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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STX 인력 탈취부터 ‘DK’ 삭제 정황까지…공정위, 김동관 부회장 지배구조 정면 겨냥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한화엔진의 STX엔진 숙련 인력 영입과 기술 유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 의원은 채용공고 전 연봉·사이닝 보너스 제시와 이직자의 핵심 기술자료 출력 정황을 지적하며 한화솔루션의 CGI 기술탈취 의혹도 함께 거론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관련 의혹을 철저히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영상=국회방송]

한화엔진 STX 숙련공 13명 이어 KAI 출신 70명·CGI 기술 의혹까지…승계축 한화에너지 지배구조 도마

이재명 대통령이 “기술을 훔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엄벌해야 한다”며 기술탈취 근절을 공언한 지 1년여 만에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그룹 앞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한화 계열사를 둘러싼 인력·기술 유출 의혹이 국정감사 때마다 되풀이된 데 이어 올해는 공정위 조사를 앞둔 자료 삭제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이번에는 공정위가 끝까지 파헤칠지에 시선이 쏠린다.

총수 일가 지분이 31.8%에 이르는 ㈜한화의 지배구조를 설명한 KBS 보도 그래픽.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김동관 수석부회장의 사진이 함께 실렸다.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총수 일가 지분이 31.8%에 이르는 ㈜한화의 지배구조를 설명한 KBS 보도 그래픽.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김동관 수석부회장의 사진이 함께 실렸다.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올해 국감에서만 한화 계열사를 겨냥한 인력·기술 유출 의혹이 세 건 제기됐다. 사안마다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 중심의 3세 승계 구도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그룹 지배구조 전반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비금융 종합감사 내용을 종합하면,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21일 한화 측의 공정위 조사 정보 사전 입수 의혹에 대해 “철저히 감찰해야 된다”며 “조사 방해 행위에 대해서도 처리 중”이라고 밝혔다.

한화엔진의 STX엔진 인력 영입 의혹에 대해서도 “인력 유출에 의한 기술 유용으로 사업활동 방해가 있었는지 여부를 철저하게 확인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 조사 닷새 전 “부당 지원·회장·DK” 삭제 지시…공고 전 연봉·보너스 제시 의혹도

공정위 현장조사 닷새 전 ㈜한화 재무부서에 발송된 내부 이메일을 재구성한 KBS 보도 화면. '부당지원',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을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되는 'DK' 등 키워드 관련 자료를 삭제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공정위 현장조사 닷새 전 ㈜한화 재무부서에 발송된 내부 이메일을 재구성한 KBS 보도 화면. '부당지원',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을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되는 'DK' 등 키워드 관련 자료를 삭제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KBS 보도에 따르면 공정위가 지난 6월 주식회사 한화와 계열사 3곳의 상표권 사용료 거래를 현장조사하기 닷새 전, ㈜한화 재무부서 일부 직원들에게 특정 키워드가 담긴 자료를 지우라는 내부 이메일이 발송됐다. 삭제 키워드에는 ‘부당 지원’, ‘회장’, 그리고 김 수석부회장의 영문 이니셜로 풀이되는 ‘DK’ 등이 포함됐다.

이 키워드들은 총수 일가 지분이 31.8%에 이르는 ㈜한화를 계열사들이 브랜드 사용료로 부당 지원했는지 살피려던 공정위 조사 방향과 겹친다. 수신자 상당수는 상표 사용료 업무 담당자였고, 현장조사 당시 해당 이메일은 이미 지워진 상태였으나 공정위가 전자자료 복원 과정에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내부거래 공시 자료 기준 한화그룹의 지난해 유상 상표권 거래 규모는 1천796억원으로, 매출액의 0.3%를 사용료율로 적용하고 있다.

