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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 페놀 배출 논란에 권오갑 회장 리더십 흔들… 사측 “권 회장 사과 계획 없다”

(좌)HD현대그룹 권오갑 회장 (우)현대오일뱅크 주영민 대표이사

충남 서산지역 주민들이 HD현대오일뱅크가 유해 물질인 페놀 배출 혐의로 기소되자 사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12일 현장에서 유필동 부사장이 “검찰에 무리하게 기소했다. 오염 물질의 대기 배출은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면서 고개 숙여 사과하자, 지역 주민들은 더욱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반성도 없고, 사과가 아니고 변명이다”며 “실질적인 회사의 운영자와 경영진은 빠져나갔다”며 “HD현대그룹의 권오갑 회장과 주영민 현대오일뱅크 대표가 이 문제를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권 회장과 주 대표의 사과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의 모회사는 HD현대이며, 현대오일뱅크는 HD현대 계열의 국내 최초 민간 정유회사이고 정유사 점포 수 기준 국내 3위다.

올해 6월 말 기준 HD현대가 73.85%로 최대주주이며, 아산나눔재단이 0.25%로 2대 주주다.

HD현대그룹은 권오갑 회장의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그룹 총수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다.

현재 정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사장이 경영에 합류하면서, 권오갑 회장은 정기선 체제 안착을 위해 기초체력을 더욱 더 강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초 정몽준 이사장이 권오갑 회장과 만나 정기선 사장이 아직 경영 전면에 나설 시기에 아니라고 판단해 다시 한 번 그룹을 이끌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HD현대는 올해 3월 주주총회를 열고 권오갑 회장을 재선임했다. 권 회장은 향후 3년간 정기선 사장 체제 전환에 힘을 쏟을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최근 권 회장은 서산 지역 주민들로부터 고발 당했다. HD현대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가 유해 물질인 페놀 수백만 톤을 대기 중으로 불법 배출한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2016년 10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6년 여간 페놀 및 페놀류가 함유된 폐수 약 500만 톤을 공업용수 재이용을 빙자해 불법으로 자회사인 현대오씨아이 및 현대케미칼로 유입시켜 사용했고 현대오일뱅크도 가스세정시설에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방지시설을 거쳐 배출허용기준 이내로 처리된 ‘폐수처리수’의 재이용은 적법하나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은 ‘원폐수의 재이용’은 불법 배출에 해당한다.

이 과정에서 약 140만 톤이 대기 중으로 배출됐고, 이 때 페놀도 같이 대기 중으로 증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오일뱅크의 폐수배출시설에서 배출된 폐수는 페놀 최대 2.5mg/L, 페놀류 최대 38mg/L가 검출돼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물환경보전법 및 시행규칙상 배출허용기준은 페놀 1mg/L, 페놀류 3mg/L다.

아울러 폐수 총량 감소로 인한 폐수처리장 신설 비용 450억원과 자회사의 공업용수 수급 비용 절감(연 2~3억원)을 위해 폐수 불법 배출을 감행한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 8월 11일 물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현대오일뱅크 전·현직 임원 7명과 현대오일뱅크 법인을 기소했다.

이에 대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검찰의 기소에서는 실질적인 회사의 운영자 및 경영진은 빠져나갔다”며 “권 회장과 주 대표가 해당 문제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8월 28일 권오갑 회장과 현대오일뱅크 주영민 대표이사를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9월 12일 유필동 현대오일뱅크 부사장이 충남 서산시 대산읍에 있는 현대오일뱅크 공장 앞에서 ‘페놀 불법 배출한 혐의’와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했지만, 주영민 대표이사와 권오갑 회장은 어떤 사과 표명도 하지 않았다.

이날 일부 주민들은 물병을 바닥으로 던지며 반발하며 “사과해야지 변명하느냐”며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또 다른 주민은 “현대오일뱅크는 30년 전 우리 삶의 터전인 농경지와 풍족한 어족 자원의 보고였던 바다를 매립, 화학공단을 조성했다”며 “우리 건강과 쾌적한 환경은 보장받지 못하면서 기업의 이익과 국가의 무관심과 책임회피로 기본적 권리가 박탈됐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뉴스필드는 HD현대와 현대오일뱅크 측에 혐의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도의적 책임과 주민들의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권 회장과 주영민 대표의 사과 표명 계획을 질의했는데, 회사 측은 “유 부사장 역시 책임자 가운데 대표다. 이번 사과는 주민들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표현이고, 권 회장과 주 대표이사의 사과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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