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에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KB국민카드 콜센터 일부 사무실의 실내 온도가 30도에 육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폭염을 사업주의 법적 보건조치 대상으로 못 박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규정이 시행된 뒤 두 번째 맞는 여름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대전에 있는 KB국민카드 콜센터 하청업체 두 곳의 사무실 온도가 29.2도에서 30도까지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제보 사진이 촬영된 이달 4일부터 6일까지 대전지역 낮 최고기온은 37~38도였다.
콜센터는 고객 정보 확인을 위해 듀얼 모니터를 단 데스크톱을 주로 쓰고 유선 상담이 끊이지 않아 일반 사무실보다 실내 온도가 올라가기 쉽다.
직원들은 지난해 공문을 보내고 올해도 수차례 구두로 대책을 요구했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하청업체들은 건물이 노후해 냉방시설을 더 놓기 어렵고 설치 여부와 비용은 원청인 KB국민카드 소관이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KB국민카드는 올해 1분기 기준 12개 업체에 콜센터 운영을 맡기고 있고 이들 업체 소속 비정규직 상담사는 약 1600명이다. 이 가운데 8개 업체가 대전에 있어 유사한 사례가 더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문제가 된 두 업체 소속 직원은 약 200명으로 파악된다.
KB국민카드는 이에 대해 “당사는 현재까지 대전지역 콜센터 폭염 관련 근무환경 개선에 대한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추후 관련 요청사항이 접수될 경우 상담원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협력사와 협의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체감온도 31도 넘으면 냉방이든 휴식이든 해야 한다…기록이 없으면 그것부터 위반
산업안전보건법은 지난해 7월 17일부터 폭염을 사업주의 보건조치 대상으로 명문화했다. 제39조 제1항 제7호에 ‘폭염·한파에 장시간 작업함에 따라 발생하는 건강장해’가 추가됐다.
구체적 기준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있다. 규칙 제559조 제4항은 폭염작업을 체감온도가 31도 이상이 되는 작업장소에서의 장시간 작업으로 정의한다. 고열작업처럼 용광로나 가열로 같은 장소를 열거하지 않았다. 업종이나 실내외를 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폭염작업에 해당하면 사업주는 규칙 제560조 제2항에 따라 냉방이나 통풍을 위한 온도·습도 조절장치를 설치·가동하거나, 작업시간대를 조정하거나, 적절한 휴식시간을 줘야 한다. 셋 중 하나면 되지만 단서가 붙는다. 앞의 두 가지를 하고도 여전히 폭염작업에 해당하면 휴식은 반드시 부여해야 한다.
체감온도가 33도를 넘으면 선택지가 사라진다. 같은 조 제3항은 매 2시간 이내에 20분 이상의 휴식을 의무로 정했다. 개인용 냉방장치나 보냉장구를 지급해 체온 상승을 줄인 경우에만 예외를 인정한다.
다만 이번 사안을 곧바로 위반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법의 기준은 기온이 아니라 온도와 습도로 산출하는 체감온도이기 때문이다. 사진에 찍힌 29.2~30도가 체감온도 31도를 넘었는지는 습도 값이 함께 있어야 판정할 수 있다.
확인이 더 쉬운 쪽은 오히려 기록 의무다. 규칙 제562조 제2항은 폭염작업이 예상되는 장소에 온·습도계를 상시 갖춰 두고, 근로자에게 온열질환 증상과 예방·응급조치 요령을 작업 전에 미리 알리며, 측정한 체감온도와 조치사항을 날짜별로 기록해 그해 12월 31일까지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온·습도계가 없거나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그 자체가 의무 위반이다. 동시에 사업주는 폭염작업이 아니었다고 항변할 근거도 함께 잃는다. 직원들이 지난해 공문까지 보내 대책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폭염 가능성을 몰랐다는 해명도 성립하기 어렵다.
제재는 가볍지 않다. 보건조치 의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이로 인해 근로자가 숨지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말 금융권 콜센터를 하반기 신규 중점지원사업장으로 선정한 터라 실제 감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 매출 943억에 영업이익 4억…배당 13억은 창업주 가족 셋이 나눠 가졌다
하청업체가 왜 냉방설비 값을 스스로 대지 못한다고 하는지는 이들 업체의 감사보고서에서 단서가 나온다.
KB국민카드가 이달 10일 기준으로 공개한 개인정보 처리위탁 현황을 보면 콜센터 수탁사 가운데 고려휴먼스가 있다. 전화상담과 인바운드·아웃바운드 콜 관련 제반업무, KB페이 쇼핑 고객상담센터 상담업무를 맡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고려휴먼스 2025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도 서울보증보험이 제공한 계약이행보증 96억500만원의 보증처가 ‘KB국민카드 등’으로 적혀 있다.
강선남 대표가 이끄는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수익은 943억9733만원으로 전년보다 19.4% 늘어 사상 최대였다. 그런데 영업이익은 4억5694만원으로 전년 17억6494만원에서 74.1%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0.48%다.
수익의 거의 전부가 상담사 인건비로 나가는 구조다. 급여 731억8288만원에 퇴직급여 58억541만원, 복리후생비 51억5396만원을 더하면 841억원으로 영업수익의 89.1%에 이른다.
