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가 15일 서울 잠실 쿠팡 본사 앞에서 2차 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노동 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지난 8월 1일 1차 파업 이후 보름 만에 이뤄진 이날 집회에서 노조는 폭염 대책 마련과 단체협약 체결, 노조 활동 보장 등을 강하게 요구했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로켓배송 뒤에 숨겨진 열악한 노동 현실을 바꿔야 한다”며 투쟁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
지난 8월 1일 파업에는 조합원 약 200명을 포함해 1,000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연가, 결근, 보건휴가 등을 활용해 참여했다고 지회는 전했다. 당시 쿠팡 측은 계약직과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각각 특근과 출근 인센티브를 최대 10만 원까지 지급하며 파업 인원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회 관계자는 “지난 4년간 70여 차례의 교섭에서도 사측은 노조의 요구안을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다”며 “쟁의 기간 중 재개된 교섭에서도 사측 교섭위원 교체를 통보하고 요구안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구하는 등 시간 끌기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 “온도계에 에어컨 바람 쐬고…휴게시간은 그림의 떡”
노조는 특히 폭염 대책 부재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는 폭염 시 2시간당 20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보장해야 하지만, 쿠팡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대구2센터에서는 온도계에 에어컨 바람을 직접 쐬어 온도를 낮추는 꼼수가 드러나기도 했다. 노조는 “동탄센터와 인천4센터 등에서도 유사한 편법이 확인됐다”며 “폭염을 견디지 못하고 조퇴서를 낸 노동자에게 관리자가 이를 찢어버린 사례도 있다”고 폭로했다. 이어 “이달 3일 대구2센터에서는 37.5도에 달하는 작업장에서 일하던 일용직 노동자가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 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 “노동은 소모품이 아니다” 시민사회 연대 확산
이번 파업에는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종교계, 노동조합 등이 대거 참여하며 연대의 뜻을 전했다. 지난 8월 14일에는 시민들의 모금으로 한겨레신문 1면에 쿠팡 물류센터 파업 지지 광고가 실리기도 했다. ‘로켓배송 없는 날’ 캠페인에 동참하며 전국 40여 곳에서 동시다발 선전전도 진행됐다. 정성용 전국물류센터지부장은 “노동의 존엄성을 되찾기 위한 투쟁”이라며 “우리가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애숙 여주분회장은 “50조 흑자를 달성한 쿠팡이 노동자들을 로켓배송의 연료로 태우려 한다”며 “인격 없는 소모품, 노예가 아니다”라고 규탄했다.
집회 현장에는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라이더유니온지부 등 다양한 노조 관계자들이 연대 발언에 나섰다. 이들은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며 쿠팡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했다. 특히, 쿠팡을 불매하는 시민 자격으로 참여한 박수연 씨는 “쿠팡의 모든 행태는 노동을 존엄한 것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라며 “쿠팡 노동자들의 요구는 사람이 사람답게 노동하기 위한 최저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의 목숨을 연료로 태워 빛을 내고 있다”고 규탄하면서, 모든 노동자들이 건강하고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호소했다.
이번 파업과 연대 활동은 쿠팡의 물류 시스템 이면에 감춰진 노동 환경 문제를 공론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쿠팡은 이번 투쟁을 단순히 일부 노조의 요구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근본적 변화의 요구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