한화 측은 “공정위 현장조사를 예견하거나 대비한 사실이 없다”며 “전사 차원의 통상적인 정보보안 정책”이라고 해명했다. 삭제 키워드에 대해서도 “공정위 관련 단어는 없고 일반적인 리스크 관련 단어만 있었다”는 입장이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공개한 STX엔진 인력 13명의 한화엔진 이직 현황. 인사 담당자를 시작으로 설계·조달, 해상설계·개발·서비스, 시운전 인력이 차례로 옮겨갔다. [사진=국회방송 화면 캡처]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공개한 STX엔진 인력 13명의 한화엔진 이직 현황. 인사 담당자를 시작으로 설계·조달, 해상설계·개발·서비스, 시운전 인력이 차례로 옮겨갔다. [사진=국회방송 화면 캡처]

같은 날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평택시병)은 2024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STX엔진 직원 13명이 네 차례에 걸쳐 한화엔진으로 옮겼다고 지적했다.

인재 영입 담당 인사직원이 먼저 옮긴 뒤, STX엔진이 차세대 이중연료 엔진의 형식승인을 받은 지 한 달 만인 2025년 4월 설계·조달 인력 6명이 이틀 사이 한꺼번에 이직했고, 올해 1월 설계 인력 4명, 7월 시운전 인력 2명이 뒤따랐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해당 부문 STX엔진 인력은 20명에서 13명으로 줄었고, STX엔진은 약 2천200억원 규모의 수주 기회를 잃었다고 추산했다.

김 의원은 한화엔진이 2025년 2월 28일 채용공고를 내기 전인 2월 중순 STX엔진 직원들에게 전화로 구체적인 연봉과 사이닝 보너스를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전직금지 서약을 세 차례 한 시운전 엔지니어가 퇴직 의사를 밝히기 19일 전 핵심 기술자료인 ‘메탄 슬립 측정 절차서’를 출력하는 등 이직자 다수가 엔진 양산 관련 자료를 대량 출력한 정황도 있다고 했다.

한화엔진은 정상적인 공개채용이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공고도 내기 전에 경쟁사 핵심인력에게 조건을 걸고 전화하는 게 공개채용이냐”며 “인력탈취가 아니겠느냐”고 따졌다.

한화 계열사를 둘러싼 인력·기술 유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 의원은 지난 12일 공정위 국감에서 한화솔루션이 중소기업 CGI의 스마트폰용 방열부품 ‘베이퍼챔버’ 기술을 인수합병(M&A) 실사를 명목으로 빼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CGI는 2017년부터 약 4년간 삼성전자와 공동개발에 110억원가량을 투입했는데, 한화솔루션은 2021년 비밀유지계약을 맺고 실사를 진행한 뒤 400억원 안팎이던 인수가를 200억원 수준으로 낮췄고 협상은 결렬됐다. 이후 2022년 2월 자회사 한화NxMD가 설립됐고, 약 다섯 달 뒤 베이퍼챔버 양산 설비를 발주했다는 것이 김 의원 주장이다.

한화솔루션은 이 사안으로 지난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직후 CGI에 명예훼손 소지를 경고하는 내용증명을 보내 ‘피해기업 입막음’ 논란을 빚기도 했다.

내용증명이 문제 삼은 발언은 주 위원장이 참석한 비공개 간담회에서 나온 것이어서 한화가 비공개 발언을 어떻게 입수했는지도 쟁점이 됐다. 당시 남정운 한화솔루션 대표는 “실사 과정에서 구체적인 기술자료를 요청하거나 받지 않았다”며 의혹을 부인했고, 회사 측은 제공받은 자료를 모두 폐기했다고 밝혔다.

방산 분야에서도 인력 이동 논란이 불거졌다. 황명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국방위원회 국감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퇴직자 면담 자료를 근거로 최근 5년간 KAI 출신 최소 70명이 한화 계열사로 옮겼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50명, 한화시스템 17명, 한화오션 3명으로, 연구개발·생산기술 분야 과장급 실무 인력에 집중됐다. 한화는 지난 8월 KAI 지분을 15.89%까지 늘려 2대 주주에 올라 있다. 앞서 2022년에는 ㈜한화 배터리 장비 부문으로 중소 장비업체 인력 20여 명이 옮겨가 해당 업체들이 이직자 개인을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는 업계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 의혹 계열사 모두 승계 지렛대…’한화에너지’ 성역 논란

두 사안을 지배구조 측면에서 보면 공통분모가 뚜렷하다. 상표권 사건의 핵심인 ㈜한화는 그룹 지주회사 격으로, 최대주주는 김 수석부회장(50%)과 김동원 한화생명 부회장, 김동선 사장 등 삼형제가 약 80%를 보유한 비상장사 한화에너지다.

