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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사진=KB금융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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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 양종희 회장 연임, ‘67% 룰’ 관문 넘을까… 이자 장사 속 5.8조 이익과 ELS·담합 그림자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사진=KB금융그룹 제공.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사진=KB금융그룹 제공.

금융업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KB금융지주를 주시하고 있다.

양종희 회장이 주요 금융지주사 가운데 처음으로,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강화된 지배구조 개선안의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 금융지주 회장 연임 요건을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을 요구하는 ‘특별결의’로 상향하는 이른바 ‘67% 룰’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당국은 고착화된 ‘이너서클’ 문화를 타파하기 위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대폭 강화한다. 통상 ‘2+1년’으로 통용되던 사외이사 임기 관행에 제동을 걸고, 성과 평가에 따른 보수 차등 지급과 임원추천위원회 회의록의 외부 공개를 검토하는 등 지배구조 전반에 걸친 고강도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취임 후 ‘역대급 실적’을 연이어 갈아치운 양 회장이지만, 당국이 설계한 이 촘촘한 그물망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숫자로 증명한 ‘경영 능력’이 금융의 본질인 ‘신뢰’를 희생시킨 대가라면, 그 화려한 성적표는 연임의 티켓이 아닌 엄중한 심판의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재임 구조를 ‘부패한 이너서클’이라 규정하며 포문을 연 데 따른 고강도 후속 대응이다. 당국은 연임 자체를 금지하는 인위적 방식 대신, 임기가 거듭될수록 주주의 판단 기준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수학적 압박’을 택했다.

현행 상법상 회장 선임은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는 ‘일반결의’ 사항이다. 그러나 새 기준이 도입되면 재임(2연임)부터는 주주의 3분의 2(66.7%)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 ‘특별결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만약 3연임에 도전한다면 출석 주주 75%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이는 우호 지분뿐만 아니라 반대파까지 설득해야 하는 유례없는 고차 방정식이다.

■ 국민연금·외인 합산 지분 30%의 위엄… ‘67% 룰’ 앞에 선 양종희

KB금융의 지배구조를 뜯어보면 당국이 제시한 ‘단계적 강화(67% 룰)’의 파괴력은 더욱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킹메이커’로 불리는 국민연금(지분 8.95%·3월 10일 공시 기준)의 행보가 변수로 떠오른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신한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에서 진옥동 회장의 연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전례가 있다.

특히 국민연금은 KB금융에 대해서는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유지하며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최근 하나금융, 우리금융의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전환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과거 사례도 부담 요인이다.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2020년 연임 당시 주주총회 찬성률이 56.43%에 그쳤다. 현행 일반결의 기준에서는 연임이 가능했지만,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새 기준이 적용됐다면 연임에 실패했을 수치다.

그래픽=뉴스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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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기관투자가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다. 캐피탈그룹(8.27%), 블랙록(6.02%), JP모건(5.37%) 등 주요 외국계 기관의 지분율을 합치면 약 20%에 달한다. 이들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에 동조할 경우, 연임을 위한 67% 찬성 요건을 충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심은 ‘33.4%의 거부권(Veto)’이 가진 파괴력이다. 일반결의(출석 주주 과반 찬성)와 달리 특별결의 체제에서는 출석 주주의 단 33.4%만 반대해도 안건이 무산될 수 있다.

국민연금(지분 8.95%)과 상위 외국인 기관의 합산 지분은 이미 29%에 육박한다. 여기에 의결권 자문사의 부정적 권고를 따르는 소액주주 등의 반대표가 조금만 더해져도 양종희 회장의 연임은 큰 위기에 처할 수 있다. 70%에 가까운 찬성표를 결집하는 것보다 34% 수준의 반대 블록을 형성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훨씬 수월한 상황이다.

특히 국민연금의 반대는 외국인 표심을 흔드는 ‘트리거’가 된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국민연금이 등 돌릴 경우, ISS·글래스루이스 등 글로벌 자문사의 부정적 권고가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국 외국인 투자자들이 반대나 기권으로 선회하는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져, 양 회장에게 넘기 힘든 통곡의 벽이 될 전망이다.

■ KB금융, 3년 연속 ‘5조 클럽’?… KB국민은행, 가계 빚더미 위에서 거둔 3.8조 순익

KB금융은 지난 2월 5일 2025년 연간 실적을 발표하며 당기순이익 5조 843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15.1% 증가한 역대 최대 실적이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4조 9716억 원)보다 8714억 원 많은 규모로, 3년 연속 리딩금융 지위를 공고히 했다.

