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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 우희종 회장 취임식.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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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 전문가’ 한국마사회 우희종 회장 취임 초…가짜 ‘말 복지’ 논란에 공익감사 직면

한국마사회 우희종 회장 취임식.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한국마사회 우희종 회장 취임식.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뉴스필드) 진용준 기자 = 동물권 보호와 생명 윤리를 강조해 온 수의학자 출신 우희종 신임 회장이 한국마사회 운전대를 잡았지만, 출발선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한국마사회가 말 복지 성과로 내세워 온 ‘은퇴 경주마 승용전환율’이 실제 말의 생존이나 관리 여부와는 무관하게, 거래 당사자 신고만을 근거로 산출돼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해당 말이 실제 승마장에 도착했는지, 중간 유통 과정에서 행방불명됐는지, 단기간 내 폐사했는지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이를 기관의 ‘경영·복지 성과’로 집계해 왔다는 지적이다. 이에 시민단체는 사안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이달 말까지 시민 서명을 모아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할 방침이다.

사진=제주 MBC 캡처.

이른바 가짜 ‘말 복지’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100억 원대 소송 리스크와 수년간 반복돼 온 내부 성비위·폭행 문제까지 재조명되면서 전임 체제에서 누적된 윤리·경영 리스크가 한꺼번에 표면화하는 양상이다.

■ 한국마사회 은퇴 경주마 승용 전환 42.96%는 통계 착시…실제 승마장 유입 19.7%뿐

20일 제주 동물권 단체 ‘(사)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이하 제주비건)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1~2025년) 은퇴 경주마의 승용 전환율이 급격히 상승한 주된 원인은 전환 마릿수의 증가보다 전체 퇴역 마릿수의 급감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사)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 제공.
자료=(사)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 제공.

앞서 한국마사회는 2024년도 기관경영평가를 통해 은퇴 경주마의 승용 전환율이 2023년 32.65%(415두)에서 2024년 42.96%(516두)로 10.31%포인트 상승했다고 홍보하며 말 복지 정책의 성공 사례로 꼽은 바 있다.

제주비건의 공공데이터를 교차 분석. 자료=(사)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 제공.

그러나 제주비건이 공공데이터를 교차 분석한 결과, 해당 기간 전체 퇴역 마릿수는 1614두(2021년)에서 1169두(2025년)로 27.6% 줄어든 반면, 승용 용도로 신고된 마릿수는 584두에서 654두로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분모인 전체 퇴역 수가 줄어들면서 비율만 높아 보이는 통계적 착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국 411개 신고 승마장 및 교육기관과의 매칭 분석 결과, 퇴역마가 실제 신고된 승마장에 거주하는 비율은 5개년 평균 19.7%에 머물렀다. 이는 마사회가 발표한 전환율 42.96%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보고서는 또한 이른바 ‘말 세탁’이라 불리는 불법 거래 구조 문제를 짚었다. 경주마가 퇴역 후 중개인을 거쳐 관광 승마장이나 개인에게 재판매되는 과정에서 소유자와 사육 장소가 수시로 바뀌며 공식 이력 관리 시스템에서 완전히 이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비건은 “퇴역마의 상당수는 개인 간 거래를 통해 이전되며, 전체 퇴역마의 70% 이상을 인수하는 말 유통업자가 신고 과정에서 용도를 기재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며 “이로 인해 해당 수치는 장기적인 활용 상태나 복지 수준을 반영한 결과라기보다, 인수 시점의 행정적 신고 내용에 가까운 성격을 가진다”고 지적했다.

■ 퇴역마 절반은 생사도 모른 채 ‘행정 폐사’…구멍 뚫린 말등록이력제

사진=비글구조네트워크, (사)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 제공
사진=비글구조네트워크, (사)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 제공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용도가 ‘미상’으로 분류된 퇴역마들은 마사회 기준에 따라 ‘폐사’로 일괄 전환되고 있다. 이는 실제 폐사가 확인된 것이 아니라, 생존 추적에 실패한 개체를 행정적으로 정리하는 구조다.

실제로 퇴역 후 시간이 흐를수록 이러한 ‘확인되지 않은 폐사’의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퇴역 후 가장 긴 시간이 경과한 2021년 퇴역 집단의 경우, 전체 폐사 처리된 1058두 중 절반 이상인 549두(52.6%)가 소재 미확인에 따른 ‘행정적 전환’으로 기록됐다.

결국 국가 통계상 폐사율에는 실제 자연사나 안락사뿐 아니라, 사후 관리 실패로 인한 ‘추적 불능’ 개체가 뒤섞여 데이터의 신뢰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퇴역마들의 생존 환경은 국제 기준과 비교했을 때 더욱 처참한 수준이다.

