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그룹 주요 비금융 계열사 7곳의 올해 6월 말 합산 차입금이 5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지주사가 계열사 현금 회수와 바이오 차입 지원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약 1430억원 회수는 그룹 안의 현금을 옮기는 거래로, 그 자체로 외부 현금이 새로 들어오지는 않는다. 바이오가 원금 2825억원 규모 대출을 갚을 돈이 부족해지면 롯데지주가 부족분을 메워야 한다.
■ 1430억 회수는 내부 자금 이동…지분율 89.38% 유지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자산개발은 26일 주주총회에 유상감자안을 올릴 예정이다. 감자안은 지난 16일 이사회에서 결정돼 22일 공시됐다.
한국기업평가가 8월 27일 발표한 롯데그룹 분석보고서에서 이들 7개사의 6월 말 합산 총차입금은 50조296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보다 1조2030억원 늘어난 규모다.
이는 롯데지주·롯데쇼핑·롯데케미칼·호텔롯데·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건설·롯데물산의 각 연결 재무수치를 합산한 값이다. 그룹 내부 중복을 제거한 단일 연결재무제표상의 차입금과는 구분된다.
유상감자는 회사가 주주에게 돈을 돌려주고 그 주식을 소각해 자본금을 줄이는 방식이다. 롯데자산개발은 보통주 16억주를 주당 100원에 취득해 소각할 계획이다. 전체 발행주식의 90.06%에 해당하며, 주주에게 돌려주는 돈은 총 1600억원이다.

롯데지주는 보유 주식 14억3007만4369주를 제출하고 약 1430억원을 받을 예정이다. 감자대금 수령 예정일은 11월 30일이다.
감자는 주주별 지분율에 비례해 이뤄진다. 이에 따라 롯데지주의 롯데자산개발 지분율은 감자 후에도 89.38%로 유지될 예정이다. 롯데자산개발은 감자 목적을 자본구조 개선과 잉여 현금의 주주 환원이라고 밝혔다.
이 거래는 롯데지주의 현금을 늘리는 대신 롯데자산개발의 현금을 주주에게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따라서 지주사에 1430억원이 들어온다고 그룹 전체에 그만큼의 새 현금이 생기거나 차입금이 자동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이번 주식처분 공시에는 회수금을 특정 차입금 상환에 사용한다는 계획은 담기지 않았다.
■ 바이오 상환 부족 땐 지주사 부담…출자·차입 지원 이어져
자금을 회수하는 한편으로 신사업의 차입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지주는 22일 이사회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가 HSBC 등 금융기관에서 빌릴 자금에 대해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하기로 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달 말부터 12월까지 자금을 차입할 예정이다. 약정 대상 대출 원금은 합계 2825억원이며, 롯데지주의 자금보충 의무기간은 약정 체결일부터 대출 상환이 끝날 때까지다. 공시상 예정 기간은 이달부터 2029년 11월까지다.
자금보충약정은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대출을 갚을 돈이 부족해지면 지주사가 부족분을 지원하는 구조다. 약정 범위에는 원금뿐 아니라 이자와 수수료, 기타 금융비용도 포함된다. 실제 자금 투입 여부는 바이오 회사의 상환 재원과 개별 대출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진다.

문제는 신사업의 현금 부족이 지주사의 자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바이오의 상환 재원이 부족해 실제 지원이 이뤄지면, 지주사는 자신의 차입금 상환이나 다른 투자에 쓸 현금을 그만큼 줄이거나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바이오 차입 지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반기보고서에는 6월 말 기준 롯데바이오로직스 시설자금대출에 대한 9000억원 규모의 자금보충약정이 기재돼 있다. 당시 보고서상 대표 대리은행은 하나은행, 만기는 2031년 11월 28일이다. 이번 약정과의 중복·대환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단순 합계를 현재 지원 총액으로 볼 수는 없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지주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다. 올해 반기보고서에 기재된 6월 말 보통주 지분율은 13.7%다. 같은 보고서의 이사회 의결 기록에는 신 회장이 3월 24일 롯데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 참여 안건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난다.
롯데지주는 올해 4월 6일 롯데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에 911억8500만원을 투입한 내역을 반기보고서에 기재했다. 이어 7월 27일 이사회에서 1550억3000만원을 추가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공시가 정한 주금납입 예정일은 8월 19일이다.
4월 집행 내역과 7월 추가 출자 결정액을 합한 규모는 2462억1500만원이다. 지분 투자에 더해 대출 상환 지원까지 이어지고 있어 바이오 사업의 현금 창출과 상환 재원 확보가 지주사의 자금 관리에 중요해지고 있다.
두 거래 모두 앞으로 진행될 절차가 남아 있다. 유상감자 계획상 채권자 이의제출 기간은 27일부터 다음 달 27일까지다. 롯데지주는 감자 진행 상황과 개별 대출 계약의 내용에 따라 거래 일정이나 자금보충약정의 금액·기간이 바뀔 수 있다고 공시했다.
기존 계열사에서의 출자금 회수와 바이오 지원이 함께 추진되는 만큼, 관건은 바이오가 스스로 대출 상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느냐다. 상환 재원이 부족해지면 지원 약정이 지주사의 실제 현금 지출로 이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