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딩뱅크’ KB국민은행 이환주 행장이 취임 첫해에만 전임 행장의 3년 임기 전체 순증가액에 맞먹는 가계대출을 쏟아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자금 공급을 지속하고, 이사회 차원에서 부동산 금융 관리 체계까지 공고히 하면서 리딩뱅크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정부가 기업대출 확대와 지분투자 활성화를 통해 생산적 금융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는 상황에서, KB국민은행은 오히려 부동산 담보 중심 영업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평가다. 금융당국 역시 은행권이 부동산 금융에 과도하게 치우친 결과 자금이 비생산적 영역에 쏠렸다고 판단하고, 주택담보대출과 부동산 담보대출, 부동산업 관련 여신을 자제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 가계·부동산 대출 ‘폭주’…취임 1년 만에 전임자 3년 치 기록 육박

8일 금융권 및 사업보고서 자료에 따르면, 이재근 전 행장이 재임한 3년(2022~2024년)간 KB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총 순증가액은 6조 6,711억 원 수준이었다.
반면 이환주 행장은 취임 첫해인 2025년 한 해에만 전임자 3년치 기록에 육박하는 6조 6,273억 원의 가계대출을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역대급 폭증기였던 2024년의 기세를 꺾지 못한 채 가계대출 팽창 기조를 고착화시킨 셈이다.
특히 대출의 질적 구성을 놓고 보면, 부동산 담보대출에 대한 의존도가 전임 체제 초기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근 전 행장 취임 초기였던 2022년과 2023년 주택담보대출(주택자금) 순증액은 각각 7,610억 원과 1조 4,000억 원 수준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됐다. 그러나 이환주 행장 취임 첫해인 2025년에는 주택담보대출이 한 해 동안에만 8조 8,520억 원이나 늘어나며 급격한 확대세를 보였다.
이는 전임 체제 초기 평균 증가액과 비교해 약 8배 이상 빠른 속도로, 리딩뱅크의 자금 흐름이 가계 부동산 시장으로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대출 구조의 불균형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일반자금 대출은 2022년(-4조 9,000억 원), 2023년(-9,000억 원)에 이어 2025년에도 2조 2,388억 원 감소하며 역성장 흐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명분으로 서민층의 긴급 자금인 신용대출은 지속적으로 조이면서도, 수익성과 담보 안정성이 높은 주택담보대출만은 전례 없는 규모로 확대해온 셈이다. 이로 인해 국민은행이 결국 부동산 담보 위주의 손쉬운 영업에 치우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대출에서도 생산적 금융과의 괴리는 여전하다. 2025년 말 기준 국민은행의 서비스업 대출 잔액은 108조 4,625억 원으로, 전년 대비 2조 3,097억 원 증가하며 전체 기업대출의 46.5%라는 압도적 비중을 유지했다.
반면 생산적 금융의 핵심인 제조업 대출 잔액은 55조 8,265억 원에 머물러 서비스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리딩뱅크의 자금이 여전히 담보 위주의 서비스업에 편중되어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2025년 말 기준 부동산 및 임대업 기업대출 잔액은 55조 3,257억 원으로, 전년 대비 7.8%(4조 114억 원)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기업대출 증가율(5%)을 2.8%포인트 웃도는 수치다.
증가 규모는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컸다. 우리은행은 같은 기간 관련 대출을 약 7조 원 줄였고, 하나은행은 8,000억 원 증가에 그쳤다. 신한은행도 약 7%(3조 원) 늘었지만 증가 폭과 절대 규모 모두에서 국민은행과는 뚜렷한 격차가 있었다.
이환주 행장의 행보는 이사회 의결 과정에서도 확인된다. 2025년 4월 16일 리스크관리위원회는 ‘부동산 프로젝트 금융 관련 토지담보대출(브릿지론) 취급 기준 신설(안)’을 의결하며 부동산 금융의 관리 체계를 새롭게 구축했다.
고위험 PF는 상각으로 정리하는 한편 기업 부문에서는 브릿지론 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가계 부문에서는 전년 대비 8조 8,520억 원이나 급증한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외형 성장을 꾀하는 등 전방위적인 ‘부동산 담보 위주 영업’에 치중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부동산·임대업 연체 대출이 1,204억 원에서 888억 원으로 줄어든 점을 들어 건전성 개선에 따른 ‘재편 국면’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는 사업장 정상화의 결과라기보다, 대규모 부실 상각과 매각을 통해 장부상 부실을 제거한 데 따른 ‘통계적 착시’에 가깝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25년 한 해 동안 KB국민은행이 단행한 대손상각(포기한 채권) 규모는 1조 1,420억 원으로 전전년(7,631억 원) 대비 약 50% 급증했으며, 부실채권 매각 규모 역시 1,468억 원에 달해 전년(763억 원)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부실을 공격적으로 털어내면서 건전성 지표를 관리한 결과가 연체 감소로 나타났을 뿐, 구조적 개선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올해 초 KB국민은행은 부동산 담보대출 LTV 담합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697억 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며,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 실종된 ‘혁신 성장’ 지원…기술금융 외면 속 ‘고배당·감원’ 논란

아울러 국민은행은 기술금융에서도 소극적이었다. 2025년 말 기준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29조 9,557억 원으로 전년 대비 2%(5,837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가액은 대형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았지만, 잔액 기준으로는 여전히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기술신용대출은 담보 없이 기술력만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스타트업·벤처기업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생산적 금융 지표다. 은행의 기술 판별 역량과 위험 감수 의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국민은행의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인력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약 1,200명의 직원을 내보내는 구조조정(2025~2026년 1월)을 단행하면서도, 지주사에는 중간배당(1조 28억 원)과 결산배당(9,341억 원)을 합쳐 약 1조 9,37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배당금을 송금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하반기에는 부동산업 관련 대출 증가 속도가 다른 은행에 비해 크지 않았다”며 “같은 기간 기업대출 증가분 중 비임대업 대출이 임대업 대출보다 훨씬 많았던 점도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또 “성장금융추진본부를 신설하고 KPI를 개편하는 등 생산적 금융 강화 체계를 구축했다”며 “올해는 20조원 규모의 ‘KB 국민행복 성장 프로젝트’를 통해 첨단전략산업과 미래성장기업 지원을 본격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환주 행장 2년 차에는 구호가 아닌 수치로 확인되는 변화, 즉 제조업·기술금융 확대와 부동산 쏠림 완화가 성과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