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이 하나증권이 한미약품그룹 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에게 내준 2342억원 규모 주식담보대출을 들여다보고 있다. 신 회장이 한미 지분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빌린 돈으로, 다른 증권사가 대출을 거둬들인 뒤 하나증권이 가장 큰 돈줄이 됐다.
23일 금융권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 회장은 한미약품그룹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28.15%를 가진 개인 최대주주다. 한미 창업주 일가의 경영권 분쟁 때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모녀와 손잡으며 그룹 지배구조의 열쇠를 쥔 인물로 꼽혀 왔다.
신 회장은 올해 지분을 더 늘렸다. 8월 7일 임 모 씨 등 7명으로부터 한미사이언스 주식 360만4799주를 주당 4만7920원, 모두 1727억원에 사들였다. 하나증권이 신 회장의 주식을 담보로 처음 잡은 날도 이날이다.
주식담보대출은 가진 주식을 맡기고 돈을 빌리는 방식이다. 신 회장은 하나증권에 한미사이언스 주식 442만8626주와 한미약품 주식 31만3773주를 맡겼다. 만기는 내년 3월 19일이다.
하나증권의 몫이 커진 건 9월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이 9월 21일 신 회장에게 내줬던 1132억원을 회수했고, 같은 날 하나증권과 한국증권금융이 그 자리를 채웠다. 신 회장의 주식담보대출은 모두 4322억원으로, 이 가운데 하나증권 몫이 54.2%다.
금감원이 보는 것은 이 대출이 안전한지다. 하나증권은 “해당 대출은 일반 담보대출보다 까다로운 조건으로 담보 비율을 설정해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알려진 조건은 금리 연 4.45%에 담보유지비율 200%다. 빌려준 돈의 두 배어치 주식을 늘 담보로 잡아둔다는 뜻이다.
공시에 나온 담보주식만으로 따져보면 계산이 다르다. 22일 종가(한미사이언스 4만2350원, 한미약품 36만7500원)로 하나증권이 잡은 주식의 가치는 약 3029억원이다. 대출액 2342억원의 1.3배 수준이다. 두 배를 맞추려면 1655억원어치 담보가 더 필요하다.
다만 비상장 주식이나 부동산·예금 같은 담보는 공시 대상이 아니어서, 하나증권이 공시 밖 담보를 따로 받았을 수 있다. 담보비율을 계산하는 방식도 계약마다 다르다. 하나증권이 어떤 담보를 얼마나 잡았는지는 공시로 확인되지 않는다.
주가가 담보가치를 좌우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신 회장이 8월에 산 값보다 11.6% 낮다. 신 회장은 다음 달 9~13일 사모펀드 등 3곳으로부터 한미사이언스 주식 138만2832주를 693억원에 더 살 계획인데, 매입 단가 5만141원은 22일 종가보다 18.4% 높다. 거래계획보고서에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하는지는 적혀 있지 않다.
담보로 잡힌 주식에는 분쟁도 얽혀 있다. 송 회장 모녀 측이 신청한 100억원 규모 가압류를 법원이 받아들였고, 대상에 신 회장이 금융권에 담보로 맡긴 한미사이언스 주식이 포함된 것으로 보도됐다. 신 회장이 장외에서 여러 사람에게 주식을 사들이면서 공개매수 의무를 어겼다는 의혹도 나왔는데, 신 회장 측은 특수관계인 간 거래라 예외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아직 정식 검사가 아닌 점검 단계다.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금융투자검사2국이 대출 경위와 담보 적정성, 회수 가능성을 살피고 있으며 문제가 드러나면 검사로 전환할 방침이다.
하나증권 입장에서도 작은 대출이 아니다. 하나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가진 하나증권의 올해 상반기 연결 당기순이익은 2731억원이다. 개인 한 명에게 빌려준 2342억원은 반기 순이익의 86%에 해당한다.
신 회장이 지분 100%를 가진 한양정밀도 한미사이언스 주식 6.95%를 갖고 있다. 신 회장의 하나증권 대출 만기는 내년 3월 19일로 약 5개월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