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삼성전자 노동자 희귀질환 산업재해 연이어 인정
서울고등법원(제2행정부)은 26일 이소정(가명) 님이 2013년 5월20일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취지의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승소(산업재해 인정) 판결을 내렸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노동자의 희귀질환(다발성경화증)이 산업재해로 인정된 첫 사례다.
28일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 따르면 올해 2월 서울행정법원이 삼성전자 ‘LCD’ 생산라인 노동자 김미선 님의 다발성경화증을 산업재해로 인정한 것을 포함해, 삼성전자 노동자들 중 2명이 다발성경화증으로 산업재해 인정 판결을 받게 됐다.
이번 판결을 포함해 현재까지 산재인정을 받은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는 19명(공단 항소 등으로 소송중인 3명 포함)이고, 그 중 삼성반도체 피해자만 15명이다.
이소정 님은 만 18세이던 2003년 2월 삼성전자 기흥공장에 입사해 2년간 ‘카파’ 공정(반도체 배선 재로를 기존의 알루미늄에서 구리로 대체하는 생산기술을 개발하는 공정)의 오퍼레이터로 근무했다.
2005년 2월28일 퇴사하고 2개월이 지나고부터 갑자기 실신하는 등 증상이 시작됐고, 2008년 11월 ‘다발성경화증’ 확진 판정을 받다. 현재까지 하반신 마비와 강직 등으로 고통스런 투병생활 중에 있다.
다발성경화증은 중추신경계 질환으로서 인구 10만 명당 3.5명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진 희귀질환이다.
그런데 삼성전자 사업장에서만 이소정 님을 포함해 총 4명의 다발성경화증 피해자가 ‘반올림’에 제보됐다.
서울고등법원은 여러 연구 결과들에 의해 다발성경화증의 직업적 원인으로 인정되는 6가지 요인들 중, 원고는 최소 3가지 이상의 요인(①햇빛 노출 부족으로 인한 비타민 D 결핍, ②유기용제 노출, ③20대 이전의 교대근무)에 복합적으로 노출됐다고 봤다.
특히 화학물질 노출과 관련해 유기용제를 포함한 수십여 종의 유해 화학물질에 상당 수준 노출됐음을 인정했다.
또한 삼성전자 반도체ㆍLCD 생산라인 근무자 중 4명이 20대에 다발성경화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토대로 유병률 및 발병률을 추산하였을 때, 우리나라 국민 20대의 다발성경화증 유병률 및 발병률 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다고 했다.
아울러 이번 판결문은 원고가 근무했던 사업장과 관련해, 독성 물질이 노출기준을 훨씬 초과할 정도로 노출됐으나 현장 근무자들을 대피시키지 않았던 사실(2009년 서울대 산학협력단 조사 결과), 안전보건 담당자 조차 공정 안전관리에 대해 잘 몰랐던 사실, 유해가스를 실외로 배출시키는 설비가 없었던 사실, 유해물질에 단기간 고농도로 노출될 수 있는 작업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사실(2013년 안전보건공단 진단 결과) 등을 인정하기도 했다.
반올림은 “삼성전자가 협상(조정)을 일방적으로 중단시키고 2015년 9월부터 기습적으로 강행한 보상절차에 따르면, 이번에 산재인정 판결을 받은 ‘다발성경화증’은 3군 질환에 불과해 그 피해가족들은 가장 낮은 수준의 보상(치료비 정도)을 받을 수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은 이러한 보상기준을 일방적으로 정한 후, 피해자들에게 합의를 종용해 왔다. 이소정 님은 현재까지 이러한 삼성전자의 태도에 항의하며 보상합의를 거부해 왔다”고 밝혔다.
반올림은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며 강남역 8번 출구 삼성 본관앞에서 2015년 10월부터 시작한 반올림의 노숙농성이 오늘(5월28일)로서 꼭 600일이다”며 “문재인 새 정부는 5월 7일 정책협약식을 통해 ‘삼성의 자체 보상에 대한 반올림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삼성직업병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삼성과 반올림간의 대화가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반올림은 “이러한 새 정부의 약속이 조속한 시일내로 지켜지길 희망하며 근로복지공단과 삼성에 촉구한다”며 “근로복지공단은 이번 판결을 겸허히 수용하고, 부당한 상고로 피해자의 고통을 연장하지 말라. 삼성전자는 작업장 안전보건관리를 소홀히 해 노동자들을 병들고 죽게 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라. 삼성전자는 사과, 보상에 대한 반올림과의 협상에 나서라”고 주장했다.뉴스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