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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 전문지

민선 7기 지자체에 바라는 것들!

이권능(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연구소 ‘함께 살기’ 소장)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주진보 진영의 완전한 선거 승리는 이례적인 사건이다. 예전에도 없었고 향후에도 유사한 결과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이다. 이번 결과는 더 나은 사회의 건설에서 현재의 보수적 정치 세력이 걸림돌이 됨을 국민의 다수가 인식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 줬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숨겨진 칼날이 있다.

민선 7기의 역사적 사명

기대가 큰 만큼 민선 7기가 제대로 못하면 국민의 실망이 클 것이며, 실망이 크다면 세기적 전환을 해야 하는 우리 사회의 역사적 발전 경로가 뒷걸음질 치게 될 위험이 있다. 이런 상황이 오면 사회 변혁을 주도할 현실 정치 세력의 부재가 우리 사회를 무기력에 빠지게 할 것이며,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극도로 커져 정치적 무관심이 팽배해 질 것이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경제적-제도적 자원을 독점한 일부 엘리트들의 이기적 이익을 위한 독주를 막을 수단을 잃게 된다. 그렇기에 이번 민선 7기의 민주진보 진영의 당선자들은 실상은 엄청난 압박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녹록하지 않은 현실 때문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지자체 발전 위해 주민 참여의 통로를 확대해야

지방선거는 지방자치단체장을 중심으로 선거 이전에 이미 지역의 세세한 현황과 다양한 현안에 대한 파악과 분석의 과정이 겪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지역에 뿌리를 두는 시민단체들의 공론화 활동이 지역 정치와 연결되며, 이에 기반을 둔 도정 또는 시정의 틀(방향, 실현 가치들, 비전)과 다양한 공약들이 만들어진다. 선거 후에는 시민들의 요구 사항들과 공약들을 기준으로 지방정부의 기존 업무와 현안들을 파악하고 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를 담당하는 것이 인수위원회 활동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가지고 새로운 지방자치단체장은 향후 재임기간 동안의 실제적인 운영 방향, 실현 과제 및 공약의 이행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이에 대한 로드맵을 구성하게 된다. 만약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지방자치단체장의 향후 활동은 크게 제약을 받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결국, 최종적으로 ‘웃는 사람’은 지역 토호세력과 그들과 밀착된 공무원 집단이 될 것이다.

이런 조건 하에서 움직이는 지방자치는 선거 다음날부터 인수위원회를 둘러싼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장의 인수위원회는 법적 근거가 없이 행정안전부의 지침에 의존해 설치되고 있으며, 대전광역시와 제주특별자치도 그리고 1개의 지자체만이 제정된 조례에 의거하고 있다. 더군다나 인수위원회의 활동 기간도 겨우 2주 남짓이어서 제대로 된 현안 분석과 평가 그리고 공약의 실행에 대한 거시적 방안 마련이 어렵다.

인수위원회에 대한 근거가 미약하니 인수위원회에 대한 지원이 미비하며 공무원들의 인수위원회에 대한 대응도 시원치가 않다. 더 나아가 인수위원회의 강압적 태도에 대한 비판이 덧붙여져 실효성 논란마저 발생한다. 최근 경기도의 인수위원회에 대한 날선 비판들이 이런 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경기도만이 아니라 인수위원회에 대한 크고 작은 일들이 도처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인수위원회의 구성과 활동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어차피 당선자가 공무원들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을 것인데, 인수위원회를 따로 두어 이중으로 업무 보고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비판은 민주주의 관점에서 보면 어불성설이다. 왜냐하면 앞서 말했듯이 당선자의 공약들과 현안에 대한 평가는 지방자치단체장 혼자서 만든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관심이 많고 실제로 지역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여러 시민사회 세력이 협력한 결과이며, 따라서 이 공약을 만들고 현안을 평가해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핵심적 실현 과정이기 때문이다.

인수위원회 시기가 끝나면 지방자치단체장은 본격적으로 지방공무원들과 업무를 시작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임기 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도정 또는 시정의 방향,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 체계, 달성하고자 하는 비전 등이 구체화돼야 한다. 당선 이전에는 지방 정부의 재정적 현실이라든지 중앙 정부와의 관계가 실질적으로 어떻게 맺어 있는지를 정확하게 몰랐기 때문에 이런 틀이 명료성이 다소 떨어진 것이었으니, 이제는 이를 지방자치단체의 실상과 실태에 근거로 바로잡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주로 사용되는 것이 중장기 발전 계획이라든지 각종 기본계획들이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 이제까지 만들어낸 이런 계획들을 분석해 보면 천편일률적이며, 내용에 있어서도 매우 피상적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는 건강도시, 여성친화도시, 가족친화도시 등은 명목상으로만 도입되었을 뿐이지 실제로 어떤 긍정적인 결과를 낸 경우는 매우 드물다. 따라서 이번 민선 7기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은 그간에 형성한 자기 지역에 대한 이해와 인수위원회의 활동 결과들 그리고 향후 개진될 여러 위원회의 활동들을 통해 특히 지역 시민세력의 합리적 요구들을 받아 안으면서 적절한 도·시정의 운영 패러다임과 로드맵을 도출해내길 기대한다.

