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급식 노동자의 폐암 산업재해 신청이 급증하는 가운데, 노조와 진보당 정혜경 의원실이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였다.
이 자리에서 폐암 산재 당사자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과 제도적 미비를 증언하며 생계와 치료의 고통을 호소하였다.
30일 오전 11시 20분,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위원장 민태호)과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학교 급식 노동자의 직업성 폐암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공동 주최했다. 폐암 산재 당사자 5인이 직접 참석해 열악한 노동 현실을 증언하고 정부에 종합적인 대응 방안을 요구했다.
2025년 8월 기준으로 학교 급식 노동자의 폐암 산재 신청은 총 213건에 달했으며, 이 중 178건이 승인됐다. 9월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15명으로 집계되는 등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참석자들은 정부가 9월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이 사망사고 감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직업성 질병에 대한 실질적 대책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 “아이들을 위한 급식 자부심, 남은 건 망가진 몸”…당사자들의 호소
광주지부 소속 박지윤 조합원은 폐암 3기 진단 후 재발과 치료를 반복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 조합원은 “아이들을 위한 급식을 만든다는 자부심 하나로 일했지만 남은 건 망가진 몸과 생계 걱정뿐”이라고 토로하며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근무 기간이 10년이 안 돼 산재 불승인 판정을 받고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 대구지부 강선미 조합원의 발언은 정경희 대구지부장이 대독했다. 강 조합원은 “청천벽력 같은 폐암 진단은 가족 전체의 삶을 흔들었다”고 밝히며, 반지하 조리실, 환기 시설 미비, 음식물 소각처리기 유해 연기 등 열악한 근무 환경이 폐암의 원인이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단순 근무 기간만으로 산재를 판단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라며, 정부가 조리실 환경과 업무 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예산 핑계 말고 종합대책 마련 촉구…제도 개선 요구도 봇물
민태호 학교비정규노조 위원장은 “추석을 앞두고 가족들이 모여 따뜻한 시간을 보내지만, 폐암으로 돌아가신 분의 가족들은 뻥 뚫린 가슴을 안고 살아간다”며 정부의 책임 회피 중단을 촉구했다. 민 위원장은 “정부는 더 이상 ‘예산이 없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폐암 산재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학교 급식소에서 공무수행 중 폐암에 걸려 순직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규정하며, 정부가 피해자들의 증언에 귀 기울이고 공공부문부터 산업안전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수정 학교비정규노조 노동안전위원장의 낭독으로 발표된 기자회견문에는 폐암 예방을 위한 유급질병휴직제도 도입, 피해자 지원 및 보상 대책 마련, 관계기관 합동대책기구 구성 등의 요구가 담겼다.
기자회견 후 진행된 당사자 간담회에서는 산재 인정 후에도 치료비 전액 환수 통보를 받는 등 제도적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광주지부 조합원은 산재 지정 병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응급실 외 보상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3천만 원을 부담하게 된 사례를 증언했다.
또한 급식실 대체 인력 부족으로 인해 아파도 쉴 수 없는 구조적 문제도 지적됐다. “쉬려면 우리가 대타를 구해야 하고, 못 구하면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나가게 된다”는 증언은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경북과 대구지부 조합원들은 800명 이상의 학생을 대상으로 조리하면서도 협소한 조리실과 부실한 환기시설 때문에 고통받는 현실을 고발했다. “여름엔 옷을 하루에 5~6번 갈아입을 정도로 덥고, 환풍기 성능이 약해 연기 마시고 기절한 사람도 있었다”는 증언과 함께 환풍기 역회전, 조리 중 바깥으로 머리를 내밀고 작업해야 했던 사례 등이 이어졌다.
위생 점검을 앞둔 과도한 약품 사용으로 인한 연기 흡입 사례와 조리흄 흡입으로 인한 폐 손상 가능성, 그리고 “1500명 분량의 전을 부치려면 핑 돌 정도로 힘들다”는 고강도 노동의 실태도 보고됐다. 폐암 산재 신청 과정에서 당사자에게 실질적인 치료비 지원과 심리상담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절규는 열악한 공공부문 노동 환경의 현주소를 보여주며, 국가의 즉각적인 개입과 전면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함을 시사했다. 정부는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종합 대책을 지체 없이 내놓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