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번호이동 가입자 유치를 제한하기 위해 판매장려금을 조율한 담합 혐의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에 총 963억 원의 과징금을 최종 부과했다. 특히 SK텔레콤이 388억 원으로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 ‘경쟁 회피’ 담합의 전말
7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이통3사에 담합 사건 관련 의결서를 발송했다. 의결서는 법원의 판결문 격으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액 등이 담긴 공정위의 최종 판단문서다.
공정위는 이 합의 뒤 경쟁이 제한됐고, 번호이동 건수도 크게 줄었다고 봤다. 실제로 하루 평균 번호이동 총 건수는 2014년 2만 8천여 건에서 3사 합의가 있었던 2016년 1만 5천여 건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또, 2022년에는 7천여 건으로 합의 이전인 2014년 대비 75%나 감소했다. 이는 담합 행위가 소비자들의 통신사 선택권을 제한하고 시장 경쟁을 저해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였다.
이번 과징금은 당초 잠정 결정된 1,140억 원에서 177억 원이 감경된 963억 원으로 확정됐다. 회사별로는 SK텔레콤이 388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KT 299억 원, LG유플러스 276억 원 순이었다. 과징금 규모가 줄어든 것은 공정위가 알뜰폰으로 이탈한 번호이동 가입자 매출과 법인, 특판 영업 등 비해당 매출을 제외하고 관련 매출액을 재산정했기 때문이었다.
■ 담합이 억눌렀던 번호이동, 최근 다시 활성화
하지만 공정위의 제재와 더불어 정부의 적극적인 경쟁 촉진 정책이 효과를 보이면서, 최근 번호이동 시장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집계에 따르면 단말기유통법(단통법) 시행 전인 2013년 1000만 건에 달했던 휴대폰 번호이동은 2022년 453만 건까지 곤두박질쳤지만 2024년 한 해 동안 휴대폰 번호이동 누적 건수는 전년 대비 12.1% 증가한 629만 5188건을 기록하며 7년 만에 600만 건을 넘어섰다. 특히 이통 3사 가입자 간 번호이동은 전년대비13.8%, 알뜰폰 가입자 간 번호이동은 24% 각각 증가하며 시장의 역동성을 보여주었다.
■ 단통법 폐지·갤럭시 신작 출시… 7월, 사상 초유의 ‘번호이동 격전지’
단통법이 아직 적용되던 시기임에도 2024년 번호이동이 증가한 데에는 정부의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도입 등 경쟁 촉진 정책의 영향이 컸다. 통신사들이 소비자 유인책을 강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7월은 이동통신 시장이 사상 유례없는 격전지로 변할 전망이다. SK텔레콤이 오는 14일까지 타사로 번호이동(해지 포함)하는 고객의 위약금을 전액 면제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8월 이용요금 50% 할인, 연말까지 매월 50GB 데이터 지급 등 파격적인 보상 패키지를 선보였다.
여기에 오는 22일부터는 11년 만에 단통법이 전면 폐지된다. 통신사와 판매점의 보조금 상한선과 공시의무가 사라지면서 각 사는 기존 공시지원금의 15% 내에서만 줄 수 있었던 추가지원금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된다. 이에 통신3사 간 보조금 경쟁이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KT는 번호이동 지원금과 공시 지원금을 합쳐 최대 100만 원을, LG유플러스는 일부 단말기에 한해 120만 원 이상의 보조금을 제공하며 치열한 고객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무엇보다 오는 9일 공개되는 삼성전자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Z플립7·폴드7’ 시리즈가 단통법 폐지와 맞물려 역대급 보조금 경쟁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신규 스마트폰이 공개 후 약 일주일 뒤 판매를 개시하는 것을 감안하면, 출시와 동시에 대규모 마케팅과 지원금을 앞세워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SKT 위약금 면제, 단통법 폐지, 갤럭시 신제품 출시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7월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번호이동 전쟁이 펼쳐질 것”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구매가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정확한 정보 확인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이통 3사 반발…행정소송 예고
이동통신 3사는 공정위의 이번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해당 행위가 방송통신위원회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집행에 따른 결과였을 뿐, 담합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며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공정위는 각 사에 의결서를 송달했으며, 통신사들은 송달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소송 여부와 관계없이 과징금은 집행 절차에 들어가며, 추후 승소 시 환급된다.
이번 과징금 부과 결정은 과거의 담합 행위를 단죄하는 동시에,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번호이동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법원의 최종 판단이 공정위의 손을 들어줄지, 아니면 통신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이러한 법적 다툼이 향후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구도와 소비자 혜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