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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반도체 노동자 유방암 화학물질 노출 산업재해 첫 인정

서울행정법원 전경 <사진은 서울행정법원 홈페이지 캡처>

“용인의 큐티에스라는 작은 회사에서 삼성이나 하이닉스에서 불량난 반도체 칩을 가져다 리볼(Reball;재납땜) 하는 일을 했다. 그런데 너무 화공약품에 대해 무지했다. 그게 제일 후회가 된다”

“고온 납땜시 환기가 너무 안 돼 연기가 많이 났다. 아프고 나서 제일 후회하는 게 그런게 몸에 해롭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하는 것이다. 여러 명이 같이 암에 걸려도 내가 몸이 약해서라고 생각한다. 이게 ‘산재’라는 생각조차 못한다. 이번 산재인정으로 영세한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무엇이 몸에 해로운 지 제대로 알고, 아프지 않게 일할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유방암 화학물질 노출 재해당사자 김경순씨(62· 여성)의 소감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0일 김씨가 2015년 6월15일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산업재해 인정)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유방암을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이 사건 상병의 발병 경로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다소 비정상적인 작업환경을 갖춘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산화에틸렌 등 발암물질을 포함한 각종 유해화학물질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야간·연장·휴일근무를 함으로써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거나 자연경과적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됐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동안 근로복지공단이 방사선 노출이나 장기간의 야간노동을 수반하는 교대근무 등을 이유로 유방암 산재를 인정한 사례는 있었지만, 업무 중 유해 화학물질 노출에 따른 유방암 발병을 인정한 사례는 처음이다.

김씨는 지난 2006년 9월 주식회사 큐티에스에 입사해 2011년 11월 유방암 진단을 받을 때까지 약 5년 3개월 동안, 삼성전자 온양사업장 등으로부터 납품받은 불량 반도체 칩(납볼)을 화학물질을 이용해 떼어내고 이를 씻어낸 뒤 고온의 설비로 재가공 하는 일을 해왔다.

이 사건 사업장의 상시 여성근로자 20여 명 중 김씨를 포함한 4명에게 유방암이 발병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복지공단은 이 사건 요양급여신청을 불승인했으나, 법원이 그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린것이다.

아울러 이 사건 소송 과정에서는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제42조)에 의거 사업장으로부터 제출받은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 전문을 법원의 요청에 따라 제출함으로써, 사업장의 유해물질 노출 관리 실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동안 고용노동부는 삼성반도체 사업장으로부터 제출받은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에 대해서는 ‘영업비밀’등의 사유를 들어 법원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제출하지 않아, 정부가 삼성전자의 정보 은폐 요구에 무분별하게 협조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러한 문제도 전면 개선되기를 기대한다”며 “근로복지공단은 판결을 겸허히 수용하고, 부당한 상소로 당사자의 고통을 연장하지 말라. 반도체 사업장은 안전보건관리를 소홀히 하여 노동자들을 병들게 한 책임을 통감 하고 제대로 된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고,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공단 등 사업장 환경 관리 감독기관은 작업환경측정과 역학조사를 철저히 해 원하청 모든 반도체 노동자의 안전한 작업환경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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