중앙과 지방간의 기능 및 역할 분담에서 비체계성과 칸막이 행정을 극복해야

현재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운영 패러다임과 로드맵이 실제로 달성될 것인가의 문제는 중앙과 지방간의 기능 및 역할의 분담 구조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아쉽게도 현실은 중앙에 집중적이며 중앙이 주도하는 분담 구조여서 현 시점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중앙은 지방을 중앙정부의 정책을 집행하는 도구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고, 지방은 중앙을 지역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자금 조달의 창구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개별적 사업의 해당 성격이 중앙의 것인지 지자체의 것인지를 따지는 것보다 14개의 분야와 각 분야의 부문들 중 어느 것들이 중앙이 관할하고 지자체가 관할할 것인지에 대한 역할 분담 체계가 필요하다. 프랑스의 경우, 건강 분야는 광역 시·도 차원에서 관장한다. 중앙정부는 세금을 거둬 광역시에 내려 보내고 전체적인 건강 체계의 기획과 조정을 할 뿐 광역시에 최대한의 자율성을 부과한다. 따라서 건강과 관련된 어떤 구체적 사업을 할 것인지는 배정된 예산을 어떻게 사용할지, 단기·중장기적으로 의료 공급은 어떻게 할 것인지, 건강 관련 주요 현안들은 이해 당사자를 포함하여 어떻게 결정할 지 등을 광역 시·도가 정한다.

이번 민선 7기 기간에는 매번 논의만으로 끝난 중앙과 지방간의 적절한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져 정책 영역별로 주어진 목표를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길 바란다. 무엇보다도 예산상의 기능별 분류에 따른 사회복지 분야와 보건 분야의 기능과 역할이 적절히 체계화되길 바란다.

여기에 덧붙여야 할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칸막이 행정으로 인한 협업의 부족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조직 체계상 국가의 일을 실행하는 일선에 해당한다. 따라서 현실에서 세세한 문제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장소이며, 이런 문제들에 대해 중앙정부는 제대로 인식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문제는 정책 사업이 행정상 나눈 기능이나 분야들을 넘나들기 때문에 부서간의 협업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보건소가 운영하는 방문건강사업은 현재 진행 중인 ‘주민센터의 복지허브화 사업’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초등학생들에게 수영 교육을 제공하는 사업은 건강을 관할하는 사업과 체육시설을 관할하는 부서와 직결된다.

하지만 현재의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이 보여주는 실상은 이런 연계된 영역에서 사업에 대한 배타적 처신들이다. 이를 넘어서야만 다양한 행정서비스, 사회서비스, 교육서비스들이 혼선 없이 유기적으로 작동하여 시너지를 낳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민선 7기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반드시 부서간의 협업을 주도할 수 있는 부서를 단체장 산하에 직속으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 이 부서에서 복수의 부서가 연계된 사업들을 관장하고 관련 부서의 공무원들을 모아 협의하는 과정을 제도화시켜야 한다.

중앙과 지방간의 재정 상 비합리적 기능 배분을 극복해야

중앙과 지방 간 기능의 적절한 배분과 부서 간 협업의 진작과 더불어 당장에 필요한 것은 지방 재정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다. 주민의 삶의 질과 관련된 사업들은 대부분에는 공공 재정이 소요됨으로 이를 확보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야 한다. 재정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얼마나 자율적인가를 의미하는, 달리 말하면 실질적으로 재량껏 사용할 수 재원의 비중을 의미하는 재정자주도가 일차적인 논의의 대상이 된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의 간여로부터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은 지방세 수입과 지방세외 수입으로 구성된 자체 재원과 더불어 지방교부세와 조정교부금 등을 포함한다.

특히, 지방교부세는 국가가 지방자치단체에게 교부(법률적 의미로 “물건이나 금품을 단순히 넘겨주는 것”)하는 세금으로 「지방교부세법」에 따라 내국세 수입의 19.24%를 재원으로 마련된다. 원래는 지방자치단체의 세수입인 것을 국가가 대신 징수하여 일정한 기준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재배분하는 세금으로, ‘교부’라는 법률적 용어의 의미, 즉 “물건이나 금품을 넘겨준다”는 의미에 그 성격이 잘 드러난다. 이런 자율 재원의 전체 재원에 대한 비율은 일반회계와 당초 예산을 기준으로 했을 때 지난 5년간 73.45%에서 75.26% 사이에 위치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상당한 자율권을 갖는 듯하다.