반면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62억6422만원으로 전년 15억606만원의 4배를 넘었다. 본업과는 무관한 돈이다. 계열사인 고려신용정보 지분을 9.38%에서 5.00%로 줄이면서 매도가능증권처분이익 64억4142만원이 잡혔기 때문이다. 이 이익을 빼면 지난해는 적자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익은 주주에게 갔다. 고려휴먼스는 중간배당 3억원에 더해 결산배당 10억원을 지난 3월 30일 주주총회 처분예정 안건으로 올렸다. 2025사업연도 배당 총액 13억원으로, 직전 사업연도 6억원의 두 배를 넘고 같은 해 영업이익 4억5694만원의 2.8배다.
배당은 전액 오너 일가 몫이다. 이 회사 주식 20만주는 윤수연씨가 8만7000주(43.50%), 윤의국씨가 6만6910주(33.45%), 신예철씨가 4만6090주(23.05%)를 나눠 갖고 있어 외부 주주가 없다.
세 사람은 한 가족이다. 윤의국씨는 채권추심업계 1위 고려신용정보의 창업주로 2022년 회장직에서 물러났고, 신예철씨는 그의 배우자, 윤수연씨는 딸이다. 아들 윤태훈씨는 현재 고려신용정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딸이 콜센터 도급회사를, 아들이 상장 계열사를 각각 맡은 남매 구도다. 고려휴먼스 감사보고서도 고려신용정보를 당사의 지배주주가 유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으로 적고 있다.
지분율로 역산하면 배당 13억원 가운데 윤수연씨가 5억6550만원, 윤의국씨가 4억3485만원, 신예철씨가 2억9965만원을 받는다.
회사 돈은 부동산으로도 갔다. 고려휴먼스는 2024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993-75 토지 1216㎡와 건물을 취득해 사옥으로 쓰고 있다. 지난해 말 장부가액은 토지 205억6837만원, 건물 43억8257만원이다. 토지 장부가액은 같은 시점 공시지가 83억5878만원의 2.5배다.
취득 자금은 빚으로 댔다. 단기차입금은 2023년 말 88억원에서 2024년 말 180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계열사 지분을 판 돈으로 갚아 120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이자비용만 5억8709만원으로 영업이익보다 많다.
회사는 주요주주에게 2억원을 빌려주기도 했다. 지난해 새로 생긴 단기대여금으로 미수이자 42만8000원이 잡혔다.
배당이나 사옥 취득 자체가 위법한 것은 아니다. 다만 하도급 금액에 사무공간과 설비 비용이 별도로 책정돼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KB국민카드와 11개 하청업체 간 하도급 금액에는 인건비와 별도로 1인당 연간 49만원 상당의 사무공간 및 설비 관련 비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비용이 실제 설비에 쓰이지 않았다면 계약 위반이나 신의성실 원칙 위반이라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고려휴먼스는 본사가 서울 영등포구에 있어 이번에 문제가 된 대전 소재 두 업체와 같은 곳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12개 하청업체 가운데 한 곳의 재무구조가 이렇다는 의미다.
■ 산업안전보건법으로는 원청을 걸기 어렵다…21일 교섭이 사실상 유일한 통로
폭염 조치 의무를 지는 사업주는 원칙적으로 상담사를 직접 고용한 하청업체다. 원청에 책임을 물으려면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를 거쳐야 하는데, 이 조항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경우로 적용 범위를 한정하고 있다.
대전 하청업체가 쓰는 사무실이 KB국민카드의 사업장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된다. 원청이 장소를 제공하거나 지정하고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면 산업안전보건법만으로 원청을 제재하기는 쉽지 않다.
김재관 대표가 이끄는 KB국민카드가 오는 21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콜센터지부와 여는 첫 원하청 교섭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3월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되면서,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원청도 그 범위에서 교섭 상대가 됐다. KB국민카드는 지난 4월 고용노동부로부터 하청 노동자에 대한 교섭 책임, 즉 사용자성과 관련한 판단을 받았다.
교섭권이 확보되자 조합원은 빠르게 늘었다. 올해 초 5개 업체 약 300명이던 조합원은 현재 8개 업체 약 400명이 됐다.
KB국민카드는 이번 교섭에서 감정노동자 보호 조치를 중심으로 논의한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냉방 문제 역시 원하청 구조에서 비롯된 사안으로 보고 전방위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설비 비용을 원청이 실질적으로 좌우한다면 그 범위에서 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 노조 측 논리다.
원청의 사정은 하청과 다르다. 양종희 회장이 이끄는 KB금융지주는 지난달 23일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3조9269억원을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9% 늘었다. 같은 날 이사회는 2분기 배당으로 1주당 1155원, 총 4055억2755만원을 의결했고, 지난 4월 결의한 6000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을 7월 16일 마무리한 뒤 7000억원어치를 더 사들여 소각하기로 했다.
KB국민카드도 자금난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6월 11일부터 7월 24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회사채 1조1800억원을 발행했고, 조달 목적은 모두 가맹점 대금 지급용도 등 운영자금이었다. 신용등급은 3개 신용평가사 모두 AA+다.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대비가 분명해진다. 상담사 1600명에게 배정된 1인당 연 49만원의 사무공간·설비 비용을 모두 합쳐도 7억8400만원이다. KB금융이 2분기 한 분기에 지급하는 배당 총액의 0.19%다.
21일 교섭에서 원청이 사용자성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에 따라 금융권 콜센터 전반의 원하청 관계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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