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40대 직원 극단 선택, CCTV 공개 거부에 더 커지는 의혹

최근 한국투자증권에서 발생한 40대 직원 사망 사건을 둘러싸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통해 고인의 안타까운 사연과 CCTV 비공개 등 회사의 대응에 대한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해당 글의 내용이 ‘추정’에 불과하며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사실과 다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4월 1일 오전 9시 8분경 약 10m 높이의 3층에서 A 씨가 1층으로 추락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A 씨는 즉시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고인의 25년 지기 친구라고 밝힌 익명의 네티즌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상세하게 남긴 절절한 증언이 확산되며 파장이 일고 있다. 해당 글은 고인이 과도한 업무 부담과 상사의 압박에 시달렸으며, 회사 측의 소극적인 대응에 유족들이 깊은 슬픔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주장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글쓴이는 “신문기사에도 나왔는데, 지난 4월 1일 친구가 여의도의 한 증권 회사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처음엔 4월 1일 만우절이여서 장난인가 싶었다가도…설마 실수로 실족사했나 싶었는데…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라며 믿을 수 없었던 당시의 심정을 토로했다.
■ 인수인계 없는 업무 부담, “왜 빨리 못하냐” 상사의 질책
글쓴이는 4월 2일 퇴근 후 친구의 빈소를 찾았을 때의 충격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제수씨랑 친구 부모님은 상 중에도 한창 회사 측에 슬픔과 분노를 토해내시는 중이였습니다”라며, 빈소에서 들은 이야기는 더욱 충격적이었다고 밝혔다.
“제 친구가 부서에서 A라는 분이 어떤 업무를 하고 있었는데, 그 일이 힘들었는지, 인수인계 문서도 없고, 인수인계 절차 없이 퇴사를 하신것 같습니다. A씨가 퇴사 선언한 마당에…그동안 쓰지 못했던, 연차를 다 쓰고서, 인수인계 없이 그냥 퇴사를 바로 한 것 같습니다.”
문제는 고인이 작년 말이나 올해 초부터 갑작스럽게 A 씨의 업무를 떠맡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제 친구가 A라는 분이 하던 업무를 해본적도 없고, 갑자기 맡게되는 거의 밑바닥부터 신입사원 처럼 해야했나봅니다. 그래도 제 친구는 책임감 때문에 어떻게든 하려고 했고요”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서 상사가 엄청난 업무 압박을 준 것 같습니다. 왜 업무를 빨리 파악 못하냐부터해서… 능력없는 사람으로 치부하고요…”라고 글쓴이는 분통을 터뜨렸다.
■ 공황장애와 응급실행, 결국 극단적인 선택
고인이 겪었던 고통은 상상 이상이었다. 글쓴이는 “제수씨 이야기를 들어보니…지난 3개월 동안 제 친구가 이 문제로 공황장애까지 왔고, 한번은 스트레스로 쓰러져서…119에 실려서 응급실에 간적이 있다고 하더군요”라고 전했다.
퇴원 후에도 고인은 다시 회사로 돌아갔지만, 안타깝게도 비극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퇴원 후에 다시 회사에 나갔는데….무슨 일이 있었는지…스트레스성 공황장애가 다시 왔는지… 4.1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습니다.”라며 글쓴이는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 싸늘한 회사, CCTV 공개마저 거부
고인의 죽음 이후 회사의 대응은 더욱 실망스러웠다. “여기서 또 문제는 4월 3일 상이 끝나는 날까지…제수씨 말로는 회사 같은 부서 사람이라고 빈소 온 사람도 없고, 무슨 교육을 받고 왔는지, 다 옆부서 사람들이라고만 하고…갑갑한 상황에서…”라며 글쓴이는 당시의 냉랭한 분위기를 전했다.
유족들은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회사 측에 CCTV 영상 공개를 요청했지만, 회사는 이를 거부했다. “제 친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의 동선이 어떻게 되는지, 회사 내 사무실 CCTV와 로비 CCTV를 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회사는 CCTV를 보여줄 수 없다고 하는 등, 그냥 이 문제를 그냥 조용히 묻고 넘어가려는 것 같아서 너무 속상해하더라고요.”
제수씨는 “우리 오빠 어떻게 죽었는지…왜 상황을 알려주는 사람이 없냐고… 펑펑 우는데…”라며 고통스러워했고, 글쓴이는 “아…진짜 분노가 너무 나더라고요..”라며 참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 “부디 편히 잠들길… 그리고 당신 자신과 가족을 먼저 생각하세요”
25년간 함께 했던 친구를 허망하게 떠나보낸 글쓴이는 4월 3일 직접 운구부터 봉안까지 마쳤다. “지금은 제 일상으로 돌아온 상태입니다. 제수씨랑, 친구 부모님, 그리고 어린 8살 딸을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아프네요. 하늘 나라에서는 제 친구가 더이상 고통받지 말고, 주님의 품에서 행복하게 지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덧붙여 “한국투자증권에서는 유가족들이 더이상 큰 고통받지 않게, 사고에 관해서 정확하게 원인을 규명하고, 사고 관련 CCTV도 유가족에게 공개하시고, 회사의 무리한 업무 지시 또는 부서 상사의 가스라이팅이 맞다면, 관련자 처벌 및 유가족에게 즉각적인 사과와 피해에 대한 보상을 꼭 해주시길 바랍니다”라며 회사 측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 한국투자증권 “유족과 소통 중, 커뮤니티 글은 추정” 해명
이와 관련하여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해당 커뮤니티 글을 인지하고 있으며 “해당 건 관련하여 유족들과 소통하며 자세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논란이 된 커뮤니티 글에 대해서는 “제3자가 추정으로 작성한 내용으로 사실과 다른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보도에 특별히 주의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 ‘회사 과실’ 인정 시, 거센 책임론과 신뢰도 추락 불가피
조사 결과, 고인이 과도한 업무 부담이나 상사의 압박 등 회사 측의 직간접적인 요인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이는 기업의 안전 관리 및 직원 보호 의무 소홀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다. 특히 ESG 경영을 표방해 온 만큼, 내부 구성원의 어려움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조사 과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사회적 우려를 해소해야 할 것이다. 회사의 과실이 인정될 경우, 책임을 회피하거나 축소하려는 모습은 오히려 부정적인 여론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객관적인 사실에 기반하여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