계열사 중 핵심인 KB국민은행은 2025년 당기순이익 3조 86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8% 급증하며 4년 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았다. 신한은행(3조 7748억 원, +2.1%), 하나은행(3조 7475억 원, +11.7%)을 모두 앞선 결과다.

그러나 이러한 사상 최대 실적 이면에는 ‘이자 장사’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은행연합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2024년 최근 5년간 국내 은행 전체의 예대마진(이자수익 – 이자비용)은 총 261조 6382억 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시 5년치 예산 총액(약 212조 원)을 크게 웃도는 규모로, 국민이 낸 이자가 고스란히 은행 수익으로 쌓인 결과라는 지적이다.

최근 5년 이자비용 대비 이자수익 비교. 자료=은행연합회 제공, 박범계 의원실 재구성.
최근 5년 이자비용 대비 이자수익 비교. 자료=은행연합회 제공, 박범계 의원실 재구성.

특히 6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은 이자수익 대비 이자비용 비율이 모두 60% 미만으로, 고객에게 거둔 이자수익의 절반가량만 예·적금 이자로 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최근 5년간 이자수익 대비 이자비용 비율이 220.5%로, 농협은행(222.1%) 다음으로 높아 고금리 기간 동안 ‘손쉬운 이자 장사’로 막대한 수익을 쓸어 담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KB국민은행 NIM 1위 유지, 고금리 이자 장사 비판

이처럼 KB금융이 역대 최대 실적을 쓸어 담은 가운데, 국내 은행권의 ‘이자 장사’ 구조는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국내 은행들(시중+특수+지방)은 지난해 이자이익만 60조 4000억 원을 벌어들이며 사상 처음으로 60조 원 시대를 열었다. 금융감독원이 3월 발표한 ‘2025년 국내은행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 당기순이익은 24조 1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8.2% 증가했다. 순이자마진(NIM)은 소폭 하락했지만, 대출 자산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자수익이 폭증한 결과다.

특히 KB국민은행은 2025년 3분기 기준 NIM 1.74%로 4대 시중은행 중 1위를 유지했다. 3분기 누적 이자이익만 7조 8874억 원을 기록하며 압도적 선두를 달렸다.

이러한 추세는 연말까지 이어져, 2025년 한 해 동안 고객으로부터 거둬들인 총 이자수익은 22조 1,248억 원에 달하며, 여기서 예금 이자 등을 제외하고 은행이 순수하게 남긴 순이자이익만 10조 9,203억 원(연간 기준)에 육박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손쉬운 이자놀이 그만두고 생산적 금융에 나서라”며 여러 차례 강하게 경고했음에도, 은행권의 예대마진 의존 구조는 여전히 굳건했다.

대통령은 “은행 영업은 땅 짚고 헤엄치기식, 담보 잡고 이자 먹는 게 주축”이라며 “민간 소비에만 돈이 몰리는 현 구조를 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실적을 보면 그 경고는 공허한 메아리로 끝난 모양새다. 고금리 기간 서민들의 이자 부담은 커졌고, 은행들은 그 위에서 또 한 번 ‘역대급’ 이익을 챙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모르고 당했어요”… 고령층 노린 홍콩 ELS, KB국민은행 사태 중심

그래픽=뉴스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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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과 시장 일각에서 양종희 회장의 6조 원대 순이익을 단순한 ‘경영 능력’으로만 보지 않는 이유는 그 이익의 원천에 있다.

2024년 초 불거진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사태는 금융시장을 큰 혼란에 빠뜨렸다. 2021년 1만 2000선을 넘었던 홍콩 H지수가 2023년 말 5000선까지 폭락하면서 조 단위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은행권을 통해 판매된 홍콩 H지수 ELS 총 규모는 약 16조 3000억 원에 달했으며, 이 중 상당 부분에서 대규모 손실이 확정됐다.

특히 KB국민은행은 은행권 판매액의 절반 이상인 8조 1972억 원을 팔아 사태의 중심에 섰다. 이는 신한은행(2조 3701억 원)을 비롯한 다른 은행들을 압도하는 규모였다. 은행들은 예대마진 축소를 만회하기 위해 고위험 파생상품인 ELS를 ‘중위험·중수익’ 상품처럼 둔갑시켜 판매했다. 일부 영업점에서는 KPI 배점의 상당 부분을 ELS 판매에 할당하며 과도한 경쟁을 부추겼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전체 판매액 중 65세 이상 고령층 비중이 약 30%에 달했다.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고령 투자자들이 “모르고 당했다”는 피해 호소가 쏟아진 이유다. 충분한 위험 설명 없이 가입을 권유한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2024년 재무제표에 반영된 수천억 원대 배상 비용은 고위험 상품 판매로 거둔 수수료 수익에 뒤늦게 날아든 ‘청구서’에 가까웠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소비자에게 냉정했다.

