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발표 631일째 제재 미결…그 사이 연임 확정, 성과급은 3억8500만원으로 16% 늘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2년 전 국정감사에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취임한 뒤 나간 부당대출 1438억원에 대한 금융당국 제재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 임 회장은 연임에 성공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철저한 리스크관리’를 평가 근거로 적은 성과급 3억8500만원을 받았다.

28일 우리금융지주 공시와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임 회장은 올해 상반기 급여 4억2500만원과 상여 3억8500만원 등 보수 8억1500만원을 받았다. 상여는 2025년 한 해의 경영 성과를 평가해 주는 단기성과급이다.
회사는 성과급 산정 근거에 보통주자본비율 12.89%와 순이익 3조1243억원 같은 재무 성과를 먼저 적었다. 이어 전략 과제 성과로 ‘자본적정성·자산건전성 등 철저한 리스크관리’를 넣었다. 1년 전 받은 2024년 몫 성과급 3억3200만원보다 5300만원(16%) 늘었다. 2024년 몫 산정 근거에도 같은 문구가 들어 있었다.

평가 대상인 2025년은 금감원이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실패를 공식 발표한 해다. 금감원은 2025년 2월 4일 우리은행에서 부당대출 101건, 2334억원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부당대출은 상환능력 평가나 자금 용도 확인 같은 심사 규정을 지키지 않고 내준 대출을 말한다.
적발액 가운데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관련 대출이 730억원, 전·현직 고위 임직원 27명이 관련된 대출이 1604억원이다. 금감원은 친인척 대출 중 451억원, 임직원 관련 대출 중 987억원이 임 회장이 취임한 2023년 3월 이후 나갔다고 밝혔다. 둘을 합하면 1438억원으로 전체의 61.6%다.
발표 당시 이미 1567억원이 부실화했다. 제때 갚지 못해 돌려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해진 대출이 그만큼이라는 뜻이다. 금감원은 임 회장이 내부통제 책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봤고,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2등급에서 3등급으로 낮췄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 5월 우리금융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를 승인하면서 조건을 붙였다. 내부통제 개선계획 이행 상황을 2027년 말까지 반기마다 금감원에 보고하라는 것이다.
■ 검사 발표 631일, 금감원 제재 공개 목록에 부당대출은 없다
28일 현재 이 검사에 따른 제재는 나오지 않았다. 금감원 제재내용 공개 목록을 보면 2025년 2월 이후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제재 공개안은 9건이다. 펀드 불완전판매, 전산 보안, 자회사 보고 지연 등이고 부당대출 건은 없다. 가장 최근인 9월 23일 공개안도 공모펀드 2건 불완전판매에 대한 과태료 700만원이었다. 금감원은 조치가 진행 중인 건은 공개하지 않는다.
우리금융도 8월 14일 낸 반기보고서에 부당대출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검사가 진행되었습니다”라고만 적었다. 같은 보고서 제재 현황표에는 올해 2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과징금 515억3500만원 등이 올라 있지만 부당대출 제재는 기관 표에도 임직원 표에도 없다. 금감원은 올해 1월 조직개편 뒤 은행 부문 첫 지시로 우리금융 부당대출 제재를 서둘러 처리하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 결과 발표일부터 이날까지 631일이 지났다.
제재가 나오는 시점은 임원 거취와 맞물려 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은 문책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은 임원이 일정 기간 금융회사 임원을 맡지 못하게 한다. 임 회장은 제재 결과가 나오기 전인 2025년 12월 29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추천됐고, 2026년 3월 23일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확정됐다. 새 임기는 2029년 정기주주총회까지다.
형사재판도 끝나지 않았다. 검찰은 2025년 1월 손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9월부터 2023년 8월까지 처남이 운영하는 회사에 23차례에 걸쳐 517억4500만원을 부당하게 대출해 주는 데 관여했다는 혐의다. 손 전 회장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우리금융은 반기보고서에 “관련자들의 재판이 진행중”이라고 적었다. 당시 행장이던 조병규 전 우리은행장의 금융사고 보고의무 위반 혐의는 2025년 5월 검찰에서 무혐의로 끝났다.
우리금융은 총수가 없는 회사다. 6월 말 기준 최대주주는 지분 6.72%를 가진 우리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이다. 지배구조의 정점에는 회장이 있다. 임 회장은 사내이사이면서 2023년 3월부터 은행장 등 자회사 대표 후보를 심사·추천하는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조병규 전 행장과 정진완 현 우리은행장 모두 이 위원회의 추천을 거쳤다.


임 회장은 2024년 10월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 증인으로 나와 “친인척 부당대출로 우리금융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 점에 대해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퇴 여부에는 즉답하지 않았다. 같은 자리에서 김병환 당시 금융위원장은 우리금융이 사고를 제때 보고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은행이 2023년 9월 사고를 처음 알고 회장에게 보고하기까지 5개월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올해 국감 증인석에 임 회장의 이름은 없었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임 회장을 포함한 5대 금융지주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여야가 확정한 증인 명단에서 빠졌다. 19일 금감원 국감에는 정진완 행장 등 5대 은행장이 증인으로 나왔고, 정 행장은 잇단 금융사고에 대해 송구하다는 뜻을 밝혔다. 정무위는 22일 금융 분야 종합감사로 올해 국감을 마쳤다.
우리금융은 2025년 2월 검사 결과 발표 뒤 사외이사 7명 가운데 4명을 바꾸고 이사회 안에 윤리·내부통제위원회를 새로 만드는 쇄신안을 내놨다. 그러나 2년 전 국감장에서 임 회장이 말한 책임이 무엇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 답은 631일째 나오지 않은 금감원 제재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