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필드

노동·인권 전문지

문재인 케어 폐지를 막는 방법

이상구(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케어 폐지를 선언했다. 지난 12월 8일, 보건복지부는 공청회를 통해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 의료 지원 대책” 발표를 통해 문재인 케어라고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 축소를 공식 선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지난 5년간 보장성 강화에 20조 원 넘게 쏟아부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의료 남용과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방치했다”며 ‘문재인 케어’ 폐기를 공식화했다. 

문재인 케어 폐지는 국민을 상대로 한 전쟁 선언

문재인 케어란 질병으로 인한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려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8월 “5년간 30조 6천억 원을 투자해 건강보험 보장률 70% 달성” 목표를 제시했다. 건강보험 보장율은 가입자가 지출한 총의료비 가운데 건보 부담금 비중을 말하는데, 3,800여개 비급여 진료 항목에 대한 건보 적용을 단계적으로 추진하여 환자가 100% 비용을 직접 부담하던 비급여 항목을 단계적으로 축소해왔다. 즉,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는 그만큼 국민들이 직접 부담하는 비용이 줄어든 것을 의미한다. 

대통령은 건강보험공단의 이사장이 아니다. 건강보험의 재정도 걱정해야 하지만, 국민들이 의료서비스를 충분히 받고 있는지, 또 의료비로 인해 가계 부담이 늘어나지는 않는지를 먼저 걱정해야 하는 자리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감사원 자료를 보면, 2017년 건강보험 당기수지는 7천억 원 흑자였다. 문재인 케어 시행으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3조원 정도 추가지출을 하면서, 보험료 인상은 예년 수준에 머물면서 계속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적자는 <좋은 적자>, <착한 적자>로 분류된다. 그만큼 국민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의 재정위기도 사실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기 급여 항목의 확대로 건강보험의 누적 적립금은 2017년 20조7700억원에서 2020년 17조4천억원으로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다가 코로나 19로 내과, 소아과, 이비인후과에 다니던 감기 치료 등 국민들의 의료 이용이 줄어들어, 2021년에는 2조8천억 원 흑자로 돌아섰다. 동시에 건강보험의 누적적립금도 2021년에는 다시 20조2400억원으로 늘었다. 

건강보험의 적립금은 국민연금과 달리, 매년 모두 지출하고 필요하면 다음 해에 조금 더 걷으면 되는 돈이다. 정부의 금고에 쌓아 두라고 만든 돈이 아니다. 오히려 20조 원이 넘는 누적 적립금을 쌓아 두고도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늘리지 않아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켰던 박근혜 정부의 정책 실패에 대해 대통령은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대통령은 기재부 장관도 아니다. 문재인케어 시행을 통해 보장성이 늘어나고, 건강보험 지출이 증가하니 법에 정한 의무 부담을 하게 되어 있는 국가 예산도 연간 5조 원에서 9조 원으로 증가했다. 늘어난 재정지출 자체가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조성된 것이고, 늘어난 재정 지출은 모두 건강보험의 본인부담금 상한제나 초음파와 MRI 급여화로 지금까지 내어오던 국민들의 부담을 하지 않아도 되면서, 국민들이 혜택을 받은 돈이다. 기재부 장관은 재정지출 증가를 걱정하더라도, 대통령은 늘어난 재정지출이 국민들에게 어떤 혜택을 주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하는 자리인 것이다. 

정부가 국민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우려하여 보장성을 확대하는 ‘문재인 케어’에는 제동을 걸었지만, 정작 정부 예산으로 지출해야 할 코로나19 관련 비용을 건보에 떠넘긴 사실이 최근 국회에서 밣혀졌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에는 2,647억원(총 3456억원), 다음 해인 지난해에는 2조1,882억원(3조281억원)을 건보에서 부담했다. 지금까지 건보 재정에서 지출된 코로나19 관련 비용은 최소한 6조 3,000억원이 넘는다. 

내년도 예산에 애초 건보에서 부담하려던 입원 격리 치료비 1,234억 3,500만원과 진단검사비 6,900억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편성됐었지만, 이번에 통과된 2023년 최종 예산에서는 정부 원안대로 빠져버렸다. 내년에도 건보 재정에서 코로나19 비용을 충당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감염병예방법 67조를 보면 감염병 환자 등의 진료 및 보호에 드는 경비, 감염병 교육 및 홍보를 위한 경비, 감염병 예방을 위한 전문인력의 양성에 드는 경비 등은 국가가 부담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국가적 재난에 가까운 감염병이 발생하면 이에 따른 비용은 현행법상 국가 예산으로 부담하도록 하고 있는데, 건강보험 재정을 걱정하는 대통령이, 정부가 건강보험에 전염병 관리에 따르는 재정부담을 떠넘기고 있었던 것은 왜 문제로 지적하지 않는지 의문이다. 민주당의 한정애 의원은 “건보서 빼 써 놓고, 이제와서 재정 악화 운운”하다고 비판했고, 정의당의 강은미의원은 “메르스를 포함하면 (건강보험 재정에서 정부가 지출해야 할 비용 부담을 떠넘긴 것이) 약 10조 원 달한다“고 지적하면서 건보공단에서 관련 비용 환수 소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속적인 물가상승으로 국민들의 삶이 말이 아니다. 최근에는 연이은 한파로 난방비 걱정에 보일러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추위를 견디는 국민들이 많아졌다.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운데 문재인 케어를 폐기하면, 국민들에게 추가적인 의료비 지출을 더 하라는 이야기로 다가간다. 문재인 케어 폐기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게 되면 국민들은 지금까지 내지 않아도 되었던 비용을 직접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문재인 케어 폐지는 국민들에게,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선언한 것과 같이 느껴질 것이다.

