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쌓아둔 충당부채 3609억의 48%만 확정…판매·배상 당시 행장 이재근, 20일 KB금융 회장 선임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과징금이 확정되면서 KB국민은행이 은행권 전체의 절반가량인 1723억원을 물게 됐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과징금이 줄어든 것과 별개로 경영진의 무리한 실적 경쟁을 따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날 제19차 정례회의에서 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우리·수협은행 7곳에 과징금 3619억6000만원과 과태료 17억7800만원을 부과하기로 최종 의결했다. 미래에셋·KB·신한투자·NH투자·한국투자·삼성증권 6곳에는 과징금 92억8200만원과 과태료 16억1200만원이 부과됐다.

국민은행 과징금은 1723억3400만원으로 은행 7곳 전체의 47.6%다. 2위 하나은행(924억7500만원)의 1.9배다. 과태료도 13억원으로 은행 가운데 가장 많아, 국민은행이 내야 할 돈은 모두 1736억3400만원이다. 농협은행 401억7500만원, 신한은행 387억4500만원, SC제일은행 179억원, 우리은행 3억3100만원이 뒤를 이었고 수협은행은 과태료 4200만원만 받았다.
금융위가 밝힌 위반 내용은 판매 창구의 설명 절차에 집중돼 있다. 은행들은 과거 시장 흐름에 상품을 대입해 손실 가능성을 계산한 수익률 모의실험(백테스트) 결과를 빼거나, 분석 기간을 10년 등으로 바꾼 운용자산설명서를 썼다. 일부 은행은 손익구조를 ‘기초자산의 변동에 의해 결정된다’는 식으로만 설명했고, 고객의 재산 상황을 빼고 매긴 투자성향 평가로 투자 적합 여부를 판단했다.
과징금은 심의를 거치며 크게 줄었다. 금융감독원은 당초 4조원 규모를 산정했다가 지난해 11월 2조원대로 사전 통보했고, 올해 2월 제재심의위원회에서 1조4000억원으로 의결해 금융위에 넘겼다. 금융위가 사실관계와 법리 보완을 요구하자 6월 6000억원대로 다시 낮아졌고, 최종 금액은 3700억원대가 됐다. 감경에는 은행들의 자율배상,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직후 계도 기간 판매분 제외 등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이번 결정이 금융위가 부과한 최대 규모의 금전 제재라며 “불완전판매 등 금소법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른 엄중한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을 두고 은행 노동자들은 경영진 책임을 짚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이날 윤석구 위원장 명의 성명에서 과징금이 사전통보 당시 2조원대에서 3천억원대로 줄어든 것을 “투쟁의 성과”로 평가하면서도 “고위험상품 판매를 허용한 정책과 경영진의 무리한 실적 경쟁”을 짚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은행과 금융지주 경영진은 과도한 판매목표와 실적 중심의 성과평가를 바꿔야 한다”며 “상품과 판매목표를 결정한 책임은 외면한 채 사고의 책임과 비용을 현장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행태를 바로잡겠다”고 했다.
국민은행이 실제로 지는 부담은 미리 대비한 금액보다 작다. 국민은행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올해 6월 말 ‘ELS 과징금 등 관련 기타충당부채’로 3608억9400만원을 잡아뒀다. 이번 과징금과 과태료 1736억3400만원은 이 금액의 48%다. 공시를 나눠보면 남는 약 1873억원은 충당부채를 줄이는 만큼 장부상 이익으로 되돌아오는 몫이다.
■ 판매·배상 당시 행장, 20일 KB금융 회장 선임 안건

이재근 KB금융지주 부문장은 2022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국민은행장을 지냈다. 행장에 오르기 직전인 2020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는 국민은행 영업그룹대표(이사부행장)였다. 홍콩 H지수가 급락해 손실이 확정되고 은행권 자율배상이 진행된 2024년이 그의 행장 재임 마지막 해였다. 현재 KB금융지주 글로벌부문장과 WM·SME부문장을 맡고 있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9월 11일 이 부문장을 차기 회장 단일 후보로 선정했다. KB금융이 지난달 28일 낸 주주총회 소집공고에 따르면 오는 2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리는 임시주총의 안건은 이재근 사내이사 선임 한 건이다. 전자투표는 오는 9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된다.

과징금 제재 절차는 이 부문장이 후보로 선정된 뒤에도 두 달 가까이 이어졌다. 결국 국민은행의 제재액이 확정된 것은 그의 회장 선임 주총을 16일 앞둔 시점이다. 과징금은 이환주 행장이 이끄는 현재의 국민은행이 낸다.
KB금융에는 지배 오너가 없다.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으로 지난해 말 기준 지분율은 8.68%다. 회장 후보는 사외이사로 구성된 회추위가 추천하고 주총이 선임한다.
금융위는 후속 대책으로 투자성 상품 설명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내년 1분기 시행하고, 금융회사가 소비자의 최선의 이익에 맞게 영업하도록 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칙을 담은 금소법 개정안 처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판매 목표를 정한 경영진에 대한 책임 규정은 이번 의결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