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출원가율 99.5% 돌파… 팔수록 마이너스 구조
그룹 안방 물량도 22.8% 감소하며 실적 직격탄
2년간 손상차손만 1992억… 승계 구도 속 계열사 부담 가중
LX그룹의 유리 제조 계열사 엘엑스글라스(옛 한국유리공업)가 지난해 34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구본준 LX그룹 회장 체제에서 LX인터내셔널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명분으로 6000억원 가까운 거금을 들여 인수한 지 3년 만이다. 매출원가율이 100%에 육박한 데다 그룹 내부 거래 물량까지 줄면서 손익 구조가 급격히 무너졌다.
■ 팔수록 남는 게 없다… 원가율 99.5%에 그룹 물량도 22.8% 감소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엘엑스글라스의 2025년 매출액은 3146억원으로 전년(3838억원) 대비 18.0%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24년 24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345억원 손실로 전환됐다. 당기순손실 역시 28억원에서 324억원으로 11.6배 불어났다.
적자의 핵심 원인은 치솟은 매출원가율이다. 지난해 매출원가는 3132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원가율이 99.5%에 달했다. 1만원어치 제품을 팔면 원가로만 9950원이 나간 셈이다. 이 회사의 매출원가율은 2021년 79.3%에서 2022년 85.6%로 뛴 뒤 2023년 84.1%로 한 차례 낮아졌다가, 2024년 90.1%에 이어 지난해 99.5%까지 치솟았다. 4년 새 20.2%포인트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365억원(2021년)과 185억원(2022년), 244억원(2023년), 24억원(2024년)으로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해 적자로 주저앉았다.
그 결과 매출총이익은 380억원에서 15억원으로 96.1% 급감했다. 판매비와관리비(360억원)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여기에 차입금 1150억원과 이자비용 60억원이 겹치면서 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실은 401억원까지 늘어났다.
외형 축소에는 그룹 계열사 거래 감소가 결정적이었다. LX하우시스 및 그 종속기업에 대한 매출은 2024년 1155억원에서 지난해 891억원으로 263억원(22.8%) 줄었다. 전체 매출 감소액(692억원)의 약 38%가 내부 거래 감소에서 비롯됐다. 수의계약 위주의 복층유리 거래 구조상 주요 발주처의 물량 축소가 곧바로 실적 악화로 이어진 것이다.
실적 개선의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올해 1분기 매출은 724억원, 분기순손실은 56억원으로 적자 기조가 이어졌다. 통상임금 관련 소송충당부채 198억원도 여전히 남아 있다.
■ 장부가 2353억, 취득원가의 39.9%… 손실 떠안은 지배구조
모회사의 장부 가치도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다. LX인터내셔널의 사업보고서와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엘엑스글라스 지분 취득원가는 5904억원이었으나, 올해 1분기 기준 장부금액은 2353억원으로 취득원가의 39.9% 수준까지 깎였다.
원인은 사업성 저하에 따른 손상차손이다. LX인터내셔널은 ‘유리 제조업’ 자산에서 2024년 1102억원, 2025년 890억원 등 2년간 총 1992억원의 손상차손을 반영했다. 회수가능금액은 무성장을 가정한 영업현금흐름할인법(DCF)으로 산출했으며, 지난해 적용 할인율은 7.87%였다.
지배구조상 이 같은 실적 타격은 오너 일가로 연결된다. 엘엑스글라스 지분 100%는 LX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으며, LX인터내셔널 지분 27.83%는 지주사 LX홀딩스가 갖고 있다. 구본준 회장은 LX홀딩스 지분 20.37%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엘엑스 기업집단의 동일인이다.
한편 구 회장은 이달 10일 장남 구형모 LX MDI 대표에게 LX홀딩스 주식 610만주(7.85%)를 증여하는 거래계획을 공시하며 승계 작업에 속도를 냈다. 다음 달 10일 증여가 완료되면 구 대표 지분율은 19.77%로 올라 구 회장(12.14%)을 제치고 최대주주에 오른다. 경영권 승계가 진행되는 국면에서 계열분리 이후 최대 규모로 사들인 계열사의 실적 부진은 부담 요소로 남게 됐다.
■ ‘국내 1호 판유리’의 잔혹사… 사모펀드가 챙긴 79% 프리미엄
엘엑스글라스는 1957년 설립돼 국내 첫 판유리 회사로 꼽히는 ‘한국유리공업’이 모태다. ‘한글라스(HanGlas)’ 브랜드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연구개발부터 판유리 생산과 코팅·강화·복층 가공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올인원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임직원은 333명이다.
회사 주인은 수차례 바뀌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프랑스 생고뱅에 매각됐다가, 2019년 9월 사모펀드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약 3300억원에 되사왔다. 이후 LX인터내셔널이 2023년 1월 3일 5904억원에 지분 100%를 인수해 그룹 계열사로 편입했다. 사모펀드가 3년여 만에 79% 비싼 값에 되판 셈이다.
당시 LX인터내셔널은 2021년 5월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한 이후 가장 큰 자금을 투입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노렸다. 그러나 2024년부터 수익성이 급격히 무너지면서 고원가 구조와 건설 경기 침체 여파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지난달 15~17일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해외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비거래 기업설명회(NDR)를 열고 올해 실적과 경영 현황을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판유리 산업은 건설 경기와 에너지 비용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인 만큼 수익성 회복 여부는 원가 부담 완화와 건설 시장 회복 속도에 달려 있다”며 “인수 이후 기대했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성과를 입증하려면 실적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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