를 요구했으나 현재까지 별도의 답변은 없는 상황”이라며 “정식 고충 접수가 이뤄진 사안에서 신고자에게 직접 연락해 심리적 압박을 가한 부분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B씨를 두둔하려는 의도는 없었으며, 신고자를 걱정하는 마음에 위로의 뜻을 전한 것일 뿐’이라며 ‘스타일러 사건은 은행 시스템에 의해 공정하게 처리될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회장이 직접 가해자를 감싸는 발언을 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만큼, 그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