문재인 케어가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주범인가? 

‘서해 공무원 월북 사건’부터 시작하여, 매우 다양한 분야에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감사원이 이번에는 문재인 케어를 문제 삼았다. 감사원은 윤석렬 대통령이 취임한 지 2달 만에 미리 준비나 해 둔 것처럼 문재인 케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예를 들면 문재인 케어로 MRI에 대한 보험적용을 시작하니 2018년도 MRI와 초음파 검사 진료비가 1,891억 원이었는데, 3년 뒤인 2021년에는 1조 8476억원으로 10배가 늘어나는 등 과잉진료와 낭비 진료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관련 진료비가 이렇게 늘어난 것은 CT나 MRI 검사의 총량 자체가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 예전에는 국민들이 자기의 돈으로 찍던 MRI를 건강보험재정에서 지출하면서 관련 급여비가 늘어나고, 이것만 통계에서 보면 갑자기 늘어난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MRI나 초음파에서 일부 남용이 일어나는 사례가 있다고 하더라도 재정 규모가 대단히 작다. 감사원이 MRI 초음파의 재정 누수를 약 2천억 원 정도로 추정했는데, 현재 건강보험의 전체 진료비 규모가 연간 105조 원 정도이므로, 전체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0.2%밖에 되지 않는다. 즉 CT나 MRI 검사의 낭비를 줄여도 전체 건강보험 재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건강보험급여화가 되었다고 하여도 CT나 MRI 검사는 환자들이 마음대로 찍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관련 증상이 뚜렷하게 있어야 의사들이 처방을 해주고, 사전 검사들에서 문제점이 확실해야 건강보험에서 급여를 해주기 때문에 함부로 촬영을 할 수도 없다. 적어도 CT나 MRI 검사는 감사원에서 지적하듯이, 동네 구멍가게 같은 방식으로 “싸면 많이 팔리는” 그런 구조는 아니다. 

복지부가 의료 낭비의 사례로 인용한 사례에서 두통, 어지럼이 있어 신경학적 검사를 실시한 결과 아무 이상이 없었음에도, 뇌, 뇌혈관 2종류의 자기공명영상 촬영을 한 것은 낭비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신경학적 검사 결과 명백한 이상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또는 환자는 통증이나 이상 증상 등을 호소하는데, 사전에 실시한 신경학적 검사 결과에서 이상 소견이 보이지 않았다면 의사의 입장에서는 추가 조사를 위해 당연히 뇌 MRI와 뇌혈관 MRI를 찍어야하는 것이다. 

역으로 환자는 이상이 있다고 하는데, 뇌 MRI와 뇌혈관 MRI를 찍지 않아서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여, 대 수술을 해야 하거나 후유 장애를 남기게 되면 더 큰 의료비를 지출해야 하고, 의사를 오진으로 인한 소송을 당해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경학적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고 뇌 MRI와 뇌혈관 MRI를 찍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 

최근 종영된 인기 드라마인 ‘재벌 집 막내 아들’에 삼성 이병철을 모델로 하는 진양철 순양그룹 회장은 전조 증상이나 사전 수술과 같은 이상이 없었는데도, 순양의료원장의 권유로 MRI검사를 했다가, 뇌 동정맥 기형을 발견하게 되었다.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2000년 초반의 당시 시점에는 문재인 케어가 시작되기 전이므로 진양철 회장과 같이 돈이 많은 분은 뇌 MRI를 찍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문재인 케어 덕분에 돈이 없는 분들도 MRI 검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문재인 케어다.

복지부가 또 다른 낭비 사례로 인용한 C씨의 경우는 복부 불편감, 갑상선 결절 등을 이유로 하루 동안 상복부, 방광, 여성생식기, 유방, 갑상선 5개 부위를 동시 초음파 촬영한 것이 낭비로 지적했다. 

