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복수의 시민단체는 법무부장관과 A교도소장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진정서에 따르면, 피해 수형자는 2024년 3월 말부터 2025년 2월 말까지 A교도소 취사장에서 근무하며 헌법상 보장된 인간답게 살 권리, 노동권, 건강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징역형을 받은 수형자는 노역 복무 의무에 따라 작업을 수행해야 하지만, 강제노동에 해당하더라도 적절한 작업시간과 안전한 작업환경, 공정한 보수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국제인권기준과 헌법적 가치가 이번 사건을 통해 재조명됐다.
■ 법정 기준 초과하는 살인적 노동… “매일 13시간, 주 90시간 근무”
피해 수형자는 교정시설 취사장에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이하 「형집행법」)에 명시된 작업시간을 훨씬 초과하여 일했다고 진술했다. 「형집행법」 제71조는 1일 작업시간 8시간(교정시설 운영·관리 필요한 작업은 12시간 이내), 주당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는 매일 13시간(휴게·운동 시간 포함), 매주 80~90시간을 일했으며, 휴무일은 2주에 1일 또는 4주에 1일에 불과했다.
이는 현행법상 허용되는 작업시간을 크게 넘어서는 수준으로, 사실상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강요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취사 작업의 특성상 이른 새벽부터 늦은 오후까지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더라도, 법정 작업시간 준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원칙이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취사 작업 배정 인원 확대를 통해 적절한 교대근무를 도입하고 휴무일을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 안전 무방비 상태… 부상 속출해도 ‘진통제’가 유일한 처방
열악한 작업 환경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피해 수형자는 취사 작업 중 손가락 관절 통증을 호소했으나, 담당 의무관으로부터 “작업 취소하면 가석방 기회 사라진다”는 취지의 답변과 함께 진통제 처방만 받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수형자들은 부상을 입어도 작업 점수 획득을 위해 참고 일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여 있다.
또한, 취사장 바닥의 미끄러움으로 인한 사고가 빈번했으며, 작업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알 수 있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는 게시되지 않았고 관련 교육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작업용품 또한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제때 지급되지 않아 공업용 고무장갑이 찢어져도 즉시 교환받지 못하는 등 안전 사각지대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법」이 보장하는 근로자 보호 조치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최저임금 1/15 수준 ‘쥐꼬리 보수’… 재사회화에 역행
수형자들이 받는 작업장려금은 최저임금의 턱없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강제노동’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피해 수형자가 2024년 4월부터 2025년 2월까지 받은 월평균 작업장려금은 13만 9,140원으로, 이는 2024년 최저임금(월 206만 740원)의 약 1/15(6.8%)에 불과하다. 2024년 1인당 1일 평균 작업장려금 역시 5,362원으로 최저임금의 1/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 작업장려금은 수형자의 노역에 대한 임금이 아닌 재량적·시혜적으로 지급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법무부 예규인 「교도작업특별회계 운영지침」에 따르면 취사원의 1일 작업장려금 지급 기준액은 등급에 따라 상 3,700원, 중 3,200원, 하 2,700원으로, 10년 이상 동결되다가 2024년 2월에 소폭 인상된 수준이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낮은 수형자 급여가 헌법상 재사회화 명령에 위배된다고 판결한 바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 또한 피보호감호자의 근로보상금을 최저임금의 60% 이상으로 지급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이번 진정은 수형자들의 기본적인 인권이 교정시설 내에서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법무부는 단순히 법적 의무 이행을 넘어, 수형자들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실질적인 재사회화를 돕기 위한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