한화에너지는 2024년 공개매수와 고려아연 보유분 매입 등으로 ㈜한화 지분을 끌어올렸고, 2025년 3월 김승연 회장의 ㈜한화 지분 증여를 거쳐 최대주주 지위에 올랐다. 올해 6월 말 기준 지분율은 23.56%다.

한화엔진 역시 같은 지배 사슬 아래 있다. 한화엔진의 최대주주는 한화에너지가 지분 52.1%를 가진 한화임팩트로, 2023년 옛 HSD엔진을 인수하며 32%대 지분을 확보했다.

김동관·김동원·김동선 삼형제가 약 8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한화(23.56%)와 한화임팩트(52.1%)를 거쳐 한화엔진까지 지배하는 구조. ㈜한화 지분율은 올해 6월 말 기준. [그래픽=뉴스필드]
김동관·김동원·김동선 삼형제가 약 8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한화(23.56%)와 한화임팩트(52.1%)를 거쳐 한화엔진까지 지배하는 구조. ㈜한화 지분율은 올해 6월 말 기준. [그래픽=뉴스필드]

삼형제→한화에너지→한화임팩트→한화엔진으로 이어지는 구조여서, 한화엔진의 사업 확대와 기업가치 상승이 곧 삼형제 소유 회사의 가치 상승으로 연결된다. 2023년 인수 당시에도 한화에너지 가치를 높여 향후 ㈜한화와의 합병 비율을 유리하게 만들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시장에서 나왔다.

결국 브랜드 사용료로 ㈜한화의 수익을 키우는 구조와, 한화에너지 지배 아래 계열사가 신사업을 빠르게 키우는 구조가 모두 오너 3세의 승계 재원과 지배력 강화로 수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엔진은 약 9년 만에 중속엔진 시장에 재진입한 후발주자로, 2025년 2월 새 공장을 짓기 시작해 7월 독일 에버런스로부터 엔진 제작 라이선스를 확보했으며, 계열사 한화오션에서 받은 물량을 올해 4분기부터 납품할 예정이다.

설계 라이선스는 돈으로 살 수 있지만 실제 제작과 시운전 경험은 숙련 인력 없이는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신사업 속도전이 경쟁사 인력 흡수로 이어졌다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에도 실효성 의문이 제기된다. 한화그룹은 한화엔진을 포함한 상장 계열사 6곳의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바꾸는 개편을 추진하고 있지만, 승계의 정점에 있는 한화에너지는 대상에서 빠졌다. 한화에너지의 지난해 특수관계자 매출은 3천672억원으로 별도 매출의 40.3%에 달한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한화엔진 인력 유출 의혹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화면 캡처]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한화엔진 인력 유출 의혹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화면 캡처]

한편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출신으로, 2021년 이재명 대선 캠프 경제2분과위원장과 지난 대선 정책자문기구 ‘성장과 통합’ 경제분과위원장을 지내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 멘토’로 불린다.

지난해 9월 이재명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취임한 주병기 위원장은 기술탈취 근절과 계열사 간 부당지원 감시 강화를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정부도 같은 달 한국형 증거개시제 도입과 과징금 상향 등을 담은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방안을 발표했다.

주 위원장의 재벌 개혁 기조는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쟁점이 됐다. 교수 시절 “재벌이 대한민국을 착취하고 있다”고 한 발언을 두고 야당의 사퇴 요구가 나왔으나, 주 위원장은 21일 종합감사에서 “대기업집단 내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경제력 집중의 부작용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이처럼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불공정 거래 개선을 강조해 온 주 위원장이 한화그룹을 둘러싼 자료 삭제와 인력·기술 유용 의혹에 대해 실제 조사와 제재로 이어지는 조치를 취할지가 관심이다.

공정거래법은 다른 사업자의 인력을 부당하게 유인·채용해 사업활동을 심히 방해하는 행위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 지원을 금지하고 있다. 향후 공정위의 조사 결과에 따라 한화그룹의 계열사 운영 방식은 물론 김동관 수석부회장 등 오너 3세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와 승계 과정에도 논란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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