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삼성화재 주식 15.43%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주식을 장부상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현재 삼성생명은 단순히 투자 목적으로 가진 주식처럼 기록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한 만큼 지배력을 행사하는 회사 주식처럼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금융감독원의 명확한 판단을 촉구했다. 경제개혁연대가 30일 금융감독원에 질의 공문을 발송하며 이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 삼성화재 지분율 변화와 자회사 편입
2024년 12월 말 기준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주식 700만 9088주(14.98%)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2025년 4월 삼성화재가 자기주식을 소각하면서 삼성생명의 보유 지분율은 15.43%로 증가했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회사가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5%를 초과하는 주식을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며, 초과 보유 시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삼성생명은 2025년 3월 금융위 승인을 받아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했다고 밝혔다.
자회사 편입 이후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화재 지분을 어떻게 회계처리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주식을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FVOCI) 금융자산으로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업법상 자회사 편입이 이뤄진 만큼 삼성생명이 삼성화재에 유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고 지분법 회계처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회계처리 방식에 대한 엇갈린 주장
이복현 전임 금융감독원장은 과거 “지분율이 20% 미만이면 지분법 적용 대상이 아니며, 회계적으로도 큰 차이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아직까지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지분에 대한 회계처리와 관련하여 정해진 바가 없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회계처리 방법에 대한 주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현재의 FVOCI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한 것은 지분율 상승에 따른 법률적 요건 충족일 뿐 실질적인 변화는 없다고 본다. 과거에도 유의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으므로, 보험업법상 자회사 편입이 유의적 영향력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둘째, 지분법으로 회계처리 방법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험업법에 따른 자회사 편입으로 삼성생명이 삼성화재의 정관, 주주현황, 재무현황 등에 대한 서류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는 등 실질적으로 유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본다. 구체적으로 삼성생명이 삼성화재의 최대주주라는 점, 양사 퇴직 임직원의 상대 회사 임직원 겸직 사례, 모니모 플랫폼 공동 출자 및 운영, 블랙스톤과의 공동 펀드 투자 약정, 삼성전자 주식 공동 매각, 금융복합기업집단 감독에 따른 대표회사 권한 행사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셋째, 삼성생명은 과거에도 삼성화재에 유의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으므로 과거 시점부터 지분법을 적용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앞서 지분법 적용의 근거로 제시된 내용들이 자회사 편입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존재했던 사실이며, 따라서 과거 재무제표도 모두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주식 회계처리 방법은 중대한 변화를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회계정보는 기업의 재무상태와 경영성과를 나타내는 핵심 자료로, 이해관계자의 판단과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도 금융감독원이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은 주무기관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금융감독원에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주식 회계처리 방법 중 어느 것이 타당한지(FVOCI 유지, 지분법 적용, 지분법 소급적용) ▲현재 유의적 영향력 행사로 볼 만한 사례에도 이를 판단하지 않은 이유 ▲보험업법상 자회사 편입이 유의적 영향력에 해당하는지 여부 ▲금융복합기업집단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유의적 영향력이 없다고 판단한 이유 등을 질의하며 조속한 판단을 촉구했다.
본 논란은 단순한 회계 처리 문제를 넘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투명성과 금융당국의 감독 역량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신속하고 명확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