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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식중독 책임과 급식노동자 폐암 조사 요구는 외면?

(좌)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우)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현대그린푸드’ 품에 안으며 경영권 강화에만 집중 논란

최근 현대백화점그룹이 단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됐다. 지주회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지난 5일 공시를 통해 주력 계열사인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를 공개매수를 통해 자회사로 편입시켰다고 밝혔다. 그룹의 모든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완성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현물출자 유상증자 완료로 현대백화점그룹은 ‘정지선 회장·정교선 부회장-현대지에프홀딩스-현대백화점·현대그린푸드 등’으로 이어지는 단일 지배구조를 완성하게 됐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은 이번 현물출자를 통해 각각 38.1%와 28.0%의 지주회사(현대지에프홀딩스)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그룹 제2대 회장이며,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 회장의 장남이다. 정교선 부회장은 차남이다. 정몽근 명예 회장은 현대그룹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의 3남이다.

당초 유통부문은 정지선 회장, 비유통부문은 정교선 부회장에게 나눠서 승계할 계획이었으나 현재 공동경영 중이다.

그룹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현대백화점의 최대주주는 정지선 회장으로,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한 지분율은 36.08%,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17.0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가 지난 5일 공개매수를 통해 358만4863주(15.32%)를 내놓으며 1.77%가 됐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비정규직3지회(소하, 화성, 광전)는 9월 13일 오후 2시 현대그린푸드 본사 앞(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문인로 30)에서 ‘현대그린푸드 식당노동자 폐 CT 전수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신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이번 지분 교환으로 현대백화점 지분 30.0%와 현대그린푸드 지분 38.1%를 각각 확보해 최대주주가 되어 지주사 요건(자회사 지분 30% 이상 보유)을 갖췄다.

정지선 회장은 범현대가의 오너3세 가운데 첫 회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대백화점그룹이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등 다른 유통그룹에 비해 너무 발빠르게 경영권 승계 작업을 마무리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룹 계열사에서 참사가 발생하거나 사내 급식에 식중독이 발생하고, 식당 종사자들이 폐암으로 목숨을 잃지 않게 개선해 달라는 요구에 형식적인 사과나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9월 26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앞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데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제공

앞서 지난해 9월 화재로 8명의 사상자를 낸 현대아울렛 대전점이 유통업계 최초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게 됐는데, 법 시행 뒤 처음으로 그룹 총수 일가가 처벌 대상에 오를지에도 관심이 쏠렸지만 결국 피해갔다.

대전고용노동청이 사고 발생 한 달여 만에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고, 정지선 회장도 당시 “어떠한 책임도 회피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정 회장은 입건 대상에서 제외됐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정 회장보다 직함이 낮은 김형종 사장을 ‘경영책임자’라고 입건하면서 정 회장은 추가 입건 여부에 대해선 외면했다.

김율현 민주노총 대전본부장은 “최고책임자는 이 책임에서 피해 가고 최고책임자가 임명했다고밖에 볼 수 없는 대표이사가 이 문제의 책임을 지는 것은 중대재해처벌법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지난 5일.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의 두 아들인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의 ‘형제 경영’을 본격화 하기 위해 지주회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지주회사 요건을 달성하기 위해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 주주들로부터 각각 420만 1507주와 948만 4011주를 받고 그 대가로 자사 신주 9857만 6164주를 발행하는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3317억원 규모)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현대백화점 지분 30%와 현대그린푸드 지분 38.1%를 각각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은 이번 현물출자로 각각 38.1%, 28%의 현대지에프홀딩스 지분을 취득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로써 현대백화점그룹은 ‘정지선 회장·정교선 부회장→현대지에프홀딩스→현대백화점·그린푸드 등’으로 이어지는 단일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이로써 두 형제의 경영권은 강화됐는데, 지난 13일 질병관리청은 지난 5월 현대차 부품 계열사 현대케피코 직원들 사이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과 관련한 원인이 ‘현대그린푸드’가 운영하는 사내 급식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최종 판단을 내렸다.

정지선·정교선 형제가 그룹 장악에만 몰두하면서 실제 경영에 소홀한 게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24일 현대그린푸드가 운영하는 급식사업장에서 국수와 유부초밥 등을 섭취한 직원들이 오한과 설사,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이자 군포시 보건소와 군포시청 등 보건당국은 같은달 26일부터 2주간 현장점검과 역학조사를 진행했다.

보건당국이 파악한 식중독 의심 증상 발생자는 284명으로, 이 중 임직원 18명과 조리 종사자 2명에게서 살모넬라균이 검출됐다.

그러나 현대그린푸드는 별도의 행정처분을 받지도 않았다. 군포시로부터 재발 방지 계획서 제출만 요구받았을 뿐이다.

