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십자그룹(GC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녹십자홀딩스가 3년 연속 대규모 연결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재무 위기 속에서도 오너 일가에게 수십억 원의 연봉과 ‘공짜 주식’(스톡그랜트)을 지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허일섭 회장의 장남 허진성 전무가 그룹의 자금줄을 쥐는 경영관리본부장(CFO)을 맡은 직후, 회사의 실적 악화와는 무관하게 ‘직계 승계’를 위한 지분 매집과 지배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30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2009년 창업주 故 허영섭 전 회장이 타계한 이후, 동생인 허일섭 회장(12.29%)이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2017년부터 허영섭 전 회장의 자녀인 허은철 GC녹십자 대표(2.68%)와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대표(2.96%) 형제가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현재의 ‘숙부와 조카’ 간 공동경영 체제가 형성되었다.
■흔들리는 ‘숙부-조카’ 공생?…허일섭 직계 자녀들 공격적 지분 매집
하지만 최근 그룹 내부에서는 이 균형이 허일섭 회장의 직계 자녀들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 회장의 장남인 허진성 녹십자홀딩스 경영관리본부장(CFO·전무)이 2025년 초 그룹의 자금을 총괄하는 CFO 자리에 오른 뒤, 2026년 4월 16일부터 24일까지 6차례에 걸쳐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 주식 4만 2243주를 장내 매집하며 지분율을 0.82%까지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차남인 허진훈 GC녹십자 알리글로팀장 역시 4월 23일부터 27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4만 2000주를 장내에서 대거 사들여 지분율 0.81%를 확보했다.
이들 직계 3세 형제가 불과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사들인 주식만 총 8만 4243주에 달하며, 그룹 지배력의 핵심인 지주사 지분을 무서운 속도로 확보하고 있는 형국이다
자녀들뿐만 아니라 허일섭 회장 본인 역시 꾸준히 지분을 늘리며 지배력을 공고히 해왔다.
허 회장의 지분은 2022년 말 571만 7777주(12.16%)였으나, 2023년 중 장내 매수를 통해 2만 주를 늘려 12.20%가 되었고, 2025년에도 다시 4만 주를 장내 매입하며 현재 577만 7777주(12.29%)까지 지배력을 확대했다.
결국 아버지와 두 아들이 동시에 지배력 강화에 ‘올인’하고 있는 셈이다.
수치상으로는 고(故) 허영섭 전 회장의 아들들인 허용준(2.96%·녹십자홀딩스 대표)·허은철(2.68%·GC녹십자 대표) 형제가 허일섭 회장의 장남 허진성(0.82%)·차남 허진훈(0.81%) 형제보다 여전히 높지만, 조카들의 지분율은 수년째 2%대에 정체되어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최대주주인 허일섭 회장이 보유한 12.29%의 압도적인 지분이 향후 어떤 방식으로 직계 자녀들에게 안기느냐에 따라 녹십자그룹의 권력 지도는 흔들릴 수 있다.
■ 녹식자홀딩스 ‘3년 누적 적자 1,257억’ vs ‘오너가 주식 보너스’
녹십자홀딩스의 최근 재무 성과는 부담이 누적되고 있는 모습이다. 연결 기준으로 2023년 728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024년에도 111억 원, 2025년에는 418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에 따라 최근 3년간 누적 순손실 규모는 약 1,257억 원에 이른다.
이 같은 실적 흐름 속에서 단행된 자사주 무상 지급(Stock Grant)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회사는 2025년 12월 ‘임원 책임경영 강화’를 명분으로 일부 임원에게 자사주를 무상으로 부여했으며, 이 과정에서 허용준 대표는 24,473주, 허일섭 회장의 장남인 허진성 전무는 2,134주를 추가로 확보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배당 축소와 주가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적자가 지속되는 지주사가 자사주를 활용한 보상 정책을 시행한 점을 두고 주주가치 관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자사주 활용의 취지와 중장기 재무 전략에 대해 보다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단행된 계열사 구조조정 역시 승계 구도 변화의 핵심 증거로 꼽힙니다. 2026년 3월 말, 녹십자홀딩스는 GC녹십자가 보유하고 있던 GC녹십자웰빙 지분 전량(22.1%)을 505억 원에 전격 인수하며 직접 지배체제로 전환했다.
이 거래로 조카 허은철 대표가 이끄는 GC녹십자의 영향력 아래 있던 알짜 계열사 GC녹십자웰빙이 허진성 CFO가 관리하는 녹십자홀딩스 직할로 옮겨졌다.
재계 관계자는 “허진성 전무가 CFO로 선임된 이후 지주사 중심의 계열사 지배 구조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 같은 변화는 향후 지분 승계 방식에 따라 그룹의 경영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허일섭 회장이 보유한 12.29% 지분의 향배가 직계 자녀 쪽으로 정리될 경우, 현재의 숙부·조카 공동경영 체제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