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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건’으로 돌아본 재난보도의 현주소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5월 2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유람선 허블레아니가 침몰했다. 한국인 탑승자는 33명이었고, 사고 직후 7명이 구조되었다. 6월 29일까지 확인된 바로는 사망자 24명, 실종자가 2명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는 사고 이후 정부의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과 적절한 언론보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분명하게 학습했다. 이에 정부는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신속대응팀을 급파해 상황 파악과 구조, 실종자 수색 등 수습을 나섰다. 그러나 우리 언론의 보도태도는 세월호 당시와 크게 차이가 없었다. 세월호 이후 언론계는 재난보도준칙을 손봤고, 세월호 보도참사에 대한 공영언론의 공식 사과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세월호 이후의 지진, 산불, 허블레아니 등의 이어진 재난 및 대형사고마다 우리 언론은 개선되지 않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이번 허블레아니 사고 관련 언론보도는 어땠는지 사고 이후 6일 정도의 보도의 문제를 짚어보자.

사고 보도 첫날부터 시작된 보험금 보도

허블레아니 사고에 대한 보도는 5월 30일부터 나왔다. 그런데 이날 오전부터 ‘보험금 최대 금액’을 운운한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민언련이 포털에서 5월 31일 오후 3시까지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와 관련해 ‘보험’ 또는 ‘보험금’ 관련 내용이 들어간 기사를 검색하니 총 209건이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중 방송사 저녁 종합뉴스나 방송 시사대담 프로그램은 없었다는 것이다. 관련 보도를 내놓은 곳은 일부 종합일간지와 경제지, 그리고 인터넷 언론사였다. 특히 중앙일보의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망자 여행자보험 보험금 최대 1억원>(5/30), 뉴스1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망자 여행자보험 보험금 1억원>(5/30)는 제목에 보험금 액수를 명시했다. 이처럼 제목과 보도내용에서 보험금 액수를 논한 기사가 총 25건이었다.
실종자의 생환 여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사망을 전제로 한 보험금 액수를 논한다는 것은 희생자 가족은 물론이고 국민의 윤리적 감정도 거스르는 비도덕적 행태이다. 필부필녀의 술자리에서도 나오지 말아야 할 대화가 언론보도에서 버젓이 등장한 것이다. 게다가 세월호 당시 희생자들의 사망 보험금을 상세히 전한 MBC 보도가 얼마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음에도 언론은 이 같은 몰상식한 보도를 쏟아냈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생존자는 물론이고 실종자와 그 가족에 대한 무리한 취재와 ‘사연팔이’ 여전

또 다른 문제는 생존자와 실종자 가족에 대한 과도한 관심, 무리한 취재가 여전했다는 것이다. 재난보도준칙 제19조(신상공개 주의)는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 사람들의 상세한 신상 공개는 인격권이나 초상권,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가 있으므로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MBC ‧ JTBC ‧ TV조선 ‧ 채널A ‧ YTN 등 많은 언론사들이 실종자 명단을 촬영해서 내보냈다. 그나마 이름에서 성만 남기고 이름을 블라인드 처리하고, 생년과 성별을 보여주는 식이었지만, 이 같은 노출조차 할 필요가 없다.
사망자들의 사연을 구구절절 전달하는 것도 여전했다. 재난보도준칙 재난보도준칙 제15조(선정적 보도 지양)에는 “피해자 가족의 오열 등 과도한 감정 표현, 부적절한 신체 노출, 재난 상황의 본질과 관련이 없는 흥미 위주의 보도 등은 하지 않는다. 자극적인 장면의 단순 반복 보도는 지양한다. 불필요한 반발이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지나친 근접 취재도 자제한다”는 규정이 존재한다. 그러나 사고 이후 대부분 언론은 항공편이 부족해 애를 태우는 실종자 가족에게 다가가 심경을 물었다. 심지어 TV조선 보도에는 기자가 “걱정 많이 되지 않으세요?”라고 묻자 실종자 가족이 “그냥 혼자 가고 싶은데요”라며 인터뷰를 거부하는 장면까지 나왔다.
게다가 TV조선 <부부끼리, 남매끼리 왔다 ‘엇갈린 운명’>(5/30)에서는 생존자 정 모 씨가 “남동생과 함께 여행”을 갔는데 “정 씨는 무사히 구조됐지만, 동생은 아직 실종 상태”라는 소식을 전하는 와중에, 정 모 씨의 SNS 게시물을 모자이크 처리 후 그대로 노출했다. 이처럼 개인 SNS 게시물까지 가져다 생존자의 실명과 나이, 거주 지역 등을 전하는 것은 명백한 프라이버시 침해이다.
피해자 가족의 비극을 부각하여 사연을 파는 행태 또한 여전했다. “6살 난 딸을 키우며 피부관리숍을 운영했던 김 모 씨가 힘들게 아이를 봐주신 데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올해 환갑을 맞은 부모님에 대한 선물로 부모님과 유럽여행을 함께 떠났다”가 사고를 당한 사연은 거의 모든 언론을 통해 상세히 전달되었다. 특히 MBC와 YTN 등에서는 김 씨가 일했던 상가 건물 문 앞에 가서 잠긴 문을 잡고 흔들거나, 빈집의 초인종을 누르는 등 연출이 역력한 상황을 보여줬다.
심지어 MBC에서는 김 씨 남편의 인터뷰를 녹취 인용했는데, “지방에서 일을 하다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김 씨의 남편도 경황이 없는 듯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며 자신의 가족에게 난 사고가 맞는지 취재진에게 여러 차례 되묻기도 했습니다”라고 슬픈 사연을 강조했다. 기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김 씨 남편은 취재진의 연락을 받고 나서야 가족의 사고 소식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과장된 표현일 가능성이 높지만,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취재진이 인터뷰를 위해 실종자 가족에게 무리하게 연락을 취하고 인터뷰를 시도한 셈이 된다. 이래저래 무리하고 무례한 보도의 흔적은 사방에서 발견되었다. 이렇게 생존자와 실종자 가족 모두가 전혀 원치 않는데도 불구하고 언론이 실종자 가족의 ‘참담함’을 강조한 보도는 들의 사연을 언론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태도는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 운운하며 정치권 논란으로 몰고 간 TV조선

