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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독성 물질 제품마다 최대 32배 차이 확인

6800명이 넘는 피해자가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내 독성물질 ‘PHMG’의 농도가 제품 마다 최대 32배 차이를 보이며 농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는 대표적인 가습기 살균제 유독물질로, 고농도로 인체에 들어가면 폐가 손상될 수 있다.

CMIT(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과 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은 미생물의 번식을 억제해주는 살균보존제 성분으로, 노출되면 피부와 호흡기 등에 자극을 일으킬 수 있다.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가습기살균제사건진상규명소위원회(이하 사참위)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알려진 지 9년째인 31일 현재까지 조사결과 확인된 48종의 가습기살균제 제품 현황과 23종의 제품 성분 분석 결과를 이같이 밝혔다.

사참위는 개봉된 가습기살균제를 분석한 결과,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옥시 등이 가습기살균제 제품 농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확인했다.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의 경우, 77개 제품에서 PHMG 농도가 최소 280ppm부터 최대 9,000ppm까지 32배의 차이가 났다.

이 제품 판매기간인 2004~2011년 동안, PHMG의 농도가 일정하게 검출된 사례는 없었다.

그리고 현재 재판 중인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제조·판매한 애경 홈크리닉 가습기메이트의 경우, 29개 제품에서 CMIT-MIT의 농도가 최소 11.8ppm부터 최대 227.9ppm까지 19배의 차이가 났다.

해당 제품 판매기간 2002~2011년 동안 CMIT-MIT의 농도가 일정하게 검출되지 않았다.

특히, 분석한 제품 중 미개봉된 9종 제품에서 동일한 제조업체가 제조한 가습기살균제의 농도가 각기 다르게 검출된 사실도 확인했다.

PHMG를 원료로 한 롯데마트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와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의 경우 모두 용마산업사에서 동일한 원료와 공정으로 제조해 품번 형식도 비슷하나, 비슷한 시기 제조된 두 제품에서 500ppm의 농도차이가 발생했다.

애경 홈크리닉 가습기메이트(주요 살균물질 CMIT-MIT)의 경우, 2011년 2월 17일 제조된 미개봉 동일제품 2개에서 MIT의 농도가 각각 17.84ppm, 34.88ppm 으로 검출돼 농도가 2배 차이가 나는 것이 확인됐다.

반면 CMIT의 농도는 큰 차이(17.73ppm, 18.73ppm) 를 보이지 않았다.

최예용 사참위 가습기 살균제 사건 진상규명소위원회 소위원장은 “제품 내의 살균물질의 농도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며”고 이번 조사의 의미를 전했다.

최 소위원장은 “개봉된 제품의 경우, 물이 증발하는 등의 요인으로 인해서 원료물질의 농도가 일부 달라질 수는 있지만, 같은 제조업체서 제조된 미개봉 제품들에서도 농도 차이가 발생한 것은 제품의 제조 과정에서 품질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분명히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참위는 이번 조사에서 기존에 39종으로 알려졌던 가습기 살균제와 별개로, 폐 손상을 일으키는 이염화이소시아눌산나트륨(NaDCC)을 주요 살균성분으로 하는 하이크로정, 황토(Claybell)를 성분으로 하는 에코볼 필터, 은나노항균볼을 성분으로 하는 우리가족 안심볼 3종과 성분이 확인되지 않은 제품 가습기닥터, 항균가습기닥터, 가습기티올, 가습기라이트, 가습기파트너, 피톤차프 6종을 추가로 확인했다.

이로써 1994년 가습기 살균제가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판매된 가습기 살균제는 총 48종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가습기살균제 참사 유족과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 등 10여명은 이날 광화문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9주기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기업에 대해 피해대책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가습기 피해자 정부인정질환 인정률이 8.2%로 판정신청자 10명 중 1명도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았다”며 “가습기피해 인정질환을 늘리고 인정률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정부는 폐 질환과 천식, 태아 피해 3개 질환만 가습기살균제 피해질환으로 인정하고 있다.

피해자 측은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결과로 기타 폐질환과 신경계 질환 등 각종 병에 걸리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지만 이들 질환이 아니면 피해 신고를 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인정질환에 포함돼 피해신고를 하더라도 실제 정부로부터 피해 인정을 받고 보상을 받기 어려운 점도 문제로 꼽힌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폐질환은 5770명 판정해 489명을 인정해 인정률이 8.5%이고, 천식은 5692명을 판정해 432명을 인정해 인정률이 7.6%이다.

태아피해는 56명을 판정해 28명을 인정해 인정률이 50%이다.

전체적으로 11,518명을 판정해 이중 8.2%인 949명을 인정했고 91.8%인 10,569명은 불인정됐다.

판정신청자 10명중 1명도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은 셈이다.

피해자 측은 “많은 질병이 인정질환으로 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피해자들이 호소하는 질환들이 많고 그나마 인정질환들도 실제 질환별 인정기준이 매우 엄격해 위에서 밝힌대로 질환별 인정률은 10명에 1명도 안되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한편 지난 8월 21일 기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청자는 6844명이다. 이중 사망자는 1559명이다.

추정 피해 규모는 더 크다. 사참위는 지난 7월 27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 경험자가 약 67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유족과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 등 10여명은 31일 광화문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9주기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기업에 대해 피해대책 문제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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