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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일기예보 비올 확률 높은데 DL이앤씨 레미콘 불러… 포스코이앤씨 전날 취소

국토교통부 작년 우천 타설, 물 배합 조작 없애려 ‘단위수량 품질검사 기준 마련’ 고시
DL이앤씨 비 오는 예보 있어도 강수량 5mm 이하면 우중 타설 
포스코이앤씨 전날 예보상 비 오면 ‘취소’

국토교통부 “우천 타설은 원칙적으로 금지”

같은 공간에서 공사 중인 ‘DL이앤씨(옛 대림산업)’와 ‘포스코이앤씨(옛 포스코건설)’간 9월 20일 우천 타설 ‘작업 진행’과 ‘취소’ 배경에는 자체 규정이 달랐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DL이앤씨는 콘크리트의 기준 강도를 무시한 채 막무가내로 우중 타설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국토교통부는 작년 시공성 및 원가절감 등의 이유로 일부 건설 현장에서 콘크리트에 물을 타고 배합을 조작하는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표준시방서를 개정했다. 이에 건설기술 진흥법 시행령에 따라 콘크리트 단위수량 품질검사 미달시 벌점이 부과되는 제도가 마련됐는데 불구하고, 콘크리트 배합 조작에서 더 나아가 현장에서 비가 오는데 관행적으로 타설을 하고 있는 상황이 확인된 것이다.

시행령을 위반하게 되는 경우 발주청은 벌점을 받은 업체에 대해 입찰 참가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고시하고 있는 콘크리트 단위수량 표준시방서의 시멘트 물 배합 기준은 185kg/m3(물의 부피)이다. 이 물-시멘트 비율(Water–cement ratio)은 콘크리트 강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며 W/C비가 큰(물이 많아질수록) 경우 콘크리트가 묽어지고 이로 인해 강도가 약해져 콘크리트 균열 및 측압이 커지게 된다.

이 기준에 따라 배합된 후 레미콘 차량이 ‘콘크리트 받아들이기 품질 검사’를 통과하게 되면 차량이 현장에 도착해 펌프카의 호스를 통해 타설이 이뤄진다.

그런데 현장에 도착해 비가 오게 되면, “당연히 비 오는 날 타설을 하면 안되고, 예보를 보고 타설 계획을 변경해야 된다”고 국토교통부 기술혁신과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에 업계는 일기 예보에 따른 기상조건을 고려해 비가 예상될 때는 콘크리트 타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뉴스필드 취재 결과 DL이앤씨는 일기예보를 고려하지 않고, 당일 현장 상황만 보고 타설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일기예보상 비가 온다고 해서 타설을 전날 취소하는 규정은 없다. 당일 상황 봐서 시간당 5mm 이하면 타설을 하는 게 원칙이다”며 “당시 9시 30분 쯤 비가 안 왔기 때문에 레미콘을 불렀고, 작업 중에 비가 내렸지만 0.5mm 수준이었다. 그리고 오전 11시에 작업을 중단하고 방수포를 덮고 품질에는 이상 없는 걸 확인했다”라고 설명했다.

DL이앤씨가 우천 타설을 한 전날인 19일은 이미 일기예보에 다음날 비가 내리는 확률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DL이앤씨가 레미콘 차량을 호출한 20일 오전 9시 30분 이후는 더욱 강수 확률이 높아지는 전망이 나온 상황이었다.

포스코이앤씨는 이미 19일 일기예보를 보고 타설 계획을 취소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우천 타설 내부 규정은 전일 일기예보를 확인해 작업 당일 우천시 타설 계획을 변경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예보상 오전에 비오면 오후로 변경, 종일 비오면 다음날 등으로. 그래서 그 당시 20일 우천으로 예보 돼 있어서 타설 계획을 변경했다. 따라서 레미콘을 호출하지 않았다. 펌프카는 당초 타설 계획이 잡혀 있었기 때문에 현장에 대기 시켜놓았던 것이다”며 “비가 온다고 예보가 돼 있으니 19일 부르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기상청에 따르면 19일 오후 8시 기준, 20일 오전 7시 전북 군산시 구암동 강수 확률은 60%였고 오전 9시는 30%, 오전 10시 30%, 오전 11시 60%, 낮 12시 60%로 예보됐다.

파랑색 동그라미가 강수가 측정 된 표시.<자료=기상청>

그리고 20일 오전 10시 0.5mm, 오전 10시 20분 0.6mm, 오전 10시 50분 1.5mm, 오전 11시 2.1mm로 빗방울이 더 굵어졌고, 이 비는 이날 저녁 8시 50분까지 내렸다.

따라서 DL이앤씨가 레미콘을 호출했다는 오전 9시 30분 이후인 20분 뒤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특히 이날은 9월 중 강수량이 가장 많았던 날이기도 했다. 1일 시간당 강수량은 22.68mm, 일 강수량은 64.8mm에 달했다.

시간당 강수량 20mm의 체감은 우산이나 우비 착용 자체가 무의미해 쓰고 있어도 온몸이 다 젖고, 시야 확보도 불편한 정도다.

DL이앤씨가 우중 타설한 ‘e편한세상군산디오션루체아파트’는 주변 아파트 대비 33평 기준 3100만원 더 비싸기도 하다.

오봉환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은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슬비나 폭우나 비가 내리는 날에는 원칙적으로 타설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며 “빗물로 인해 배합 비율 달라질 경우 품질이 저하돼 불량 콘크리트가 될 수밖에 없다. 무너지고 안 무너지고의 문제로만 볼 게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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