하지만 이런 재원의 자율적 성격은 사회복지 분야와 보건 분야에서는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 이 영역에서는 지방자치단체는 다른 영역과는 달리 실질적으로는 중앙정부의 예산 사용처에 대한 결정에 보다 예속되어 있다. 이때 사용되는 도구가 바로 보조금제도와 이와 결부된 보조 사업들이다. 특히 기초자치단체는 보조 사업에서 이중으로 제약을 받는데, 하나는 중앙 정부와 연결된 국고 보조 사업으로 인해, 그리고 다른 하나는 광역자치단체와 연결된 시·도비 보조 사업에 의해서다.

지방자치단체의 전체 재정 중에서 보조 사업에 투여되는 재정의 비중은 2018년 회계연도(순계, 일반회계+특별회계+기금)의 경우에 37.6%로 그리 높지 않지만, 사회복지 분야는 사회복지에 투여된 전체 재정의 87.3%가 보조 사업에 배정됐다. 보건 분야의 경우에는 보조 사업의 비중이 다소 낮지만 그래도 67.1%에 달한다. 결국,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을 구성하는 사회복지 분야와 보건 분야의 재원은 비록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된 것이지만 중앙정부가 보조금을 제공하면서 지방자치단체에 일부의 재원을 마련하도록 하거나 지방자치단체 간에도 광역자치단체가 동일하게 보조금을 제공하면서 기초자치단체에게 일부의 재원을 할당하라고 강제되는 재원들이다.

요컨대, 우리나라의 사회보장 재정(사회복지 분야 + 보건 분야)의 중앙과 지방간의 역할 분담을 보면, 중앙정부가 정책 수립과 재원 조달을 주도하고, 지방자치단체가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고 사업을 집행하고 있다. 이때 핵심적 수단이 국고보조금 제도로 사회보장 재정의 중앙-지방 정부 간을 잇는 재정 운영 시스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는 크게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로 나뉘는데, 전자는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도, 특별자치도로 구성되고 후자는 시·군·구로 구성된다. 각각의 유형들은 인구의 구성, 재정 능력, 세입 구조, 재정 능력 그리고 세출에 있어서의 분야별 위계 구조 등에 있어 차이를 보인다. 이런 차이들은 사회보장 지출의 규모나 구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각기 상이한 조건하에서 가장 적절한 사회보장의 세부 사업들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조 사업 시스템으로 인해 사회복지 분야와 보건 분야의 정책들은 거의 유사한 모습을 띠고 있어 지방자치단체의 현실에 부합하는 독자적 정책 사업의 부족을 낳는다. 현재 사회보장 분야의 자체 사업들은 주로 청소년수련과, 경로당 희망근로, 다문화가정 지원, 출산장려금, 사회복지시설 리모델링 및 신축 사업 등이다. 그 자체 사업들의 유형은 몇 개밖에 되지 않으며, 지방자치단체 내에서 별다른 차별이 없이 획일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사회보장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8% 내외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국고보조금에 얽매인 사회보장 정책 사업의 망은 현실적 필요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재정 상황이나 복지국가의 발전 정도가 그리 높지 않은 면을 고려한다면 이해할 수는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본적인 내용들을 넘어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는 지출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본적인 사업들은 국가-광역자치단체-기초자치단체 간의 매칭으로 진행할 지라도 각 지자체에 맞는 세부 사업들을 창안해내고, 여기에 재원을 일정 부분을 과감히 투여해야 주민들의 삶의 질을 효과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이때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기본적인 사업들이 현실의 요구들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할 경우 보충할 수 있는 사업을 구상하는 방법이 있다. 기본적인 욕구들임에도 불구하고 보조 사업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들은 자체적인 사업을 통해 충족시켜줄 수도 있다. 기본적인 욕구를 넘어 최근에 강조되고 있는 여가, 직업교육, 문화, 도시재생 등에서도 기존의 관점이 아닌 사회보장의 관점에서 새로운 세부 사업들을 제시할 수도 있다.

