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의 예정 착공일인 28일 시민단체들이 조기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현장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사업을 맡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착공일보다 한 달 앞서 나무를 베기 시작했고, 전력·용수 공급과 입주 기업 이전 문제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28일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재검토와 초고압 송전탑 건설반대 전국행동’에 따르면 전국행동과 경기행동은 이날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화곡저수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단체들은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전이 아니라 멈춤과 검증이다”라고 밝혔다.
단체들은 조기공사 즉각 중단과 함께 사업 필요성, 전력·용수 공급 계획, 환경·사회적 영향을 투명하게 검증하라고 요구했다. 주민 참여와 대책 마련, 이재명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 사업 재검토를 위한 사회적 논의도 요구 사항에 넣었다.
산단은 처인구 이동읍·남사읍 일대 약 778만㎡(235만평)에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공장(팹) 6기와 발전시설 3기를 짓는 사업이다. 삼성전자가 1호 팹 가동 시점을 당초보다 1~2년 앞당긴 2029년으로 잡자, LH는 2028년 팹 공사가 시작될 수 있도록 부지 조성을 서두르고 있다. 이성훈 LH 사장은 지난 7월 9일 현장을 찾아 사업기간 단축을 주문하고 매주 진행 상황을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남은 보상 절차와 착공 준비를 동시에 진행하는 이른바 ‘패스트트랙 전략’이다.
■ 나무 20만그루 베는데 기업 89곳 이전은 미정
속도전의 첫 단계가 벌목이다. LH는 지난달부터 벌목 등 착공 전 준비공사(사전공사)를 진행해 왔고, 환경운동연합은 사라질 나무를 20만그루로 추산했다. 토지 보상은 지난해 12월 19일 토지주에게 손실보상 협의 통지서를 보내며 시작됐지만, 산단 예정지에서 가동 중인 기업 89곳은 이달 20일 기준으로 언제 어디로 옮길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전력 공급도 쟁점이다. 산단에 필요한 전력 10GW(기가와트) 가운데 7GW는 초고압 송전선으로 외부에서 끌어오고, 나머지 3GW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로 충당하는 구조다. 김현정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연간 1000만t에 가까운 온실가스가 배출된다”고 지적했다.
LH는 벌목 등 사전공사에 대해 관련 법에 따라 착공 통보를 마쳤다는 입장이다. 단체들은 “충분한 검증과 사회적 합의 없는 공사 강행은 중단돼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