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경산업 매각대금 3172억 빚 갚는 데 쓰고…제주항공·애경케미칼 지분 무더기 담보
적자 백화점 AK플라자 손자회사에 떠넘기고 인수자금 565억 대여
애경그룹 지주사 에이케이홀딩스(AK홀딩스)가 핵심 상장 자회사인 제주항공과 애경케미칼 주식을 동시에 담보로 묶어 수백억원을 끌어쓴 것으로 나타났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이 이끄는 AK홀딩스는 올 3월 애경산업 매각으로 3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손에 쥐었지만, 부실 계열사 정리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현금 수요가 끊이지 않자 두 알짜 자회사 지분을 자금줄로 동원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AK홀딩스는 5~6월 두 달간 제주항공 주식을 담보로 NH투자증권에서 300억원, 미래에셋증권에서 100억원을 새로 빌렸다. 이로써 AK홀딩스가 보유한 제주항공 지분 50.37%(4061만8523주) 가운데 93.9%인 3813만7810주가 담보로 묶였다. 제주항공 전체 발행주식의 47.3%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또 다른 상장 자회사 애경케미칼 지분도 추가로 담보에 잡혔다. AK홀딩스는 애경케미칼 지분 60.30%(2933만6590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6월 11일 기준 담보로 제공한 주식은 53.07%(2581만5775주)에 달한다.
■ 한 대출에 두 회사 주식 묶어…’교차담보’로 자금줄 동원
주목할 대목은 최근 조달한 대출이 제주항공과 애경케미칼 주식을 한데 묶은 ‘교차담보’ 구조라는 점이다.
KB증권에서 빌린 500억원에는 제주항공 779만8961주와 애경케미칼 304만8892주가 함께 담보로 잡혔고, NH투자증권 300억원에는 제주항공 550만주와 애경케미칼 310만주가, 미래에셋증권 100억원에는 제주항공 143만8849주와 애경케미칼 137만6598주가 각각 공동담보로 제공됐다. 한 건의 대출에 두 상장 자회사 지분을 동시에 거는 방식으로, 그룹의 양대 축을 사실상 한 묶음의 담보 자산으로 활용한 셈이다.
담보 비율도 가팔라지고 있다. 제주항공의 경우 5월 21일 36.71%였던 담보 주식 비율이 6월 11일 47.30%까지 한 달 새 10%포인트 넘게 올랐다. 차입 이자율은 연 4.39~6.10% 수준이다.
AK홀딩스는 올 3월 자회사 애경산업 지분 전량을 태광산업에 3172억원에 매각해 현금을 확보했다. 이 자금은 만기 도래 차입금 상환에 우선 투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지난해 말 1조7003억원이던 AK홀딩스의 연결 유동차입금은 올해 1분기 말 1조3995억원으로 줄었다.
■ 부실 백화점 떠넘기고 인수자금까지 대주는 ‘AKIS 우회로’
추가 현금 수요의 상당 부분은 부실 계열사 정리와 지배구조 재편에서 비롯된 것으로 관측된다.
AK홀딩스는 제주항공이 보유하던 IT 계열사 에이케이아이에스(AKIS) 지분 100%를 433억원에 직접 사들여 6월 10일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어 AK홀딩스가 보유한 백화점 계열사 AK플라자 지분(보통주 3113만3079주·우선주 9만주)을 그 AKIS에 482억원(주당 1546원)에 다시 넘겼다. 애경자산관리도 AK플라자 지분 515만432주를 AKIS에 79억원에 매각해, AKIS가 AK플라자 지분 82.71%를 떠안았다.
이 과정에서 AK홀딩스는 AKIS에 인수자금 명목으로 565억원을 연 4.6%에 대여했다. 흑자를 내는 손자회사(AKIS는 2025년 순이익 34억원)가 부실 백화점을 받아 안고, 지주사가 그 자금까지 대주는 구조다. 거래가 종결된 6월 23일 AK플라자는 AK홀딩스의 자회사에서 탈퇴해 손자회사로 내려갔다.
AK플라자는 2023년 440억원, 2024년 573억원, 2025년 398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25년 말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545.8%에 이른다. 앞서 AK홀딩스는 지난해 말 AK플라자가 보유하던 마포애경타운 지분 99.11%를 455억원에 사들이는 등, 그룹 내 흩어진 자산을 지주사 아래로 재배치하는 작업도 잇따라 단행했다.
지주사가 자회사 지분을 잇달아 담보로 잡으면서 그룹 전반의 재무 부담도 커진 상태다. 2025년 말 연결 기준 제주항공의 부채비율은 754%, AK플라자는 545.8%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무안공항 참사 여파로 영업손실 1116억원, 순손실 1164억원을 냈다. 다만 AK홀딩스 자체 별도 부채비율은 165.7%, 애경케미칼은 58.7%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AK홀딩스 관계자는 “애경산업 매각 대금을 비롯한 자산 처분 현금은 지난해 말 차입금 상환에 우선 집행됐다”며 “이후 전개되는 다양한 사업 투자와 자회사 운영을 위해 자금 유연화 및 대여 목적으로 추가 대출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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