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유심 해킹 후폭풍: 87세 고령층까지 ‘인증 대란’…디지털 약자 외면 논란 증폭

역대급 유심 정보 유출 사태, 늑장 대응과 디지털 격차 속 고령층 ‘발 동동’
지난 19일 발생한 SK텔레콤 고객 유심 해킹 사건이 예상치 못한 후폭풍을 낳고 있다. 대규모 개인 정보 유출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 뒤늦게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에 나선 고령층 고객들이 잇따라 본인 인증 오류를 겪으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경우,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대리점을 방문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며 통신사의 안일한 대응과 디지털 취약 계층에 대한 배려 부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제보에 따르면 1939년생으로 혼자 서울에 거주하는 여성 노인 A씨는 5월 1일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을 시도했으나, 수차례 인증번호를 받지 못했다. 114 차단 여부 확인, 안내된 절차 이행 등 갖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실패했고, 다음 날 불편한 몸을 이끌고 SK텔레콤 대리점을 방문해야 했다.
어렵게 대리점을 방문한 A씨는 직원으로부터 유심 보호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었다. 직원은 잦은 인증 오류와 문자 메시지 수신 불량의 원인이 유심 문제일 수 있다고 설명하며, 유심 초기화를 진행했다. 그러나 정작 그토록 문자가 오지 않았던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
온라인이나 티월드 앱을 통해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이 가능하다는 일반적인 안내와 달리, A씨는 문자 메시지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기에 직접 방문하여 유심을 초기화하고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 디지털 격차 심화 속 ‘나 홀로’ 남겨진 고령층
이번 A씨의 사례는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가 디지털 취약 계층에게 더욱 가혹하게 다가올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복잡한 온라인 인증 절차에 어려움을 느끼고, 긴급한 상황 발생 시 적절한 도움을 받기 어렵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경우, 비대면 서비스 이용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기술적인 문제 발생 시 속수무책으로 남겨질 수밖에 없다.
SK텔레콤은 유심 보호 서비스 무료 제공, 유심 무상 교체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A씨와 같이 기본적인 문자 메시지 수신조차 어려운 고객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는 찾아보기 어렵다. 늑장 공지와 미흡한 정보 전달에 이어, 실제적인 피해 예방 조치 과정에서도 디지털 약자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전문가 “통신사, 디지털 취약 계층 위한 맞춤형 지원책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통신사가 디지털 취약 계층을 위한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화 상담 인력 확대, 쉬운 설명 방식의 안내, 필요시 방문 지원 서비스 제공 등 고령층의 눈높이에 맞춘 맞춤형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역대 최악의 통신사 해킹 사건으로 기록될 이번 SK텔레콤 유심 정보 유출 사태는 단순한 개인 정보 유출을 넘어, 디지털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기술 발전의 그림자 속에 소외되는 계층 없이,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통신사의 책임감 있는 자세와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