한편,  다뉴브강과 진도 해역의 유속을 비교하면서 영상을 함께 띄워준 KBS를 비롯해 여러 보도와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 허블레아니 참사와 세월호를 연결 지어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정보제공 측면에서 유익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세월호 유가족에게는 이중삼중의 고통만 주는 것이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TV조선의 시사토크쇼 <보도본부 핫라인>(5/31)에 출연한 이도 운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와 ‘청와대 보고시간’을 비교하면서 느닷없이 박근혜 정부를 옹호했다. 예컨대 “세월호 사고 당시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7시간 만에 보고를 받았다고 해서 굉장히 그 비판이 많지 않았습니까? 그때 당시에도 박 대통령이 그 세월호 사건을 4시간 만에 보고받았건 아니면 뭐 7시간 뒤에 보고받았건 아마 제가 보기에는 구조에 큰 영향은 없었다고 봅니다. … 구조를 못 해서 이런 안타까운 희생이 일어난 거를 전부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볼 수는 없어요. 헝가리 사건 책임이 문 대통령 책임이 아니라면 세월호 사건도 모든 거를 다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으로만 몰수는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식이다. 또한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은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에 출연해 청와대가 보고받은 시간이 지연되었다면서 ‘문재인 2시간 15분 VS 박근혜 7시간’이라는 억지에 가까운 프레임을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사회에 대한 경각심이 사회 전반에 일고, 재난‧참사 대응 시스템은 물론 언론 보도의 개선이 요구됐기 때문에 보도 도중 세월호 참사를 거론할 수는 있겠지만, 부실 대응 및 구조 지연, 허위 정보 등 총체적 난국을 보였던 박근혜 정부를 옹호하려는 목적에서 세월호 참사를 이번 참사와 비유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앞으로도 모든 참사에서 세월호를 소환하여서 비아냥거리는 일이 반복될까 우려될 지경이다. 언론이 세월호 참사를 통해 변해야 하는 것은 피해자들의 인권을 최우선하고 피해자 가족을 모욕해서는 안 되며,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블레아니 사고 보도를 종합하면 사고 진상 파악과 구조당국 대응 상황에 집중한 보도들도 많았지만, 여전히 참사 희생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보도가 아닌, 그들의 비참한 모습과 감정을 이용해 눈길을 끄는 보도들이 많았다. 세월호 참사 직후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인 단체가 제정한 재난보도준칙은 아래와 같은 전문으로 시작한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정확하고 신속하게 재난 정보를 제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도 언론의 기본 사명 중 하나이다. 언론의 재난보도에는 방재와 복구 기능도 있음을 유념해 피해의 확산을 방지하고 피해자와 피해 지역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능해야 한다. 재난 보도는 사회적 혼란이나 불안을 야기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재난 수습에 지장을 주거나 피해자의 명예나 사생활 등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참사를 계기로 우리 언론인은 이런 의지를 담아 재난보도준칙을 제정하고 이를 성실하게 실천할 것을 다짐한다.”
 
글이나 말로만 하는 선언과 다짐이 아니라,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언론계 전체의 자성과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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