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보수가 계열사들의 전반적인 실적 악화 속에서도 1년 새 40% 넘게 급증하며 145억 원을 넘어섰다. 2020년 이후 조 회장의 보수는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4년간 약 세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책임 경영보다는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가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지주사 적자 전환·주력사 이익 반토막에도 보수는 ‘역대급’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지주사 한진칼을 비롯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등 4개사로부터 총 145억7천8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한 3개사 합계 보수였던 2024년(102억1천300만 원)과 비교해 43% 급증한 수치다. 작년 연봉에 배당금 13억8천800만 원을 더하면 조 회장이 그룹에서 챙긴 총액은 159억6천600만 원에 달한다.
조 회장의 보수는 회장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 2019년 18억9천만 원 수준이던 연간 보수는 2020년 30억 원대로 뛰었고, 이후 2021년 34억 원대, 2022년 50억 원대를 거쳐 2023년에는 80억 원을 넘겼다. 2024년에는 100억 원을 상회하며 증가 흐름이 이어졌다. 항공산업 전반이 팬데믹 충격을 겪던 시기에도 이러한 보수 증가 추세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문제는 이러한 고액 보수가 그룹의 실적 악화 일로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지주사인 한진칼의 경우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소폭 늘었으나, 영업손익은 2024년 492억 원 흑자에서 지난해 75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이익 역시 5천122억 원에서 1천592억 원으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그럼에도 한진칼은 조 회장의 보수를 전년(41억5천400만 원)보다 49%나 올린 61억7천600만 원으로 책정했다.
그룹 주력사인 대한항공 또한 매출 확대에도 불구하고 내실은 부진했다. 영업이익은 2조1천100억 원에서 1조1천100억 원으로 절반 가까이 격감했고, 당기순이익도 1조3천800억 원에서 6천500억 원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조 회장에게 전년보다 11.8% 인상된 57억500만 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실적 부진에 허덕이는 아시아나항공과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에서의 보수 수령도 논란의 대상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 적자 전환한 아시아나항공에서 미등기 상근회장 직함을 달고 9억8천700만 원을 받았다. 이는 퇴직한 대표이사를 제외하면 사내 최고 연봉이다.
경영난으로 적자를 기록한 진에어에서는 보수가 더 파격적으로 올랐다. 미등기 비상근 회장임에도 불구하고 2024년(9억5천600만 원)의 두 배에 육박하는 17억1천만 원을 수령했다. 해당 회사에서 연봉 5억 원 이상을 받은 임원은 조 회장이 유일하다.
■ 상속세·이자 부담이 원인?…사측 “아시아나 통합 성과급”
재계에서는 조 회장의 보수가 이처럼 가파르게 상승하는 배경에 상속세 및 대출 이자 부담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회장은 2019년 고(故) 조양호 선대회장 별세 이후 부과된 약 2천700억 원 규모의 상속세를 분할 납부 중이다.
이를 위해 보유 중인 한진칼 지분을 담보로 대규모 대출을 받은 상태인데,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연간 이자 비용만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 배당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연봉 인상이 가장 확실한 현금 확보 수단이 된 셈이다. 아울러 호반건설 등 외부 세력의 지분 매입에 대응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자금 마련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 측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한 ‘전략적 성과’를 보수 인상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사측 관계자는 “기업 결합 승인을 이끌어낸 리더십과 아시아나항공 인수 통합(PMI) 과정에서의 역할이 반영된 성과급 성격”이라며 “사업 규모 확대에 따라 경영진의 책임이 커진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보수 인상 시점과 폭을 두고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악화된 상황에서 경영진 보수가 큰 폭으로 인상된 점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지분 확대나 상속세 재원 마련 등은 중장기적인 실적 개선과 배당 확대 등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