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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 전문지

현대제철 당진공장 사망사고 다음날 또 노동자 쓰러져

금속노조는 1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40℃가 넘는 고온 속에서 일하던 일용직 노동자가 숨진 사고와 관련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 판단을 미루자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40℃가 넘는 고온 속에서 일하던 일용직 노동자가 숨진 다음 날 같은 공장에서 또 다른 노동자가 고온 작업 중 쓰러지자, 금속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는 현대제철 고열작업에 따른 중대재해를 즉각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16일 금속노조와 현대제철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작업하던 50대 노동자 박 모(54)씨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고인은 당진공장 연주공장 20미터가량 높이의 크레인 상부에서 캡쿨러(크레인 운전실 온도를 낮추기 위한 냉방시설) AS작업을 하고 있었다.

노조는 고인의 사망 원인을 “고온 작업 탓”이라고 보고 있다.

고인이 사내119로 구조될 당시 체온은 40.2도였다.

또 다음날 10일에는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일하는 하청업체 노동자 ㄱ(50)씨가 제철소의 코크스 공정에서 부품 교체 작업을 하던 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ㄱ씨는 현장에서 곧 의식을 회복했으나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고, 현재 정상 출근할 만큼 회복한 상태라고 현대제철은 전했다.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은 ㄱ씨가 쓰러지자 이틀 뒤인 12일 현대제철 당진공장에 부분 조업정지 명령을 내렸다.

천안지청은 박씨가 숨진 뒤 현대제철에 ‘고열·고온작업에 대한 노동자 건강보호 대책’을 마련해 보고하도록 행정지도(11일)했을 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는데, ㄱ씨가 쓰러지자 추가 조처를 한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11일 박씨에 대한 부검을 진행해 1차 부검 소견으로 박씨의 사인을 ‘관상동맥에 의한 심근경색 급성 심장마비’로 추정했다.

노동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종 부검 결과와 노동부 조사 결과가 모두 나온 뒤 박씨의 사망과 업무와의 연관성을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가 숨진 박씨와 관련해 ‘중대재해’인지 판단을 미룬 것을 두고, 금속노조는 규탄에 나섰다.

금속노조는 이날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안지청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정확하게 내용이 명시돼있음에도, 1200도가 넘는 슬라브를 가공하는 연주공장이 고열작업장이 아니라는 해괴망측한 주장을 반복했다”며 “천안지청은 연주공장에서 이송되고 스카핑 작업을 하는 슬라브의 온도가 900도에서 1,200도에 달하고, 시간이 지나도 600도~900도의 온도라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그곳이 고열작업이 아니라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펄펄 끓는 슬라브를 이송하는 크레인 위에서 작업을 해야 했고, 크레인 상부 온도가 43도에 달했던 열 발생원이 공장 내부에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곳은 결코 고열작업 공간이 아니라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는 현대제철 고열작업에 따른 중대재해를 즉각 인정하고, 직무를 유기하고 위법한 행정조치를 저지른 천안지청장과 관련 공무원을 징계하라”며 “즉각 현대제철 고온·고열작업 노동자 보호조치 일제 점검을 실시하고 근본대책을 수립하라”고 밝혔다.

한편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지난 10일 회사 창립 67주년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지난 수년간 수익성 악화에 고전하던 철강업계는 코로나19라는 위기에 고스란히 노출된 상황”이라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일련의 변화는 안전과 환경이라는 불변의 가치 아래 실행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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