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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 정의선·정몽구 배당 잔치 속 협력업체 재해자 ‘급증’

현대엔지니어링, 정의선·정몽구 오너 일가 배당 잔치 속 협력업체 재해자 '급증'…안전 관리 '구멍'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가운데), 정의선 현대차 회장(왼쪽),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오른쪽).

기아서 넘어온 첫 ‘CFO 출신 CEO’, 주우정 대표이사 위기관리 능력 의문

현대엔지니어링이 최근 수년간 오너 일가에 수백억 원의 배당을 지급하면서도 안전 관리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협력업체 재해자 수가 최근 4년 동안 꾸준히 증가하여 2023년에는 190명에 달하는 등 심각한 안전 문제가 드러났다.​

12일 ‘현대엔지니어링 사업보고서’와 ‘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 등 오너 일가에 총 286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엔지니어링, 2021~2023년 오너 일가 배당금 총 286억 원 지급

정의선 회장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변동 없이 8,903,270주의 현대엔지니어링 주식을 보유(지분율 11.7%)하고 있으며, 정몽구 명예회장 역시 같은 기간 3,552,340주(지분율 4.7%)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의선 회장은 2021년 98억 원, 2022년 53억 원, 2023년 53억 원 등 총 204억 원의 배당금을 수령했으며, 정몽구 명예회장은 같은 기간 총 82억 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1년 797억 원, 2022년과 2023년에는 각 435억 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했고, 각 연도별 주당 현금 배당금은 2021년 1,100원, 2022년과 2023년 각 600원이었다.​

현대엔지니어링 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협력업체 재해자 수 3배 증가, 안전 관리 허점 드러나

그러나 이러한 배당금 지급과는 대조적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의 협력업체 재해자 수는 2020년 55명에서 2023년 190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근로 손실 재해율(LTIFR)은 0.521에서 1.168로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총 기록 재해율(TRIR)은 0.104에서 0.234로 증가했다.

LTIFR은 특정 기간 동안 1백만 근로시간당 발생한 사고로 인한 근로 손실 일수를 나타내며, TRIR은 동일 기간 동안 모든 종류의 사고를 포함한 재해 발생 건수를 1백만 근로시간당으로 계산한 지표이다.

이 두 지표의 증가가 의미하는 것은, 회사 내 안전 관리 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재해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특히, 업무 관련 사망자는 2020년 3명, 2021년 2명, 2022년 3명, 2023년 3명 발생하며 안전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

반면, 현대엔지니어링 임직원의 경우 재해자 수는 2020년 0명, 2021년 1명, 2022년 1명, 2023년 1명으로 협력업체와 큰 차이를 보였다. 이는 현대엔지니어링이 협력업체 안전 관리에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연이어 발생한 중대재해로 인해 근로자 안전관리와 안전보건 경영에 대한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정의선·정몽구 오너 일가 배당 잔치 속 협력업체 재해자 '급증'…안전 관리 '구멍'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YTN 캡처.

CFO 출신 CEO, 안전관리 역량에 대한 우려

특히, 재무 전문가로 알려진 주우정 대표이사가 운영에 있어 비용 효율성에만 중점을 둬 안전 관리가 소홀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주우정 대표는 실적 부진 타개와 기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2024년 11월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는 기아 재경본부장을 역임하며 실적 개선에 기여한 재무 전문가로, 정의선 회장의 측근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취임 직후 대형 악재가 발생했다.

2월 25일 오전 9시 49분께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하는 세종-안성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구조물이 붕괴하며 10명이 추락,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중상을 입었다. MBC 캡처.

지난달 25일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하는 세종-안성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구조물이 붕괴하며 10명이 추락,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중상을 입었다.

또 10일 평택 현장에서 발생한 추락 사고로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당했다. 사고는 아파트 외벽 갱폼을 타워크레인으로 해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으며, 콘크리트 양생이 완료된 갱폼에 연결된 철제 고리 해체 작업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타워크레인이 위로 움직이면서 근로자들이 공중에 올라갔다가 추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주 대표 및 안전 최고 책임자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전통적으로 토목·화공플랜트 전문가가 CEO를 맡아왔으나, 이번에 CFO 출신이 대표가 되면서 안전관리 역량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적 반등 목표 차질 예상…IPO 재추진에도 불확실성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영업이익 목표를 6,331억 원으로 설정하며 실적 반등을 기대했으나, 최근 사고로 재무구조 개선과 IPO 추진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상황은 기대와 정반대”라며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사법적 책임은 물론 영업정지 처분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만큼, 안전 로드맵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대표 교체설과 관련해 “현재로선 주우정 대표 체제 하에서 성실히 사고 조사에 임하고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대표 부임과 IPO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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