사진=비글구조네트워크, (사)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 제공
사진=비글구조네트워크, (사)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 제공

일반적인 승합용 말의 생존 패턴을 보여주는 프랑스의 경우, 5~9세 사이 연평균 구간 폐사율은 약 6.1% 수준이다. 반면, 한국 퇴역 경주마(평균 퇴역 연령 5.1세)의 승용 전환 이후 평균 구간 폐사율은 21.5%에 달했다. 이는 프랑스 등 말산업 선진국 대비 약 3.5배 높은 수치다.

특히 연령이 높아질수록 폐사율이 급격히 상승해, 만 4~5년 구간에 접어들면 폐사율이 29.8%까지 치솟는다. 이는 국내 퇴역마들이 정상적인 관리 범위를 벗어나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산업 현장에서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2021~2025년 퇴역마 중 승용마로 등록된 1915두를 분석한 결과, 최근까지 백신 접종 기록이 확인되어 공적 관리 체계 내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안정적 생존 승용마’는 전체 퇴역마의 18.7%에 불과했다. 나머지 개체들은 행정상으로는 살아있으나, 실제로는 접종조차 받지 못하거나 관리 체계 밖으로 이탈했을 가능성이 크다.

소재지에 따른 관리 격차도 뚜렷했다. 정식 승마장에 있는 말들은 접종률이 70~80%대에 달했으나, 목장이나 유통업자 계류지 등 ‘기타 소재지’에 있는 말들은 접종률이 28.8%까지 떨어지는 등 관리 상태가 극히 부실했다.

김란영 제주비건 대표는 “퇴역 경주마의 삶이 실제로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면 승용전환율은 말복지의 성과가 아니라 검증되어야 할 통계일 뿐”이라며 “말복지 정책의 성과는 보고서 속 숫자가 아니라 실제 말의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본지는 제주비건의 이 같은 분석 결과와 관련해 한국마사회 측에 사실관계 확인 및 공식 입장을 요청했으나, 마사회 측은 답변을 거부했다.

■ 한국마사회, 100억대 소송에 성비위까지… 우희종호 윤리·경영 시험대

말 복지 논란뿐만 아니라 기관의 재무적·윤리적 불확실성도 증폭되고 있다.

자료=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자료=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에 따르면, 2026년 2월 기준 한국마사회가 피고 또는 원고로 계류 중인 소송 가액은 총 106억 7,8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임금 청구 소송, 손해배상 청구, 손실보상금 청구 등 기관 경영에 상당한 압박을 줄 수 있는 사안들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마사회와 그 자회사들은 이미 52억 4,800만 원의 법적소송충당부채를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에 계류 중인 대규모 임금 소송 등 최종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조직 내부의 도덕적 해이는 더욱 고질적이다.

자료=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자료=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지난 19일 제출된 ‘2025년도 특정감사결과’에 따르면 마사회는 특정직 A씨의 비위 사항에 대해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해당 직원은 「노동조합법」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은 물론, 한국마사회 내부 규정인 「성희롱·성폭력, 직장 내 괴롭힘 및 스토킹 예방 지침」을 위반해 감사 지적을 받았다.

아울러 지난달 13일 공개된 징계 현황에 따르면 마사회는 수년간 성희롱, 동료 직원 폭행, 음주운전, 무단결근 등 방만한 복무 태도는 마사회의 폐쇄적이고 낙후된 조직 문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자료=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자료=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한편 지난달 5일 우희종 전 서울대 수의학과 명예교수가 한국마사회 제39대 회장에 선임됐다.

수의사가 한국마사회 수장에 오른 것은 21년 만으로, 그는 수의학자이자 2020년 총선 당시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초대 공동대표를 지낸 등 정치 활동 경력도 갖고 있다. 동물권을 연구해 온 학자가 동물을 수단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경마 산업의 책임자가 됐다는 점에서, 이번 취임은 상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마사회는 공기업이면서도 사행산업이라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 높은 윤리 기준을 요구받아 왔다.

전임 정기환 회장 체제 당시 ‘2025년 국정감사’에서 서초동 부지의 졸속·헐값 매각 의혹이 재점화됐고, 당시 회장 개인을 둘러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송치는 기관 신뢰에 상처를 남겼다.

2025년 3월 한국마사회가 대내외 윤리의지 전파를 내걸고 윤리·청렴경영 선포식을 열었지만, 선언 이후에도 윤리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우려가 이어지던 상황에서 이번 ‘승용 전환율’ 논란까지 불거지며, 마사회의 윤리경영이 구호에 그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마사회 측은 이러한 각종 의혹에 대한 취재 요청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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