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임원 뇌물 기소 닷새 뒤 주식담보대출 4배로…지주사 단독 현금은 68억
– 사외이사 없는 이사회가 정한 유상감자, 498억 전액 구씨 일가 6명에게
방산업체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가 뇌물 사건으로 정부 사업 입찰에서 배제될 위기에 놓였다. 그런데 이 회사를 지배하는 지주회사 LIG는 LIG D&A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4배 넘게 늘렸다. 앞서 LIG는 오너 일가 6명에게 498억원을 내줬다.

9일 LIG가 금융당국에 낸 주식 대량보유 보고서에 따르면 LIG는 지난 8월 25일 LIG D&A 주식 107만주를 담보로 한국증권금융,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과 대출 계약을 맺었다. 한도는 1000억원, 실제 대출금은 420억원이다. 지난 2월 100억원에서 반년 만에 4배 넘게 늘었다.
계약일은 검찰이 LIG D&A 임원을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기소한 8월 20일에서 닷새 뒤다. 검찰은 방위사업청 공무원이 2021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915억원 규모 6개 사업 평가에서 LIG D&A에 유리한 점수를 주고 금품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방사청은 이달 말 LIG D&A 제재를 심의한다. 최대 2년간 정부 방위사업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입찰참가자격 제한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LIG D&A는 문제의 공무원이 1조7000억원 규모 전자전기 사업 평가에 영향을 줬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담보로 맡긴 주식의 가치는 대출보다 훨씬 크다. 지난 6월 LIG D&A 유상증자 발행가로 계산하면 107만주는 6100억원어치다.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 한 담보가 부족해질 위험은 낮다.
■ 498억 전액 오너 일가에…사외이사 없는 이사회가 결정
LIG는 올해 3월 이사회에서 발행주식의 30%를 주당 3400원에 사들여 없애는 유상감자를 결정하고, 5월 20일 498억원을 지급했다. 주주가 주식 일부를 회사에 넘기고 현금을 받는 방식이다. 회사는 ‘자본구조 적정화 및 주주가치 제고’를 이유로 들었다.

돈은 모두 구씨 일가에게 갔다. LIG 신고서에 따르면 구본상 회장이 279억8000만원, 동생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이 180억2000만원을 받았다. 나머지 38억원은 구 회장의 자녀 2명과 조카 2명 몫이다. 이 결정을 내린 이사회에 사외이사는 없었다.
감자 단가 3400원은 형제가 2021년 사모펀드 KCGI에 지분을 팔 때 받은 주당 약 819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말 장부상 주당 순자산 약 1만3800원과 비교하면 4분의 1이다. 주주 모두가 같은 비율로 주식을 내놓는 균등감자여서 주주끼리 손해 보는 사람은 없다. 다만 감자 대금은 주식을 산 값보다 많이 받은 부분에만 세금이 붙어, 같은 돈을 배당으로 받을 때보다 세금이 적을 수 있다.
지주회사 LIG가 단독으로 가진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은 지난해 말 68억원이었다. 올해 나간 돈은 감자 대금 498억원, 3월 만기 회사채 200억원, 4월 자회사 동아일렉콤 증자 100억원을 합쳐 798억원이다. 들어온 돈은 LIG D&A에서 받은 결산배당 245억원이 가장 컸다. 계산해 보면 485억원이 모자라는데, 8월 늘어난 대출 420억원과 규모가 비슷하다. LIG는 대출 용도를 밝히지 않았다.
동아일렉콤은 LIG가 지난해 인수한 전원장치 업체다. 지난해 매출 392억원에 영업손실 115억원을 냈고, 쌓인 결손금이 236억원이다. 자회사를 합친 LIG 연결 기준 현금은 546억원이지만 이 가운데 478억원은 자회사가 가진 돈이고, 연결 단기차입금은 668억원에 이른다.
구본상 LIG그룹 회장과 동생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은 LG그룹 창업주 고(故) 구인회 회장의 동생인 고 구철회씨의 손자이자, 2020년 별세한 구자원 LIG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두 사람은 2011년 LIG건설의 법정관리 신청 직전 2000억원대 기업어음을 판매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힌 사건으로 기소됐으며, 2014년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4년과 3년이 확정됐다. 그룹의 모태였던 LIG손해보험은 2015년 KB금융에 넘어갔다.
구 회장과 구 전 부사장은 2015년 아버지 등에게서 LIG 지분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주식 가치를 낮춰 신고해 세금 1329억원을 포탈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국세청은 2020년 500억원대 세금을 추징했다. 2022년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고 검찰은 항소했다.
두 사람은 2021년 말 LIG 지분 25%를 사모펀드 KCGI에 1000억원에 매각했다. 이후 LIG 상장이 무산되면서 KCGI는 지난해 초 지분을 정리했다. 지난해 말 구 회장과 구 전 부사장의 지분율은 각각 56.2%와 36.2%로 높아졌다. KCGI가 보유했던 지분을 두 사람이 어떤 가격에, 어떤 자금으로 다시 확보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구 회장은 2016년 만기 출소하고 2024년 2월 특별복권된 뒤 경영에 복귀했다. 등기이사는 아니지만 LIG D&A의 ‘경영임원’으로 지난해 16억6100만원, 올해 상반기 11억35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대표이사보다 많은 금액이다.
이번 뇌물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LIG D&A 임원 2명과 방사청 공무원, 하청업체 대표 등이다. 구 회장은 이 사건의 수사나 기소 대상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