지방의 사회보장 적정 지출 확보 방안

사실 사회복지와 보건 분야에서 보조 사업의 비중이 크다는 점이 곧바로 사회복지와 보건 분야에 커다란 문제를 직접적으로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사회보장의 구체적인 급여들이 중앙 정부에 의해서 제공되든 지방자치단체에 의해서 제공되든 별 상관이 없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영역에서 어떤 욕구에 대응한 제도들을 어떤 내용들로 채워 만들 것인지를 선정하는 과정과 그렇게 형성된 제도를 실제로 운영하는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여 그런 제도들이 실제로 자신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도록 강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보장 사업들이 중앙정부에 예속되어 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사업의 수와 규모 그리고 사업에 투여되는 재정의 크기가 부족한 현실이 더 큰 문제가 된다. 특히, 기존에 사회복지 분야와 보건 분야에 배분된 재원의 크기를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늘리거나 아니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을 합친 재정의 크기를 늘려 사회보장 분야에 늘어난 만큼을 배정해 준다면 보조 사업의 비중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사회보장 분야에 새롭게 배분된 재원을 자체 사업에 배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즉, 문제의 핵심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사회보장 분야에 돈을 적게 쓰는 것이 문제의 요체인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복지와 보건 분야를 아우르는 사회보장 분야에 새롭게 투여할 재정을 마련하는 방법이 현실에는 없는 것일까? 완벽하진 않지만 주어진 조건 속에서도 충분히 사회보장 재원을 늘릴 방법은 있다. 우선, 지방자치단체의 세입예산, 즉 수입을 늘려야 한다. 가장 자주 거론되는 것이 지방세를 늘리는 것이다. 이는 언젠가는 풀어야 할 숙제이지만 당장에 실현되기는 어렵다. 당장의 실현 가능성의 측면에서 보면 우선 순세계잉여금을 최소화해야 한다. 순세계잉여금이란 매 회계연도에 실제로 거둬들인 세입과 실제로 사용한 세출의 차액을 의미하는데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순세계잉여금의 규모는 상당하다. 2016년 결산 기준으로 경기도의 기초자치단체의 경우를 보면, 최종 예산 대비 순세계잉여금의 규모는 3%에서 많게는 32%였다. 적게는 몇 십억 원, 많게는 2천억 원에 가까운 돈이 제대로 쓰이지 않는 것이다. 이 예산을 사회보장 영역에 쓸 수 있다면 주민의 삶의 질은 크게 향상될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세외수입을 늘리는 것인데, 이 경우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이용료를 늘리는 방안이 강구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사회서비스의 경우에는 민간 위탁의 형태를 띠고 있다. 물론 직영 체계로 바꾸는 과정에서 많은 예산이 소요될 수는 있으나 일단 직영으로 전환한 다음부터는 생산 비용을 줄임과 동시에 사용자에 대한 요금도 챙길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직업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이 좋아질 것이고 이로 인해 요금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완화될 것이다.

수입을 늘리는 방법과 더불어 지출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도 주요한 방안이다. 사업 기간이 만기가 된 일몰 사업이나 관행적으로 계속해오던 사업을 없애고, 축제나 행사 그리고 일회성 사업들을 최소화한다면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시설을 신설하는 것도 최소화하여 임대로 돌리고 신설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그리고 점진적으로 한다면 적지 않은 지출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예비비로 배정된 액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관례적으로는 예산 총액의 1% 내에서 예비비를 준비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여기고 있으나 2018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했을 때 지방자치단체의 36.6%가 1.5% 이상을 예비비로 두고 있다. 3.0% 이상을 준비해둔 지방자치단체의 비율도 11.1%나 된다. 예비비를 마련하는 것은 필요한 것이지만, 그 규모는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방안은 지출구조를 재조정하는 것이 시급하다. 정책 분야와 정책 사업의 우선순위에 의거하여 예산 배분을 한다. 필요한 분야, 부문, 사업에 더 많은 배정을 하고 상대적으로 덜 필요한 분야, 부문, 사업에 덜 지출한다. 그리고 정책 사업의 성격에 따라 필수/부차, 확대/축소, 통합/유지/분리, 유지/중단/ 폐지, 당장/연기 등으로 재분류해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가적으로 유사 지자체들과 비교해 과다하게 지출되는 예산 사업을 찾아내어 축소하는 것과 국비/도비 보조 사업과의 중복이나 자체 사업들 중에 기능이 중복되는 사업을 찾아내어 통합 또는 폐지하는 것도 좋은 지출 구조조정의 방안이 될 수 있다.

한때, 도로, 철도, 건물 등을 확대하는 것이 지자체 정책 사업의 전부였던 적이 있다. 이런 시대는 역사적 유물이 되어 가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만이 아니라 중앙정부 수준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사회간접자본이나 토목 사업에 투여되던 예산을 크게 줄어들고 있으며, 이 예산들이 사회보장의 영역으로 재배분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추세이다. 그리고 예산의 효율적 집행과 결과의 효과성을 담보하기 위한 노력들이 최근에 크게 부각되고 있다.

더 이상 공공 재정은 ‘눈 먼 돈’이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실질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인식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운동이 일고 있다. 이번 민선 7기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얼마나 넓은 영역에서 이런 작업을 시행하는지에 달려 있다. 이런 변화가 전국적으로 그것도 최대한 빨리 모든 영역에서 진행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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