2026년 1월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홍콩 H지수 ELS 투자자들이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투자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장래 지수 변동에 따른 손익 판단은 원칙적으로 투자자 책임”이라며 은행의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

은행을 신뢰하고 투자에 나섰던 고령층 피해자들은 결국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수익은 은행의 실적으로 남았지만, 신뢰는 회복되지 못한 채 무너진 금융권의 구조적 모순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대목이다.

■ 범죄 이력 부담 속 연임 도전… 양종희 회장 앞에 선 ‘ESG 가이드라인’ 장벽

KB국민은행은 홍콩 H지수 ELS 사태로 수천억 원대 배상 책임을 부담하고 있으면서도, 유사한 위법 행위를 반복했다. 금융당국의 제재 이력이 이를 입증한다.

2025년 12월 4일 금융위원회는 HSCEI 지수를 포함한 ELT 상품 판매 과정에서 설명확인의무와 녹취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KB국민은행에 과태료 3,600만 원을 부과했다.

이는 2021년 동일한 위반 사유로 10억 9,52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이후 또다시 적발된 사례다.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사회적 문제로 확산된 이후에도 현장의 불완전판매 관행이 개선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경영진이 강조해온 ‘고객 중심 경영’의 실효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내부 통제의 취약성은 관리자급 중징계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2024년 7월 26일 KB국민은행에서는 ‘여신 심사 및 사후관리 부적정’을 사유로 지점장이 정직 3월, 부지점장이 면직(해고) 처분을 받았다.

여신 관리는 은행의 핵심 기능이다. 그 책임선상에 있는 지점장급 인사가 최고 수위의 징계를 받았다는 것은, 개별 직원의 일탈을 넘어 내부통제 시스템 자체가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는 금융사고 예방 대책 미준수를 이유로 2024년 6월 부과된 6,000만 원의 과태료와 맞물리며, 내부 관리 체계 전반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다.

양종희 회장 재임 기간 중 확정된 가장 중대한 제재는 시장 질서 교란 행위다. 2026년 2월 2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LTV(담보인정비율) 관련 정보를 시중은행 간에 상호 공유하며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의 경쟁을 제한한 혐의로 KB국민은행에 과징금 697억 4,700만 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KB금융은 해당 사건에서 업계 두 번째로 높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정상적인 경쟁이 아닌 정보 공유와 담합을 통해 대출 시장의 가격 질서를 왜곡했고, 그 결과가 사상 최대 이자이익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연임의 성과로 제시되는 ‘6조 원대 순이익’의 성격 자체를 문제 삼게 만드는 지점이다.

가장 무거운 부담은 핵심 계열사의 형사 처벌 기록이다. 2024년 12월 24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라임펀드 판매 과정에서 수수료 고지 의무를 위반한 혐의 등으로 KB증권에 벌금 5억 원의 약식명령을 부과했고, 회사는 이를 전액 납부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제재가 아닌 명백한 형사 처벌이다. 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가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형사 책임을 확정받았다는 점에서, 거버넌스와 윤리 경영을 중시하는 글로벌 ESG 평가 기준상 중대한 결격 사유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주요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은 경영진 책임 하의 형사 처벌 이력을 거버넌스(G) 항목에서 가장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결국 양종희 회장이 마주한 성적표는 화려한 실적 수치가 아니다. 반복된 불완전판매 제재, 지점장급 면직으로 드러난 내부통제 붕괴, 700억 원에 육박하는 담합 과징금, 그리고 핵심 계열사의 형사 처벌 기록이 그것이다.

국민연금과 주요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약 30% 수준의 실질적 영향력이 이러한 ‘질적 리스크’를 어떻게 평가할지가 양종희 회장 연임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특별결의 체제에서는 출석 주주의 33.4%만 반대해도 안건이 부결될 수 있는 만큼, 국민연금(지분 8.95%, ‘일반투자’ 목적)과 ESG 기준이 엄격한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동조할 경우 연임 통과는 결코 쉽지 않다. 이들이 다시 한 번 3년의 경영 키를 맡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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