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만금국제공항 사업 계획을 취소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국토교통부가 공항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 안전과 생태계 보호에 대한 부실한 조사 및 평가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업의 정당성과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대규모 개발 사업에 있어 안전성과 환경 영향 평가를 더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는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는 분석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환경보건위원회와 녹색법률센터는 12일 성명을 통해 이 같은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1일,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국토부가 조류 충돌 위험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고, 그 결과를 입지 선정에 충분히 반영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항 인근 조류 서식 환경에 대한 영향 조사 역시 부실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문제들로 인해 공항 개발 사업의 필수 조건인 ‘이익형량’의 정당성과 객관성을 상실했다고 보아, 계획을 취소했다. 이 판결은 개발 사업 계획 시 국민의 안전과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이고 충실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실효성 있는 구체적 저감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해당 사업은 취소를 피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 조류 강제 이주·대체 서식지 조성, 실효성 없는 ‘꼼수’
지난 1991년부터 시작된 새만금 매립 사업은 서해안 갯벌을 육지로 바꿔 놓으며 수많은 생태계의 보고를 파괴했다. 마지막 남은 수라갯벌과 인근 서천갯벌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의 주요 기착지다.
이 공간마저 공항 건설로 사라진다면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온 철새들은 쉴 곳을 찾다 지쳐 죽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해 왔다. 이 사업은 갯벌이라는 거대한 탄소 저장소를 탄소 배출 시설인 공항으로 바꾸는 행위로, 기후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법원은 국토부가 사전 타당성 평가에서 조류 충돌 위험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도 특별한 근거 없이 위험도를 낮게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가 제시한 조류 보호 대책 역시 실효성이 없다고 결론내렸다. 대체 서식지 조성과 법정 보호종 강제 이주 방안은 조류가 대체 서식지로 이동할 것이라 단정할 수 없고, 현실적으로도 실현 가능한지 의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 핵심은 ‘입지 선정’, 환경영향평가와 별개로 공정하게 평가돼야
법원은 이전까지 형식적이고 소극적으로 판단해왔던 개발 사업자의 저감 방안에 대해, 이번 판결을 통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실현 가능성을 따져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근본적으로 입지에 문제가 있는 개발 사업은 환경 훼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판결의 핵심이다.
아무리 그럴듯한 저감 방안을 제시하더라도, 입지가 부적절하면 환경 훼손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개발 사업을 위한 입지를 공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법원은 강조했다.
민변 환경보건위원회와 녹색법률센터는 국토부에 더 이상 이 사건에 대해 다투지 말고, 향후 모든 개발 사업에서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입지를 평가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국회와 정치권을 향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입지 평가 절차를 우회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판결은 환경을 무시한 무분별한 개발에 경종을 울리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생태계 보전과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개발 정책의 기조를 수립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