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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대출을 받은 후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 사례들을 공개하며 전세대출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경제

‘무위험 수익’에 매몰된 금융권, 전세사기 키웠나… 제도권 대출의 ‘역설’

참여연대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대출을 받은 후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 사례들을 공개하며 전세대출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참여연대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대출을 받은 후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 사례들을 공개하며 전세대출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참여연대, 전세대출 제도 개선 촉구… “담보 가치 평가 실종된 형식적 심사가 피해 양산”
전문가들 “금융기관 도덕적 해이 차단하고 임대인 상환 능력 중심의 DSR 도입 검토해야”

전세자금대출 시장 규모가 170조 원을 상회하며 서민 주거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작 금융기관의 부실한 심사 구조가 전세사기의 핵심 ‘트리거’로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참여연대는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전세대출을 매개로 한 전세사기 피해 실태를 고발하고, 금융권의 위험관리 해태와 정부의 정책 실패를 강하게 질타하며 제도적 근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심사 사각지대 파고든 ‘하이패스 대출’… 정보의 비대칭성 악용

이날 기자회견의 핵심 쟁점은 금융기관이 대출 실행 시 임차인의 신용도에만 치중할 뿐, 정작 상환의 주체인 임대인의 상환 능력이나 대상 목적물의 실제 담보 가치는 외면한다는 점이었다.

서울 대림동 피해자 안산하 씨의 사례는 금융권의 ‘대출 영업’ 중심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안 씨는 “중개업자와 임대인이 특정 은행 지점을 지정하며 대출을 유도했으나, 은행은 파산 직전인 임대인의 재무 상태를 전혀 점검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와 ‘정보의 비대칭성’이 결합된 전형적인 시장 실패 사례다. 금융기관은 공적 보증기관(HF, HUG 등)의 보증서를 담보로 대출을 실행하므로 채권 미회수 리스크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이로 인해 임대인의 체납 사실이나 과도한 부채 비율을 검증할 유인이 사라지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정책 금융의 ‘독성’… “보증의 모순이 깡통전세 키웠다”

정부의 정책 대출이 오히려 청년층을 위험 매물로 유도하는 역효과를 낸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다영 동작 아트하우스 대책위원장은 중소기업 청년 전세자금대출 등 저리 대출이 위반 건축물이나 깡통주택에도 아무런 제약 없이 승인된 점을 꼬집었다. 특히 ‘전세대출보증(은행 채권 보전용)’은 쉽게 발급되면서, 피해 발생 시 임차인을 보호하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은 거절되는 제도적 괴리가 피해를 키웠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리스크는 공공보증기관이 떠안고 이자 수익은 은행이 챙기는 기형적 구조”라며, 정책 금융이 시장의 가격 왜곡을 심화시키고 주거 약자를 고위험 자산으로 내모는 ‘역선택’을 방치했다고 진단한다.

■ “심사 축을 임대인으로”… 전세 금융의 구조적 패러다임 전환 촉구

전문가들은 우선 임차인의 신용도에만 치중했던 기존 대출 심사 체계를 임대인의 부채 비율과 보증금 상환 능력 검증 중심으로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자산 가치 평가가 결여된 ‘묻지마 대출’이 전세 시장의 거품을 키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전세대출 실행 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을 법적으로 의무화하여, 보증금 회수 안전망을 대출 프로세스 내에 강제로 통합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가계부채 관리의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전세대출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 범위에 포함함으로써 금융권의 과잉 유동성 공급을 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나아가 실질적인 자금 운용의 주체인 임대인이 원금 상환 의무를 명확히 지고, 임차인은 이용 가치에 대한 이자만 부담하는 방식으로 상환 책임을 분리하는 구조적 대안 또한 향후 제도 개선의 핵심 과제로 꼽혔다.

■ 금융권 사회적 책임(ESG) 강화 및 당국 감시 촉구

최하은 민달팽이유니온 상임활동가와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금융기관은 약탈적 대출 성장을 멈추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금융권이 강조하는 ESG 경영 기조와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태라는 지적이다.

금융 당국은 이번 제안에 대해 “면밀한 검토와 관계 기관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보였으나, 시장에서는 가계부채 연착륙과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더 이상 제도 개선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국 전세사기 문제는 단순한 범죄 행위를 넘어, 금융의 본질인 ‘리스크 관리’가 실종된 채 유동성 공급에만 치중했던 한국형 전세 금융 시스템의 파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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