게다가 ‘식당노동자’들의 폐암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커지고, 급식 노동자들이 2급 발암물질 조리흄에 노출돼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데도, 현대그린푸드가 내놓은 해결안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그 출발은 전국에 7만여명이 일하고 있는 학교급식노동자들이었다.

학교 급식노동자의 폐암에 대해 산재가 승인된 2022년, 교육부는 학교 급식노동자 2만여명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다.

이 중 139명이 폐암 의심 진단을 받았으며 이 중 31명이 폐암 확진 판정을 진단받았다.

이에 따라 22년도 검사 대상이었던 근속 10년 이상 혹은 55세 이상의 대상자를 23년에는 근속 5년 이상 혹은 55세 이상자로 낮추고 즉각적인 검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 3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자료를 받아 공개한 ‘학교 급식실 종사자 건강검진 결과’를 보면, 관련 노동자 4만2077명 가운데 32.4%인 1만3653명이 폐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타났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비정규직3지회(소하, 화성, 광전)는 9월 13일 오후 2시 현대그린푸드 본사 앞(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문인로 30)에서 ‘현대그린푸드 식당노동자 폐 CT 전수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비정규직3지회(소하, 화성, 광전)는 9월 13일 오후 2시 현대그린푸드 본사 앞(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문인로 30)에서 ‘현대그린푸드 식당노동자 폐 CT 전수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현대그린푸드 노동자들은 ‘죽지않고 일할 수 있는 권리’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며, 2023년 임급협상 요구안 중 별도요구로 “현대그린푸드 조합원 폐암 발생 관련 전수 검사 특별노사협의”를 제기했으며, 총 7차례의 노사협의를 진행했다.

그런데 지난 6일 현대그린푸드가 제출한 제시안은 너무나 충격적이라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고 전해졌다.

현대그린푸드가 제시한 안은 ‘근속 15년 이상인원, 정규조리원(전문직, 조리보조원, 기사 직군 제외)’만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15년 이상 근무한 조리원에 대해서만 검사를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현대그린푸드는 광주, 소하, 화성 3개공장 505명 중에서 조리사, 영양사, 파트노동자, 기사조를 제외한 대상자 중에서도 15년 이상 근무자만을 대상으로 하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또한, 현대그린푸드는 학교 급식노동자들의 조리장 환경이 현대그린푸드보다 열악하다고 단정 지으며 상대적으로 위험 발생이 낮은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과연 사실일까? 2023년 6월 화성공장 비정규직지회는 현대그린푸드 산안위원 4명, 사측 부점장, 보건 업무 담당자와 합동으로 작업환경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이 조사 결과 60가지가 넘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을 확인했고 후속 조치로 사측에서 지정한 조사 업체의 검사 결과 또한 국소 배기 관리 부분에 심각한 문제가 확인됐다. 바닥은 패이고, 이동로는 좁으며, 환기는 고사하고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리흄이 전체 조리장을 뒤덮고 있는 실정이었다.

해마다 발생하는 산재 건수는 화성공장만 2019년 10명, 2020년 20명, 2021년 19명, 2022년 12명, 2023년 현재 11명이었고 공상 처리자는 뺀 숫자가 이런 상황이다. 3개 공장을 확인하면 이 숫자는 배로 늘어 날 것으로 추정된다.

급식노동자의 폐암문제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노동자들은 ‘현대그린푸드 전체 노동자의 저선량 폐 CT 전수 검사’를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현대그린푸드의 답변은 그 기준도 알 수 없고, 이유도 가늠하기 힘든 15년 이상 근무한 조리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기아자동차 3개 공장에 근무 중인 현대그린푸드 노동자들은 오랜 노동 시간 동안 각자의 업무가 혼용되거나, 변경된 사람들이 많으며, 단시간 노동자이거나 노동조합에 가입되지 않은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위험에 노출된 업무를 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조사 대상에서 배제 시킨 것이다.

조리 기구 세척에 사용되는 화학용품들은 그 성분 자체가 독극물인 경우도 있으며, 열에 노출될 경우 매우 심각한 유독 성분을 배출하여 심폐 기능에 막대한 손실을 주는 상황임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조리흄을 비롯한 화학 물질들의 오남용으로 노동자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하는 작업장이 죽음을 부르는 작업장이 되고 있다는 게 이들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비정규직3지회(소하리, 화성, 광주)는 “우리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그린푸드에 경고한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 다치지 않고 일할 권리, 병들지 않고 일할 권리의 보장을 위해 당장 폐 CT 전수검사를 수용하라. 그렇지 않으면 사활을 건 총력투쟁으로 맞서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식당 노동자 폐 CT 전수조사 관련해 임금협상과 별도로 논의 중이다. 아직 논의가 끝난게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달라”고 해명하면서도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노동조합의 비난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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