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오더, 접속 제한 문의 385건·90곳 이탈…매출 감소 약 10억원 추산
KT 인터넷 고장 신고했더니 수리기사 대신 영업사원 방문…자사 ‘하이오더’ 권유 의혹
KT가 중소기업 (주)티오더와 기술협력을 중단한 뒤 유사한 주문서비스를 출시하고, 인수 협상에서 확보한 자료까지 활용했다는 의혹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특히 KT 인터넷을 사용하는 티오더 이용 매장에서 접속 제한 관련 문의가 385건 발생하고, 90곳이 계약을 해지하거나 갱신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KT 인터넷 장애를 신고한 티오더 이용 매장에 수리기사 대신 KT 영업사원이 찾아와, 기술탈취 의혹이 제기된 자사 주문서비스 ‘하이오더’로 전환하도록 권유했다는 의혹까지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기술탈취와 불공정 영업 의혹을 부인하는 KT의 박윤영 대표가 어떤 조사와 조치를 취했는지는 공개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18일 국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KT가 티오더와 협력 및 인수 협상 과정에서 확보한 기술·영업정보를 하이오더 사업에 활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손 의원은 인터넷 장애로 AS를 요청한 티오더 이용 매장에 KT 영업사원이 방문해 하이오더 전환을 권유했다는 제보도 제시했다.

이어 경쟁사업자 배제와 거래상 지위 남용,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 등을 거론하며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을 금지한 공정거래법 제5조와 불공정거래행위를 금지한 제45조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검토와 결과 보고를 요구했다
KT와 티오더는 2023년 2월 서비스 협력 계약을 체결했으나 약 한 달 만에 협력을 중단했다. KT는 같은 해 5월 하이오더를 출시했으며, 2025년에는 티오더 인수 협상 과정에서 관련 자료를 제공받았지만 거래가 결렬됐다. 국감에서는 두 서비스의 유사한 화면도 비교 자료로 제시됐다.
티오더 측에 따르면 2023년 접속 제한 관련 문의는 385건으로, 중복을 제외한 264개 매장 가운데 90곳(34.1%)이 계약을 해지하거나 갱신하지 않았다. 회사는 매출 감소액을 약 10억원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KT 영업사원이 장애를 신고한 매장을 어떤 경위로 방문했느냐는 것이다. 고객의 AS 접수정보가 영업에 활용됐는지, 별도의 경로로 방문했는지부터 밝혀야 한다. 통신망 운영자의 지위가 경쟁사 고객을 확보하는 데 부당하게 이용됐다면 단순한 영업 관행으로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KT는 티오더에 불이익을 주기 위해 회선을 인위적으로 제한한 사실이 없으며, MAC 주소 제한은 공인 IP 관리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본사 차원의 하이오더 전환 영업 지시와 기술탈취 의혹도 부인하고 있다. 앞서 티오더 측의 기술탈취 관련 형사 고소는 경찰에서 불송치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처분만으로 이번 국감에서 제기된 현장 영업 의혹까지 해소됐다고 볼 수는 없다.
■ 국회도 의혹 제기했는데…박윤영 KT 대표는 감사 요구했나
지난 12일 국감에 출석한 박현진 KT 커스터머부문장(부사장)은 손 의원의 내부 검토와 시정 요구에 알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후 KT가 어떤 조사를 진행했고 무엇을 확인했는지는 공개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KT가 조사할 조직이나 권한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지난 8월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실에는 40명, 준법지원실에는 37명이 근무하고 있다. 공정거래 위험성 평가와 수시 특별점검 제도도 운영하며, 준법점검 결과는 ‘특이사항 없음’으로 공시했다.
국회에서 KT의 기술탈취와 불공정 영업 의혹까지 제기됐지만, 박윤영 대표는 관련 감사나 조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조차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인터넷 장애를 신고한 경쟁사 고객에게 KT 영업사원이 찾아간 경위도 여전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다.

감사할 조직과 권한이 없는 것도 아니다. KT 감사위원회 운영규정 제8조에 따르면 대표이사는 감사위원회 소집을 요구할 수 있으며, 제4조는 감사위원회에 회사 업무에 대한 감사와 이사에 대한 보고 요구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국회가 구체적인 의혹을 제기하고 정부 당국까지 검토 필요성을 인정했는데도, 정작 최고경영자인 박 대표의 진상규명 움직임은 공개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감사 조직과 소집 요구권까지 갖추고도 이를 활용했는지조차 밝히지 않는 박 대표의 소극적인 대응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KT는 더 이상 공기업이 아니다. 2002년 민영화된 상장회사로, 전문경영인과 이사회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KT의 2026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7월 29일 기준 현대자동차가 지분 4.86%, 현대모비스가 3.21%를 보유해 합계 8.07%로 최대주주 집단을 이루고 있다. 두 회사는 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이며, 같은 보고서에는 정 회장이 양사의 대표이사로 기재돼 있다.
KT는 이처럼 최대주주 집단과 전문경영인, 이사회를 갖춘 민간기업이다. 그런데 국회에서 기술탈취와 불공정 영업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박윤영 대표와 이사회가 어떤 감사나 조사에 나섰는지는 공개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회사의 경영과 내부통제를 책임지는 경영진의 대응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도 국감에서 관련 의혹을 엄중히 살펴보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위법 여부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정부 당국까지 검토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그럼에도 KT가 장애 처리 기록과 영업사원 방문 경위, 기술정보 관리 내역 등을 자체적으로 조사했는지조차 공개되지 않은 것은 의문이다.
고객 신뢰 회복을 강조했던 박 대표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또 다른 경영 구호가 아니다. 국회가 구체적인 의혹을 제기하고 정부 당국까지 검토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감사 조직과 권한을 갖춘 최고경영자의 실질적인 대응이 공개적으로 확인되지 않는 현실부터 돌아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