그런데 예를 들면 유방암 환자는 암의 조직 구성이 선암(collumnar cell)일 경우가 많아, 실제로 위암이나 방광암 등 다른 조직으로 전이가 되는 경우가 다수 있다. 복지부의 지적은 환자나 의사의 입장에서 한 번에 한 부위만 검사하라고 하는 것인데, 유방암이 의심되는 환자는 다른 부위의 검사는 절대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 한 부위의 암은 절대로 다른 부위로 전이되지 않는다는 것을 국가가 보장하기 전에는, 의심되는 부위를 모두 검사해야 하는 것이 오히려 의학적으로 타당한 결정이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지난 10년 동안 노인장기 요야보험에 따른 입원 환자수가 연간 25만명에서 42만명으로 17만명이 늘었고, 관련 급여비도 2.2조원에서 4.4조원으로 증가하였으니 문제라고 지적을 했다. 그런데 지난 10년 동안 노인인구 증가가 매년 50만에서 70만명에 이르고 있으므로 누계로 약 500만 명이 늘었다고 하더라도, 이들 중 10%인 50만명 정도가 늘어야  정상인데, 17만명 밖에 늘지 않고 있는 것은 <중증 재가 와상 노인>들 중 상당수가 아직도 입원 서비를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나이가 드는 것을 정부가 막을 수 없고, 나이가 들면서 아픈 것을 정부가 예방해 주지 못하면서 노인 요양병원 입원이 느는 것을 문제라고 지적한 것은 참으로 염치없는 발상이다.

정부는 연간 365회를 초과하여 외래 의료 이용량 대비 본인부담율 차등제를 적용하여 현재는 20%의 본인부담률을 적용하는 것을 앞으로는 90%로 높이겠다고 한다. 실제로 여러 곳이 아파서 하루에도 몇 개의 병원을 다녀야 하는 노인이나 중증 질환자의 경우는 당연히 연간 외래 이용횟수가 365회를 초과할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고 아픈 것이 본인의 잘못은 아닌데, 의료이용양에 따라 본인부담을 강화하겠다고 하는 것은 앞으로 당사자인 노인단체나 장애인 단체들의 집단 반발이 예상된다.

문재인 케어에서 가장 많은 국민들이 체감 만족을 느끼는 것이 본인부담금 상한제다. 자신의 소득 수준에 따라 연간 본인부담금이 최대 100만원 정도를 넘으면 나머지는 건강보험에서 부담해 주는 제도다. 가난한 사람들이나 중증 질환자들에게 가장 의미 있는 정책을 정부는 축소하거나 사실상 폐지 하겠다고 선언했다. 문재인 케어 실시 이전(2015년)에는 이 제도를 통해 52.4만명이 연간 9,902억원을 지원 받았는데, 문재인 케어 실시로 (2021년)175만명의 환자들이 연간 2.4조원을 지원받으면서 이에 따른 겅강보험의 비용 부담이 크니, 이를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까워진다 

물론 문재인 케어에도 많은 미흡한 점이 있다. 그러나 재정 부담 때문에 문재인 케어를 폐기한다는 것은 벼룩을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문재인 케어에 담긴 하나하나의 정책들이 모두 혜택을 보는 국민들이 있는 정책들인데, 이러한 정책을 폐기한다는 것은 아프면 병원에 가지 말라는 것이고, 병원에 가도 국민들이 직접 의료비를 부담하라는 것과 같다. 선진국 대한민국에 사는 국민들이 이러한 윤석열 대통령의 방침에 동의를 할까? 

화물연대파업을 겁박하여 해산하는 것이 성공하자, 연이어서 근로시간 연장과 국민연금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문재인 케어까지 손을 대기 시작했다. 취임한 이후 6개월 동안 평균 30% 수준의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부자 감세”를 중심으로 하는 고소득층 지원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내년 예산 심의가 기한을 넘겨도 종합부동산세 인하와 법인세 인하를 중심으로 하는 부자 감세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여당 대표가 협의한 내용조차도 수용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태원 참사에 경기 악화까지 연이은 악재로, 여당 내부에서도 이대로는 다가오는 국회의원 총선거를 도저히 치를 수 없다고 불안해하고 있다. 그러한 국민의힘 당 내부의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통령은 자신의 소신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들은 연이은 한파에 경기 침체까지 겹쳐 살기가 너무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서민들을 더 힘들게 할 정책, 결정적으로 국민들의 가슴에 말뚝을 박는 문재인 케어 폐기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국민들이 얼마나 더 참아줄까?

촛불 혁명으로 대통령을 해임한 경험을 가진 국민들이, 이대로 가만히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옳다.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은 무시하고, 스스로 살길을 찾으라는 것이 세월호 참사의 교훈이었고, 국민들은 광화문에 모여 살 길을 찾은 것이다. 

검사들이 언제까지 대통령을 보호해줄 수 있을까? 동지가 지나고 나니, 밤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은 더 가까워진다. 국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문재인 케어의 폐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국민을 상대로 싸워서 이기는 대통령은 지금까지 없었다는 역사의 교훈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원고료 응원하기

LEAVE A RESPONSE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