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양당 원내대표 회동서 “국회 정상 개원 위해 역량 발휘 해달라”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8일 낮 청와대에서 오찬을 겸한 회동했다.
문 대통령과 양당 원내대표는 상춘재 앞뜰에서 만나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안으로 이동해 회동에 들어갔다.
청와대는 독실한 불교신자로 국회 불자모임 회장을 역임한 주 원내대표를 위해 사찰음식인 능이버섯 잡채를 준비했다.
오찬 자리에서 문 대통령과 두 원내대표는 정해진 의제 없이 주요 국정 현안을 두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오찬 회동에서 “김태년 원내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 모두 대화와 협상을 중시하는 분이라 기대가 높다”면서 “서로 잘 대화하고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주 원내대표가 국민 통합을 위해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과 노무현 前 대통령 11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행보를 평가하면서 “주 원내대표와는 국회의원 시절 국방위원회 동기였는데 합리적인 면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협치의 쉬운 길은 대통령과 여야가 자주 만나는 것”이라면서 “아무런 격식 없이 만나는 게 좋은 첫 단추”라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과거에는 뭔가 일이 안 풀릴 때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만나려다 보니 만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정기적으로 만나서 현안이 있으면 현안을 얘기하고, 현안이 없더라도 만나서 정국을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특임장관 시절 정부 입법 통과율이 4배로 올라가더라는 내용을 설명했다.
그래서 야당 의원의 경우에는 청와대 관계자와 만남이 조심스럽지만 정무장관이 있으면 만나기 편하다면서 정무장관 신설을 제안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의논해 보라고 배석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지시했다.
정무수석은 여당, 정무장관은 야당과 보통 소통하곤 해 왔다.
이날 식사 자리에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여러 가지를 질문한 것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가 법에 정해진 날짜에 정상적 방식으로 개원을 못해 왔다”면서 “시작이 반이라고, 두 분이 역량을 잘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여야 간 타협점을 찾지 못했던 문제들은 이제 한 페이지를 넘겼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야당 일각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부정한다든지 하는 서로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 있었던 것에 대한 언급이었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2015년 12월28일)위안부 합의가 있었다. 문제 해결이 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피해자들이 받아들이지 못해 문제 해결이 되지 않았다”며 “운동을 주도한 할머니와 단체는 돌려주고, 일부 피해자 할머니는 수용을 하기도 했다. 만약 당시 위안부 할머니들과 사전에 (합의 내용을)공유했으면 받아들였을 수도 있는데 일방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도 합의문상에는 총리가 사과의 뜻을 밝히고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했는데, 돌아서니 (총리가)설명이 전혀 없었다. 위로금 지급식으로 정부 스스로 합의 취지를 퇴색케 한 것이다. 앞으로의 과제다”고 말했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주 원내대표의 질문은 정의연 사태에 대한 질문이 아니었다.
답변은 위안부 문제가 오늘에 이른 과정을 길게 설명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코로나 위기 국면 타개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코로나 위기 극복 이후에는 미래를 향한 경쟁이 될 것”이라면서 “누가 더 협치와 통합을 위해 열려 있는지 국민이 합리적으로 보실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0대 국회도 협치와 통합을 표방했으나 실제로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면서 “이번에는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것이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적으로 대공황 이후 처음이라는 지금 같은 위기 국면에서는 국회에서 3차 추경안과 고용 관련 법안이 신속히 통과될 수 있어야 하겠고, 공수처의 7월 출범이 차질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와 관련해 “대통령 주변 특수관계자가 측근도 대상인데 검찰 견제 수단으로 오히려 부각되고 있다”며 “하지만 원래 뜻은 대통령 주변의 측근 권력형 비리를 막자는 취지다. 특별감찰관제도는 공수처가 합의되지 않아서 만든 것이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재정 건전성과 관련해 “재정 건전성이 중요하다는 데는 공감한다. 재정 당국은 지금 건전성에 보수적 관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위기속에 IMF조차 이해를 못했다. 한국은 재정 여력이 있는데 왜 확장 재정을 안 하느냐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시 성장이 회복돼야 세수가 늘고, 장기적으로 볼 때는 재정 건전성에 도움이 된다. 2/4분기를 지나 3/4분기 정도에는, 빠르게 U자로 가는 것인데, U자형이 아니더라도 아래가 좁은 V자에 가깝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의 분모를 높여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설명이었다.
두 시간의 식사 회담 이후 40분간 산책이 있었다.
문 대통령이 석조여래좌상을 여야 원내대표에게 소개한 뒤 내려가는 길에 김태년 원내대표가 “오늘 우리들을 위해 일정을 많이 비우셨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김태년 원내대표를 보면서 “국회가 제때 열리고 법안이 제때 처리되면 제가 업어 드릴게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