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 2년 만에 ‘정권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 속에, 교원·교수·학부모·시민단체들이 모여 ‘국가교육위원회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발족하며 위원회 정상화를 강력히 촉구했다. 4일 오후 10시 30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1기 국가교육위원회의 파행적 운영을 지적하며 2기 위원회의 전면적인 개편을 요구했다.
공대위는 국가교육위원회가 2022년 야심 차게 출범하며 교육의 백년지대계를 설계하는 독립적 중장기 교육정책 기구로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 2년간의 운영 결과는 교육계와 시민사회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립성과 대표성이 실종되고, 위원회 운영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둘렸다고 비판했다.
■ 1기 국교위, 특정 인사 편중 및 숙의 없는 졸속 의결 비판
1기 국가교육위원회는 출범 당시부터 특정 성향 인사의 편중 임명, 교육 주체의 배제, 회의 비공개, 숙의 생략 등으로 운영 전반이 파행을 거듭했다고 공대위는 지적했다. 특히 2022 개정 교육과정 심의 과정에서는 위원회 내부 갈등과 교육부의 개입이 겹쳐 숙의 없는 졸속 의결, 성평등·민주시민교육의 후퇴, 사교육 유발 정책 기조 유지, 다수결 폭주가 그대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위원장과 일부 위원이 역사 왜곡 논란, 리박스쿨 등 극우 단체와의 연계 의혹으로 국민적 신뢰를 더욱 실추시켰다고 덧붙였다.
박영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농사를 짓는 데는 1년의 계획이 필요하고 나무를 심는 데는 10년의 계획이 필요하며 사람을 키우는 데는 100년의 큰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그 100년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국가교육위원회의 현재 모습은 참담하다”며, “참담한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교육주체들의 절박함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발언했다. 그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애초 정권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국민적 공론과 참여 속에 교육 백년대계를 수립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으나, 현재의 위원회는 이러한 취지와 완전히 결별했다고 비판했다.
■ 2기 국교위, 교육 주체 실질 참여 및 독립성 확보 요구
공대위는 오는 9월 출범할 2기 국가교육위원회가 더 이상 형식적인 위원회, 정치의 거수기, 현장을 배제한 졸속 심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교사, 교수, 학부모, 학생, 시민 등 교육 주체가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구조, 정치로부터 독립된 숙의형 기구, 투명하고 책임 있는 국민 참여 기반 정책 심의기구로 반드시 거듭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영환 위원장은 “정치권의 눈치만 보는 구조 속에서 교육의 독립성은 훼손되고 교육 현장까지 배제한 채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며, “가장 가까이에서 교육을 책임지는 이들이 배제된 결정으로 어떻게 교육 백년대계를 논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박은경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국교위 제일의 과제가 체계 재편이라며, “정권에 따라 변하는 교육부의 ‘교육’ 정책의 불안정성에 대한 비판적 반성이 국교위 논의의 출발점이었음을 명백히 재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국교위는 문재인 정부에서 법률이 제정되고 출범했으나, 대통령과 정부 부처 고위 인사들로 채워지도록 입법되어 정권의 의지가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변질되었다고 비판했다. 그녀는 국교위 구성이 정권의 직접적 영향을 배제할 수 있도록 전면 개편되어야 하며, 대통령과 행정부 인사 또는 이들이 추천하는 인사는 배제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위대현 전국교수노동조합 대외협력실장은 “국가교육위원회는 우리 교육시민사회가 정권을 초월하는 그야말로 백년대계의 교육개혁을 위해 20여년을 줄기차게 요구하여 만들어진 기구”라고 설립 취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1기 교육위원회에 대한 평가는 정파주의 또는 교육부의 거수기라는 단어로 대변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교수단체를 비롯한 다양한 교육주체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구조, 교수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 그룹들이 정책을 생산하는 시스템과 숙의 민주주의를 통해 교육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국가교육위원회가 2022년 출범 이후 수 차례 국민을 실망시켰으며, 지난 3년간 법률이 정한 설립 목적에 위배된 행태로 일관했고 운영 면에서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구태를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교육위원회가 “미래 교육의 청사진”을 제시한다는 슬로건만 내세웠을 뿐 아무런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했으며, “사회적 합의”는 온데간데없고 ‘폐쇄적 운영’, ‘밀실 기구’라는 오명만 남겼다고 비판했다. 공대위는 이러한 국가교육위원회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으며, 법률의 미비함을 고치고 운영상의 구조적 문제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대위는 이러한 정상화를 위해 7월 국회 토론회를 시작으로 1기 운영의 문제점을 알리고, 입법 개선 활동, 현장 의견 수렴, 교육 주체 간 연대 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대위 발족은 국가교육위원회가 본연의 역할을 되찾아 진정한 교육 개혁을 이끌어내기를 바라는 교육계와 시민사회의 강력한 염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공대위의 활동이 국가교육위원회의 변화를 이끌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