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장 거론되는 윤종규…위촉안 찬성한 양종희도 퇴임 후 고문 추진
KB국민은행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로 약 3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을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ELS 판매가 집중됐던 시기 그룹을 이끈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에게 퇴임 후 연 4억원의 고문료가 책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 이사회는 윤 전 회장의 퇴임을 27일 앞두고 경영자문역 운영안을 의결했다.
24일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와 KB금융 공시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금융지주 6곳의 퇴임 임원 38명이 계열사 고문·자문역 등으로 다시 위촉됐다. 이들의 연간 보수 책정액을 단순 합산하면 56억9520만원이다.
KB금융은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 기간 지주를 떠난 임원 10명이 모두 경영자문역으로 위촉됐고, 연간 보수 합계는 18억9900만원으로 전체의 33.3%를 차지했다. 윤 전 회장은 2023년 11월 퇴임한 뒤 이듬해 6월 경영자문역으로 위촉됐다. 연 보수는 4억원이며 계약은 올해 7월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급 총액은 확인되지 않았다.

KB금융 이사회는 윤 전 회장 임기 만료를 27일 앞둔 2023년 10월 24일 ‘경영자문역 운영(안)’을 의결했다. 윤 전 회장은 해외 기업설명회(IR) 일정으로 불참했다.

당시 김경호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사외이사 7명 전원이 찬성했으며, 이들은 모두 윤 전 회장 재임 중 처음 선임된 인물이다. 당시 국민은행장이던 이재근 현 KB금융지주 부문장도 기타비상무이사 자격으로 찬성했다. 이 부문장은 지난 9월 11일 KB금융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된 인물이다.
■ ELS 투자자 손실에 과징금 3000억 위기…판매 당시 회장엔 퇴임 후 연 4억 고문료

연 4억원은 퇴임 당시 기본급의 80%에 해당한다. KB금융 2023년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퇴직소득 3억7500만원을 재임 9년과 공시 산식에 넣어 역산하면 기본급은 5억원이다. 윤 전 회장은 퇴임한 2023년 한 해에만 보수 38억5600만원을 받았다.
윤 전 회장의 재임 기간은 국민은행의 홍콩ELS 판매가 집중된 시기와 겹친다. 국민은행은 판매 수수료로 2021년 606억원을 비롯해 2021~2023년 3년간 1061억원을 벌었다. 윤 전 회장의 임기는 2023년 11월까지여서 2023년 수수료 전부가 재임 중 발생한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국민은행 등 5개 은행에 대한 과징금이 총 6000억원 수준으로 정해졌으며, 이 가운데 국민은행 몫은 약 3000억원으로 알려졌다.
다만 3000억원은 금감원 제재심 단계에서 보도된 금액으로, 금융위원회 최종 의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KB금융이 올해 6월 말 연결 기준으로 계상한 관련 충당부채는 3608억9400만원이다. 공시상 ‘ELS, LTV 과징금 등 관련’ 합계여서 전액을 ELS 과징금으로 볼 수는 없다.
■ 윤종규 고문 위촉 찬성 이사 4명, 차기 회장 심사에도 참여…KB, 양종희 회장도 퇴임 후 고문 예우 추진
실제 경영자문역 위촉은 이듬해인 2024년 6월 21일 이사회에서 이사 9명 전원 찬성으로 결의됐다.
이때 찬성한 조화준·최재홍·이명활·김성용 사외이사 4명은 올해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도 참여했다. 회추위는 윤 전 회장이 고문으로 재직하던 4월 14일 회장 자격요건과 후보군 구성 원칙을 의결했다. 윤 전 회장이 후보 선정에 관여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해당 이사회 활동내역에는 경영자문역 위촉 안건과 이사별 찬반 기록이 나오지만, 위촉 대상자와 개인별 보수·업무 범위는 기재돼 있지 않다.

윤 전 회장의 고문 위촉안에 찬성했던 양종희 현 KB금융 회장도 퇴임 후 고문 예우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2일 보도에 따르면 KB금융은 양 회장을 퇴임 후 1년간 경영자문역으로 위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보수는 퇴임 당시 기본급의 80% 수준으로 추산된다. KB금융은 내부 규정에 따른 위촉이라는 입장으로, 구체적인 시작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ELS 불완전판매 책임 논란 속 윤종규 은행연합회장 후보 거론…금융 유관기관 ‘KB 출신 쏠림’ 우려
연 4억원의 고문료가 책정됐던 윤 전 회장은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이동철 전 KB금융 부회장과 김기환 전 KB손해보험 대표가 각각 여신금융협회장과 한국화재보험협회 이사장에 선임된 가운데, 윤 전 회장까지 은행연합회장에 오르면 주요 금융 유관기관 세 곳의 수장이 모두 KB 출신으로 채워지게 된다.
이 같은 인적 편중 가능성이 인선 변수로 거론되며, 경쟁 후보로는 올해 신한금융 사외이사로 합류한 박종복 전 SC제일은행장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KB금융은 특정 개인 오너가 없는 소유분산 금융지주다. 2026년 6월 말 기준 최대주주는 지분 9.23%를 가진 국민연금공단이다. 이처럼 특정 지배주주가 없는 금융지주에서 전직 회장에게 고액의 고문료를 지급하고, 현직 회장에게도 같은 예우를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보수 결정의 투명성과 이사회 견제 기능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 의원은 22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문·자문역의 이름과 보수가 공시되지 않아 주주들이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고문 제도 운영 방안의 개선까지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배구조 개편안에 이 문제를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